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장치료제 임상시험, 최소 130명분 확보돼야 가능
확진자 43.4% 신천지는 참여 움직임 알려지지 않아
지난 12일 기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치 환자 75명이 혈장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혈액을 보건당국에 기증하기로 했지만, 혈장 기증 의사를 밝히는 완치자들이 늘어나지 않아 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혈장 기증 의사를 밝힌 75명 중엔 부산 내 코로나19 첫 집단발생 사례로 주목을 받았던 온천교회 확진자 20명이 포함돼 있다. 관련 확진자 32명 중 완치 후 헌혈이 가능한 20명이 지난 8일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혈장 기증 서약서 전달식'을 열고 단체로 혈장 공여 의사를 밝힌 것이다. 단체 혈장 기증은 온천교회 완치자가 첫 사례다.
반면 지난 13일 기준 전체 누적 확진자 중 43.4%에 달하는 5213명 신천지 대구교회 관련 확진자들의 혈장 기증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고 있다. 5213명 중엔 확진 교인과 접촉 후 감염된 비신도들도 포함돼 있지만, 신천지 대구교회 또는 신천지 본부 측에선 혈장 기증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혈장치료제를 신속하게 개발해 중증 이상의 환자를 치료하려면 완치자들의 혈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 때문에 방역당국과 보건 전문가, 종교 전문가들은 확진자가 다수 나온 신천지를 포함해 완치자들의 적극적인 혈장 기증을 당부했다.
보건당국이 올해 개발을 목표로 한 혈장치료제는 완치자 혈장을 통해 제제를 만들기 때문에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지만, 대량생산이 힘들다. B·C형 간염, 에이즈 바이러스(HIV), 매독 등의 감염성 질환을 앓고 있거나 고혈압 등 기저질환으로 약물을 복용 중인 완치자, 중화항체가 형성되지 않은 완치자의 혈장으로 치료제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혈장치료제 임상시험에 필요한 완치자의 혈액은 최소 130명분에서 최대 200명분 정도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가 지난달 28일부터 완치자 혈액 기증 모집을 공고한 후 보름이 넘는 기간 동안 불과 75명만이 기증 의사를 밝혔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교수는 "현재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국가적인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선 혈장치료제가 그나마 가장 빨리 개발될 수 있는 치료제"라면서 "신천지 신도를 포함한 완치자 다수가 혈장 기증에 활발하게 참여할수록 국난을 서둘러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중환자를 줄이면서 의료진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방법에 있어 치료제 개발도 중요한 요소"라면서 "국가에서 무료로 치료해줬다고 해서 혈장을 기증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지만, 시민의식과 인류애 측면에서 국난 극복에 동참하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종교 전문가도 코로나19가 완치된 신천지 신도들이 적극적으로 혈장 기증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천지 대구교회가 코로나19 방역에 협조하지 않아 대구·경북 지역 피해가 커졌기 때문에 신천지 측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혈장 공여는 고려대학교안산병원, 경북대학교병원, 계명대학교동산병원, 대구파티마병원 등에서 가능하다. 혈장 공여를 원하는 완치자는 콜센터(1522-6487) 또는 GC녹십자(031-260-1943)로 문의하면 된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