테이트 리브스 미국 미시시피주(州) 주지사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인종차별 또는 백인 우월주의의 상징이라는 비난을 받는 옛 남부연합 ‘군기 문양’(battle emblem)이 들어간 주 깃발을 폐기하는 법안에 서명했다고 AP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미시시피주가 주 깃발 폐기를 공식 결정하면서 미국 전역의 주 짓발에서 남부연합 문양은 사라지게 됐다. 미시시피주는 주 깃발에 남부연합 문양을 반영한 마지막 주였다.
미시시피주는 향후 15일 이내 주 깃발을 폐기하고 유권자 투표를 거쳐 새로운 주 깃발을 선정하는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미시시피주는 주 깃발 선정 위원회를 꾸려 남부연맹 군기 문양을 제외하고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다’(In God We Trust)는 새로운 문구를 넣은 주 깃발 시안을 만든 뒤 오는 11월 3일 대선 때 함께 찬반 투표를 하게 된다. 반대표가 다수일 경우 같은 원칙 아래 새로운 시안을 만들어 향후 별도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백인 우월주의 성향 미시시피주 주의원들은 지난 1984년 흑인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에 대한 반감을 담아 주 깃발 왼쪽 상단에 남부연합 총사령관을 역임한 로버트 리 장군이 이끌던 북버지니아군의 군기 문양을 삽입했다. 이 군기는 전후 KKK 등 인종차별 또는 백인 우월주의 단체들이 자신의 상징으로 사용하던 것이다.
그간 미시시피주 인구의 38%를 차지하는 흑인을 중심으로 주 깃발을 폐기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지만 반영되지 못했다. 많은 도시와 주립 대학들이 주 깃발을 자진해 내렸지만 보수적인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주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미시시피주 유권자들도 지난 2001년 전체 투표에서 주 깃발 유지에 찬성했다. 인종차별 또는 백인 우월주의의 상징이라는 비판론 보다 남부의 역사적인 유산이라는 옹호론이 힘을 받은 결과다.
그러나 옹호론은 지난달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무리한 진압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미 전역에서 벌어진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계기로 약화됐고 정계와 기업계, 종교계, 스포츠계 지도자들이 동참하면서 폐지론이 힘을 받았다.
미시시피주 상원(찬성 37, 반대 14)과 하원(91, 23)은 지난 28일 주 깃발에서 남부연합 군기 문양을 제거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의원도 상당수가 찬성표를 던졌다.
이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