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관영매체와 군중집회를 통해 탈북민들을 강하게 비난하는 것은 탈북민들의 높아진 영향력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미국 내 탈북민들이 밝혔다.
9일 미국의소리(VOA)는 북한의 이같은 반응은 탈북민들의 정보 유입 활동뿐 아니라 적극적인 증언과 인권, 정치 활동이 북한 내부 동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는 탈북민 A씨는 VOA에 “‘노동신문’이 탈북자 비난 기사를 연일 보도하는 모습에 많이 놀랐다”면서 “북한 당국은 한국식 표현인 ‘탈북자’란 표현을 공식적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데, 대남 선전매체도 아닌 노동당 기관지가 이런 표현을 서슴없이 사용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보도를 보면서 탈북자로서 분노보다는 북한이 어느 정도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다. 왜냐하면 탈북자란 용어를 노동신문이 싣는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다. 그런 쉽지 않은 ‘탈북자’란 말을 대중화시켰다는 것은 이번에 한국에서 국회의원이 된 두 분을 포함해 탈북자들의 영향력을 많이 의식했다는 것”이라며 “북한 수뇌부를 정면으로 비난하는 탈북민들의 활동을 좌시했다가는 내부 동요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VOA는 지난 8일 ‘노동신문’ 기사를 조회한 결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탈북민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강하게 비난한 이후 탈북민 비난 기사는 나흘 간 16건에 달했다며 특히 ‘민족 반역자이며 인간쓰레기인 탈북자들을 찢어 죽이라’, ‘천벌을 면치 못할 것”이란 대형 선전물 등 일반 매체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표현을 동원해 탈북민들을 맹비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대북 인권운동가로 활동 중인 B씨는 VOA에 “항상 북한 정권은 비난할 대상을 찾는다. 미국 때문에 일제 때문에, 안기부 때문에 힘든 것이다. 요즘은 그게 탈북자들에게 불똥이 튀긴 것 같다”며 “탈북민들의 대북 정보 유입과 인권 개선 활동이 주로 북한에서 금기시되는 김 씨 일가의 정체성과 부정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수뇌부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탈북민은 북한 당국이 정권에 대한 불만 표출과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해 탈북민을 대대적으로 비난하고 있지만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며 혐오보다 탈북자를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고 VOA는 전했다.
과거 평양시 군중집회에 자주 동원됐던 탈북자 C씨는 VOA에 “겉으로는 국가가 막 이래도 일부 사람들은 탈북자들을 동경한다. 저도 북한에서 탈북자들 얘기 들을 때마다 나도 한국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이렇게 크게 (탈북자를) 노출했기 때문에 아마 북한에서 탈북하겠다는 마음이 더 많아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평양의 대학생 등 젊은이들은 두뇌 회전이 빠르다며, 당국의 사상교육과 구호가 오히려 수뇌부에 해가 될 수 있다”며 “오히려 본인들이 보고 느낀 게 있는데, 탈북자들을 아무리 찢어 죽이라고 해도 갸네가 가서 우리보다 삶은 더 잘 산다고 느낀다. 그리고 탈북자들이 거기에서 얼마나 잘나가면 북한 정권이 왜 이렇게 심술이 나서 반발하는가 하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1월 제3국에서 난민 지위를 받아 미국에 입국한 탈북 청년 D씨는 “북-중 국경 도시나 평양이 아닌 북한 내륙의 많은 주민은 탈북민 용어나 상황에 익숙하지 않다”며 “북한 당국의 이례적인 탈북민 비난이 오히려 탈북민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면 북한 사람들이 탈북자들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할 텐데, 탈북자들이 누구고 어떻게 사는지. 왜냐하면 국경 지방 사람들은 탈북자가 뭔지 알지만 안 지방의 사람들은 잘 모른다. 그래서 겉으로 그래그래 하면서 속으로는 참 궁금해할 것 같다”고 VOA는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