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가 지난 13일 제144차 정기학술대회 및 정기총회를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화상회의로 진행됐다. 이날 김선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역사신학)가 “루터의 기도 개혁과 기도 신학: ‘창세기 강해’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기도의 사람 루터의 삶과 신학에서 기도가 빠질 수 없듯 그의 프로테스탄트 개혁에서도 기도 개혁은 중추적 역할을 했다”며 “기도 개혁을 선도하면서 루터는 ‘개인 기도서’(Personal Prayer Book, 1522)에서 ‘그리스도인들을 오도하고 속이며, 잘못된 신념을 무수히 낳는 많은 유해한 책과 교리들 중에서도 나는 개인 기도서들이 아주 못마땅하다’고 통렬히 비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 기도서들 때문에 순진한 사람들이 죄를 몇 개나 지었는지 그 수를 세고 사제에게 고해하러 가는 등의 잘못된 생각과 행위를 하고, 성인들에게 기도하는 것과 같은 비그리스도교적인 어리석은 짓을 하게 된다고 일갈한다”며 “무엇보다 이 기도서들은 기도를 구원에 이바지하는 선행으로 제시했고, 기도하는 일을 고해와 보속, 그리고 면벌과 결부시켰다”고 했다.
이어 “루터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지적하면서 개인 기도서들은 ‘완전히 근절까지는 못하더라도 근본적이고 철저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며 “그리고 중세의 기도서 전통과 그 토대를 이루고 있는 중세 신학을 강하게 거부하면서, 프로테스탄트 정신에 기반을 둔 새로운 기도 신학과 관행을 만들고자 매진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도 개혁을 위해 루터가 전형으로 삼는 것은 ‘주기도문’이다”며 “왜냐하면 하나님은 우리가 무엇을 위해 기도하고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에 대한 간단하고도 명확한 형식을 규정해 주었는데, 그것이 바로 주기도문이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어 “그리스도인이 아무 때나, 원한다면 일부분만이라도 주기도문을 가지고 제대로 기도한다면 그것은 충분히 적절한 기도”라며 “좋은 기도를 위해 중요한 것은 마태복음에서 언급한 것처럼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갈망하면서 자주 하나님께로 향하고, 쉬지 않고 그렇게 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루터의 ‘개인 기도서’도 기도문 모음집이 아니라 십계명, 사도신경, 그리고 주기도문을 사용한 기도를 다루고 있다”며 “그리스도인이 알아야 성경 전체의 핵심적 내용이 이 세 가지 안에 다 담겨 있다고 루터는 확신했다. 주기도문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루터는 시편과 성경에 나오는 기도들도 유용한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팸플릿, 설교, 성경 강해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프로테스탄트 신학에 토대를 둔 기도가 무엇인지를 가르치고 모델을 제시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창세기 강해를 통해 루터의 기도 신학을 탐구하는 작업은 여러 면에서 장점이 있다”며 “삶의 연륜을 가지고 루터는 창세기에 담긴 다양한 삶의 이야기들과 깊이 교감하며 기도 신학을 풀어낸다. 따라서 파란만장한 삶을 살고 있는 인물들이 실제로 한 기도들을 다루면서 기도와 기도하는 자에 대해 가르치기에 루터의 기도 신학은 이론적이고 사변적인 신학이 아니라 현실적 삶 속에서 끌어낸 생동감 넘치는 신학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고 했다.
이어 “루터가 강조하는 바처럼 남녀 족장들은 우리와 똑같은 살과 피를 지닌 인간이었기에 시련과 고통을 겪으면서도 ‘항상 기도하고 낙심하지’ 않으려고(눅 18:1) 분투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고 본받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킨다”며 “더 나아가서 루터의 기도 신학은 하나님의 약속이 근간을 이루는데, 창세기의 남녀 족장들이야말로 하나님의 약속과 관련해 빠질 수 없는 주역들인 만큼 창세기 강해는 루터가 기도 신학을 생생하게 풀어낼 수 있는 좋은 장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도 개혁을 주도한 루터는 중세 로마 가톨릭교회의 기도 신학과 관행을 비판했다”며 “무엇보다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중재자는 예수 그리스도뿐이기에 오직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해야 함을 강조하면서 마리아나 베드로나 다른 성인들의 이름으로 기도하는 관행을 규탄했다”고 했다.
또한 “사제들이나 수도사들이 의무적으로 드리는 기도의 무의미함을 꼬집으면서 이런 외식과 위선에 불과한 기도는 오히려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히고 그리스도를 모독하는 행위라고 일갈했다”며 “이런 기도는 내면에서 솟아 나오는 진실함과 절실함이 없기에 참된 기도라 하기 어렵다. 게다가 참회제도 안에서 기도를 보속 행위나 공로로 간주하는 신학과 관행은 순수한 마음으로 기도하지 못하게 한다”고 했다.
그리고 “기도를 통해 공로를 쌓았다고 자랑하거나 ‘자기의’에 빠져 교만해지게 만들거나, 끊임없이 공로를 쌓기 위해 기도하면서 지치고 좌절하는 일도 생기게 한다”며 “그뿐만 아니라 더 심각한 문제는 남아도는 공로를 다른 사람들에게 팔 수 있다는 생각에 기도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는 점이다”고 부연했다.
이어 “개인적 경건 및 대중적 경건 형성에서 기도가 갖는 중요한 역할을 인식한 루터는 대안적인 기도 신학과 기도 관행을 제시하면서 기도 개혁을 주도했다”며 “루터의 기도 신학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기도에는 명령과 약속이라는 하나님의 말씀이 주어져 있고, 이것이 기도의 출발점이요 근간”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기도는 우리가 하고 싶거나 해야 할 절박한 상황이 발생하면 하고 마음이 내키지 않거나 바쁘면 안 해도 되는 그런 인간의 필요와 편리에 따른 행위가 아님을 루터는 분명히 못 박는다”며 “기도는 하나님의 명령이기에 인간이 순종으로 따라야 하는 행위고, 하나님이 듣겠다고 약속했기에 인간은 믿음으로 행해야 하는 행위다. 이것이 루터가 강조하는 기도 신학의 첫 번째 토대”라고 했다.
이어 “이 토대 위에서 루터는 하나님 쪽에서의 약속과 명령을 인간 쪽에서의 믿음과 사랑이라는 신학적 주제와 연결시킨다”며 “하나님의 약속은 믿음의 차원에서 받아들이고, 하나님의 명령은 사랑의 차원에서 순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루터는 참된 기도에는 인간의 절박한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며 인간의 눈에는 연약함으로 보일지 모르나 성령에 의한 탄식과 울음이 하나님 앞에서는 완벽한 기도를 만든다고 했다”며 “인간의 절박한 필요는 특히 소명에 충실한 삶을 살 때 생겨난다”고 했다.
또한 “루터가 특히 강조했던 소명의 장은 중세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가르쳤던 것처럼 사제나 수도사만의 영역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이 폄하했던 가정이나 국가와 같은 세속 영역이다”며 “루터는 하나님의 말씀과 맡겨준 소명에 충실하면 시련과 시험이 따라오게 마련이고, 그러면 절실하고 진실한 기도를 드릴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한다”고 했다.
그는 “루터의 기도 신학에서 기도와 삼위일체 하나님의 관계도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며 “루터는 우상이 아닌 기도하라고 명령하고 기도를 듣겠다고 약속한 하나님을 올바로 알고 그분께 기도해야 함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 하나님의 사랑과 자비와 은혜를 알아야 기도할 마음이 생긴다는 점에서 설교와 기도의 밀접한 관계 또한 부각한다”고 했다.
이어 “하나님과 기도를 통해 대화를 나누는 것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유일한 중재자인 성자 하나님을 통해서만 가능하므로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성령 하나님은 우리가 기도를 드려야 할 참 하나님이 누구인지 알려주고, 우리가 마땅히 구할 바를 알지 못할 때 우리 안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탄식으로 하나님께 부르짖으며 우리의 기도를 도와준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창세기 강해’에서 루터가 제시하는 기도 신학은 다른 글들에 나타나는 기도 신학과 맥을 같이 한다”며 “창세기에 등장하는 남녀 족장들의 삶과 기도를 다루면서 그 내용이 단지 이론적이거나 추상적이지 않고 매우 생생한 형태로 전달되며, 머리로만이 아니라 가슴으로도 다가온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했다.
또 “루터는 ‘창세기 강해’에서 기도에 대해 풀어가면서 이 남녀 족장들의 삶과 기도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하나님의 약속을 붙들고 확신하며 기도하도록 도전하기 위해 기록된 것임을 거듭 강조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 개신교회에서도 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기도 신학과 기도 관행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루터가 그랬듯이 다양한 형태의 기도를 위해 신학적으로 건전하고 좋은 기도문들을 계속 제공해주고, 기도할 수 있게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마음에 감동을 주는 일도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