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은 올 여름철 기온이 평년(23.6도)과 지난해(24.1도)보다 각각 0.5~1도 올라간다고 밝혔다. 폭염일수도 20~25일로 지난해 13.3일보다 많고, 열대야일수 또한 12~17일로 지난해 10.5일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폭염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 4일 대구·경북과 전북 지역에 올여름 첫 폭염주의보가 발효됐으며 이날 오전 11시를 기해 경기와 강원, 충남, 충북, 전북, 경북 일부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오늘은 올해 처음으로 서울에도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
이번 여름 폭염은 코로나19 확산까지 더해져 고령층과 에너지취약계층이 이중고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무더위 쉼터, 복지관 등 문 닫아
65세 이상 고령층은 폭염에 매우 취약하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된 온열질환자는 총 1841명으로 이 중 65세 이상 고령층은 25.6%(472명)에 달했다.
대부분의 고령층은 더위를 피해 마을회관·경로당 등 공용시설을 지정한 무더위 쉼터나 복지관에서 에어컨을 쐬며 더위를 피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지역감염이 지속하면서 일부 무더위 쉼터는 운영이 중단되거나 축소 운영될 방침이다. 대부분의 복지관도 잠정 운영을 중단한 상태여서 온열질환에 취약한 고령층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이들을 위해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실제로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는 무더위 쉼터 운영을 중단한 상태며, 각 동별로는 경로당 문을 닫은 지역도 상당수다.
고령층뿐만 아니라 노숙자, 쪽방촌거주자도 폭염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쪽방은 밖의 기온보다 쪽방 내부의 온도가 더 높아 위험한 상태다. 그래서 쪽방 주민은 더위를 피해 24시간 운영하는 무더위 쉼터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며 폭염을 이긴다. 이러한 주민들을 위해 쪽방촌 근처의 무더위 쉼터는 코로나19의 위험에도 운영이 불가피하다.
서울특별시립 서울역쪽방상담소 김갑록 소장은 "코로나19를 생각하면 무더위 쉼터를 운영하지 않는 게 맞지만, 쪽방 주민들의 요구를 시와 조율하여 7~8월은 운영하기로 했다"면서 "무더위 쉼터를 사회적거리두기 형태로 유지하고 방역에 힘써 최대한 안전하게 운영하기 위해 직원들도 많이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코로나19 방역과 폭염 대책을 함께 추진하는 것은 불가피하면서도 두 정책이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조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각 지자체, 폭염 극복 아이디어 전쟁
상당수 지자체가 코로나19로 무더위 쉼터의 문을 쉽게 열지 못하는 대신 그늘막을 확충하는 등 야외 공간에서 실행 가능한 폭염대책을 확대하고 있다.
여름철 아프리카만큼 덥다고 해서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로 불리는 대구는 2020년 폭염 대책을 발표했다. 시민들이 모이는 시설인 물놀이장과 쿨링포그, 실내 무더위 쉼터 등은 당분간 휴관할 계획이지만, 대신 실외 무더위 휴식장소인 공원·유원지나 그늘막·분수 등 수경시설, 도시철도 고객 쉼터 등은 생활 속 거리두기 세부지침을 준수해 운영하기로 했다. 또 대구시는 냉방시설 이용이 어려운 기초생활수급 대상자 중 폭염취약계층(독거노인·거동불편자·쪽방촌 주민) 1만 여 가구에 냉방용품(냉풍기·선풍기)을 지원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올해 어르신 무더위 쉼터를 4439곳에 설치하고 운영한다. 지난해보다 670곳이 늘었지만 동시 이용 인원에 제한을 두기로 했다.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의 50% 이하만 들어올 수 있도록 해 밀접 접촉에 따른 감염 위험을 줄이기로 했다. 자택에서 더위로 고생하는 저소득층 독거노인을 위해 시설을 보수하거나 아이스팩 등을 제공하는 사업도 올해 처음 시작한다.
경기도는 그늘막과 그늘나무 등 생활밀착형 폭염 저감시설을 지난해 3610곳에서 올해 5615곳으로 대폭 확충하며 폭염과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또 무더위 쉼터를 지난해 7031곳에서 올해 7407곳으로 늘리고, 폭염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폭염특보 발령 시 취약노인 5만여 명에게 안부전화를 하거나 직접 방문해 건강을 확인하는 등 맞춤형 건강관리·보호 활동도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