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인 여성의 임신과 출산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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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인 여성은 질병이 없는 건강한 여성과 다름없이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산부인과에서 의료진과의 의사소통 방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따라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농인 여성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수어 통역센터에 의뢰하여 통역사와 함께 병원에 내원하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야간이나 새벽 시간에 산부인과에 급히 내원해야 할 상황이 생겼을 때, 농인 산모가 의료진에게 자신의 증상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다.

필자는 지난 2018년 봄, 임신을 알고 난 후 거주지 근처 수어 통역센터에서 파견한 수어 통역사와 함께 산부인과에 내원해 정기 검진을 받았다. 산부인과 측에서도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을 고려해 전문 용어를 잘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통역사의 동행을 권고한 바 있다.

병원 측의 배려와 수어 통역센터의 지원으로 무사히 임산부 생활을 했지만, 출산을 새벽 시간에 하게 되어 수어 통역사가 없이 아기를 출산했다.

출산 당시 집에서 진통을 느끼면서 하혈이 시작되어 산부인과 당직실에 '손말이음센터'라는 통신중계서비스로 전화해 내원 여부를 확인하고 바로 병원으로 가 출산 준비를 할 수밖에 없었다. 수어 통역사가 없어 간호사와의 의사소통은 주로 스마트폰 메모장을 이용해야 했다. 옷을 갈아입고 분만대에 누워 있는데 의사소통의 시스템이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아 더욱 불안했다.

"천천히 심호흡하며 힘을 주세요!"
"조금만 더 힘내세요. 아기 머리가 보여요."

세상에서 가장 아프다는 출산의 고통을 느끼며 스마트폰 메모장 속 내용을 봐야 했던 상황은 두 배의 고통이었고, 정말로 힘들었다. 아기를 낳기 위해 힘을 줘야 해서 두 눈이 저절로 질끈 감겼지만, '메모장을 봐야 한다'는 강박이 더해져 더욱더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악조건 속에서도 간호사분들의 적극적인 배려로 열 달 동안 기다려 온 아기와의 첫 만남이 감격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

나의 경험을 미루어볼 때, 다른 농인 산모들이 조금 더 편안한 환경에서 아기를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마음이 생긴다.
산부인과마다 야간 의료수어 통역사가 배치되어 있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상황이 되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저출산 국가 1위다. 대한민국 정부도 아기를 낳고 싶은 농인 산모를 위해 어떤 개선안을 마련해야 할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샛별(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이샛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