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가 지난 13일 제144차 정기학술대회 및 정기총회를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화상회의로 진행했다. 이날 최현종 교수(서울신학대학교 종교사회학)가 “개신교 계통 중등학교 연구: 인천과 서부 경기 지역(부천,시흥,안산)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최 교수는 “한국의 개신교 계통 학교들은, 일제강점기나 산업화 시기와 같이 교육 여건이 매우 부족한 상황에서 그 부족함을 메워주는 역할을 감당해 왔다”며 “특히 중등 이상의 교육 기관에서 개신교 계통 학교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했다. 인천의 개신교 계통 학교들은, 주로 산업화시기에 인천 지역의 구·도심 지역의 발전과 함께 설립됐다”고 했다.
반면에 “시흥과 안산의 경우에는 이와는 조금 다르게, 도시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1990년대에 설립되어, 부족한 중등교육의 상황을 채워 주었다”며 “또한 현재에 많은 개신교 계통 학교들이 그 신앙적 정체성을 유지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의 학교들은 나름대로 학교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개신교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지역의 특성이나, 상대적으로 신앙 교육에 유리한 특성화 고등학교, 여성 교육 기관이 많다는 점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선 신앙 교육 담당자들은 인터뷰를 통하여, 학원 선교에 대한 예산 지원 문제나 종교적인 것을 이원화하는 것의 문제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시했고, 무엇보다도 신앙 교육에 있어 준비된 교사가 중요함을 언급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변화하는 시대, 사회 전반, 특히 교육이 탈종교화하는 현 시대에 있어 개신교 계통 학교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라며 “사회적 상황 뿐 아니라, 전반적인 학교 운영, 학교의 인력, 학부모와 학생의 필요 등도 모두 탈종교화하고 있다. 학교 및 학부와 학생들의 1차적 요구는 상급학교 진학, 그것도 좋은 상급학교의 진학이라는 데에 맞추어져 있고, 이를 만족시킨다면 신앙교육은 2차적인 것으로 미루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신교 계통 학교들이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를 물었다.
최 교수는 “개신교 계통 학교들이 경험하는 정체성과 관련된 어려움은 한국 교육 정책 전반의 변화와 밀접하게 연결된다”며 “특히 중학교 무시험 및 고교 평준화 등 교육 평준화 정책, 종교차별금지 등의 관련 법안, 자율형 사립고제도 등은 이러한 문제를 야기한 중요한 변화들”이라고 했다.
이어 “먼저 ‘교육 평준화 정책’의 시발이 된 ‘중학교 무시험 정책’은 1969년 시작됐다. 1969년 서울을 시작으로, 1970년에는 10대 도시, 1971년에는 전국으로 확대됐다”며 “이후 고등학교 평준화정책이 1973년 정책 발표에 이어, 1974년 서울, 부산에서 시작해 1975년에는 인천, 대구, 광주 등으로 확대되는 등 1980년까지 전국 20개 지역으로 점차 확대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러한 평준화 정책은 청소년들을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탈피케 하는 장점은 있지만, 사립학교들, 특히 개신교 계통의 학교들은 학교의 주요한 특성을 상실하게 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며 “특히, 학교 평준화로 공·사립교간의 공납금 차등을 없애기 위하여, 사립학교 등록금 인상률을 공립학교와 같게 하면서, 등록금이 주요 재원이었던 사립학교들이 타격을 받게 되었고, 이에 재정적 결손액을 국가가 지원하면서 사립학교들은 준 공립의 성격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국고에 의한 재정적 지원은 사립 중학교는 1971년부터, 사립 고등학교는 1977년부터 실시되었고, 이와 함께 사립학교의 기본적 건학 이념이나, 특히 개신교 학교의 경우 기독교적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사정은 1980년대 ‘종교차별금지 법안’의 시행으로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본래 종교교육은 각 학교 재량으로 가르치다가, 1982년 4차 교육과정에서 처음으로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되었다(자유선택과목 중 하나로 ‘종교교육 및 교양’, 5차 교육과정에서는 ‘종교’로 포함). 이후 7차 교육과정(1998)에서는 종교를 비교종교학적 관점에서 가르치도록 권장, 대부분의 개신교 계통 학교는 기독교 중심으로 이 과목을 교수 했고, 이 외에도 채플 등 종교 활동을 통하여 신앙 교육을 유지해 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련의 사태를 거쳐, 2009년 국가공무원법 등에 종교차별금지 조항이 삽입되면서 이러한 개신교 계통 학교의 종교 교육 및 신앙 교육 행사는 위기를 맞게 된다. 즉, 이러한 법안의 적용범위에는 일반 사립학교의 교원들도 국·공립학교의 교원들에 준하여 포함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사립학교의 교원들도 종교차별 금지 관련 규정들의 저촉을 받고, 이를 어길 시에는 해당된 절차에 따라 제재를 받게 됐다”고 했다.
최 교수는 “교육 평준화에 따른 사립학교의 준 공립화 및 학교 특성의 상실과 종교차별금지 법안에 따른 종교 교육의 제한 등으로 개신교 계통 학교의 정체성 유지가 어려워졌다”며 “1998년부터 시행된 ‘자립형 사립고등학교’ 제도는 그 정체성을 유지하는 한 방편으로 이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했다.
이어 “‘자립형 사립고등학교’ 제도는 시·도 교육감의 판단 하에, 건학이념이 분명하고, 정부의 재정 지원 없이 운영과 유지가 가능한 학교를 지정하여 학생 선발 및 교육과정에 재량을 보장하는 제도”라며 “2011년 이후로는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제도로 변경됐다”고 했다.
다만 “자율형 사립고 모델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며 “먼저 등록금이 상대적으로 비싸고, 이 때문에 ‘귀족학교’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현재 자율형 사립고는 그 등록금을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의 300%까지 징수할 수 있는데, 2019년 재지정이 취소된 12개교를 제외한 28개 자율형 사립고 중, 학비가 가장 높은 곳은 강원도의 민족사관고등학교로 연으로 약 2천8백만 원에 달하며, 가장 낮은 곳은 서울의 중동고로 5백 5십만 원이다”고 했다.
또한 “현재의 교육정책이 이러한 자율형 사립고를 없애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것도 자율형 사립고 모델의 중요한 문제”라며 “정부는 2019년 11월에 자율형 사립고를 포함한 특수 고등학교 3개 유형을 완전히 없애기로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고교서열화 해소방안’을 발표해 2025년 3월부터는 이들 학교를 일반고로 전환할 것을 예고했다”고 했다.
이어 지나치게 이원적인 신앙 교육을 경계하며, 스며드는 신앙교육을 강조한 한 교목 교사의 언급도 이러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개신교가 부정적 내러티브로 기술되는 사회적 배경 하에서 이러한 ‘기독교적 정신’ 함양을 통한 접근은 비개신교인의 거부감을 덜어낼 뿐 아니라, 내러티브 자체를 수정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리고 이러한 접근을 통해 자연스럽게 개신교에 다가가며, 긍정적 이미지를 갖게 하면서, 개별적으로 종교에 접근할 수 있게 한다면 이 또한 현재로서는 매우 의미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이어 “개신교 계통 학교가 자신의 건학이념을 드러낼 수 있도록 제도 자체를 개선하는 노력도 함께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며 “네덜란드의 경우, ‘종교차별’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종교계 학교에 똑같은 국가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네덜란드의 모델 적용을 위해서는 학생 혹은 학부모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현재의 중·고등학교 학생 선발 제도의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개별적 학교의 노력과 함께 제도 자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한국 개신교계 전체에 필요하다”며 “이러한 노력을 통해서만이 과거 개신교 계통 학교의 한국 교육에 대한 기여가 미래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