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환자 중 무려 80%가 소규모 모임을 통해 감염된 사례로 나타나면서 이러한 소규모 모임이 코로나19의 사각지대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가 개개인의 모든 활동을 통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국민들도 감염 전파 차단을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지난 1일 신규 확진환자 35명 중 지역사회 발생 30명을 분류하면 인천 개척교회 관련 확진자가 16명, 안양·군포 목회자 모임 관련 8명, 부천 쿠팡 물류센터 관련 4명, 산발적 감염 2명 등이다. 쿠팡 물류센터와 산발적 감염을 제외한 24명은 소모임을 통한 감염 전파가 이뤄졌으며 지역사회 발생 30명 중 80%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난달 20일 서울 양천구 은혜감리교회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2일 현재까지 발생한 381명의 확진환자 중 소모임을 통한 감염이 확인된 사례는 총 54건이다. 같은 기간 쿠팡 물류센터 관련 112명, 이태원 클럽 관련 74명이 추가됐는데, 이 수치를 제외한 195명의 확진자 중 소규모 모임을 통해 감염된 사례는 27.7%다.
최근 소규모 모임을 통한 집단감염은 종교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원어성경연구회에서는 14명이 감염됐고 안양과 군포 목회자 모임은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후 9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한국대학생선교회에서도 모임을 통해 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인천과 경기 개척교회에서는 부흥회 등에 참석한 확진자를 중심으로 23명에게 전파가 이뤄졌다.
그러나 사적인 모임을 통한 전파는 5월 초에도 있었다.
5월7일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정부가 주말 사이 외출 자제를 요청했지만 그 주 주말인 9일 삼성서울병원 간호사를 포함한 6명의 일행이 서울 서초구 일대에서 모임을 갖고 노래방 등을 방문했다가 3명이 감염됐다. 정부가 전파 차단을 위해 어버이날임에도 불구하고 요양병원과 요양원 등 요양시설의 방문 면회를 금지했던 시기였다.
이후 삼성서울병원 내 동료 간호사 3명 등 총 9명이 감염됐다. 이 간호사 중에서는 수술실에서 근무한 간호사도 있어서 자칫 면역력이 취약한 수술 환자에게 감염이 이어졌다면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태원 클럽 확진자가 발생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았던 5월13일에는 홍대 주점에서 모임을 가졌던 일행 5명이 감염된 사례도 있었다.
이태원 클럽 관련 집단감염 역시 특정한 '커뮤니티'와 같은 소규모 모임을 통해 감염이 시작된 것으로 방역당국은 보고 있다.
유흥시설이나 물류센터와 같은 작업장, 종교시설의 예배 활동은 정부의 점검과 행정조치 등으로 통제가 가능하지만 개개인의 사적인 모임은 이러한 조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모임별로 세부 지침을 만들기도 어렵고 지침을 만든다고 한들 일일이 점검을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전파가 고위험군에게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사적인 모임은 공식적인 자리보다 사람 간 심리적·물리적 거리가 좁혀질 수 있어 침방울 등 비말전파에 더 취약할 수 있고 이러한 전파가 고령층과 같은 고위험군에게 전달되면 경과가 위중할 수 있다.
실제로 원어성경연구회 관련 확진자 중 70대 남성 사망자가 발생했고 80대 여성은 인공호흡기 기관삽관을 할 정도로 위중한 상태다.
다만 확진자가 발생했더라도 평소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손 소독, 주변 환기 등 기본 방역수칙을 준수하면 추가 감염을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가 다녀갔던 교회나 콜센터, 실내체육시설 등에서는 밀접 접촉이 일어날 수 있는 시설임에도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재갑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생활 속 거리두기로 넘어오면서 생기는 문제들인데, 이태원 클럽이나 물류센터처럼 전반적으로 지역사회 감염이 어느 정도 확산된 상황에서 소규모 모임이 이어지다보니 그걸 통해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교수는 "발생의 양상을 분석해서 유사한 부분은 자제를 부탁하거나 통제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사례 분석을 통해 전파가 이뤄지는 상황을 국민들이 잘 알게끔 홍보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