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과 정의연을 둘러싼 의혹 전반에 대해 소명했다. 그러나 시민들 반응은 냉담했다.
지난 18일 라디오 인터뷰 이후 11일간 이어지던 잠행을 깬 윤 당선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그동안 야당과 언론을 통해 제기됐던 의혹을 대부분 부인했다.
그러나 후원금을 개인계좌로 모금한 데 대해서는 "안이한 생각이었다"고 사과했으며 쉼터 헐값 매각 논란에 대해서도 "기부금에 손해가 발생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안성 쉼터, 오히려 싸게 구입한 것…차액 횡령 사실무근"
경기 안성의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쉼터) 고가 매입 의혹은 윤 당선인에 대한 여론 흐름이 악화된 결정적 계기였다.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지난 2013년 7억5000만원에 이 쉼터를 구입했는데 주변 단독주택 시세와 비교해 4억원 이상 비싸게 구입했다는 의혹이 야당과 일부 언론에서 제기됐다.
특히 해당 주택 구입 과정에서 윤 당선인의 남편과 친분이 있는 민주당 이규민 당선인이 지인 소유 건물을 중개하며 개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윤 당선인 내외가 차액을 횡령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었다.
안성 쉼터 관련 의혹은 당초 정의연의 회계처리 미흡에 집중됐던 윤 당선인 논란을 일파만파로 확산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윤 당선인은 고가 매입 논란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매도인이 희망했던 것보다 매매가를 낮춰 싸게 구입하게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 당선인은 "당시 주택 소유자는 건축비가 평당 600만원이 넘는 스틸하우스 공법으로 지어졌고 토목 및 건축공사에 총 7억7000만원이 들었다면서 9억에 매물로 내놓았던 것"이라며 "당시 매도희망가를 최대한 내려보기 위해 노력했고 매도인은 힐링센터의 설립 취지를 듣고 '좋은 일 한다'면서 최종적으로 매매가격을 7억5000만원으로 조정하는데 동의해 매매에 이르게 됐다"고 했다.
그는 또 "이 과정에서 '이 당선인의 소개로 힐링센터를 높은 가격에 매입해 차액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지만 이 또한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지난 2013년 6월 당시 정의연이 쉼터 매입을 위해 경기도 인근을 둘러보던 중 당시 안성신문 대표였던 이 당선인이 부동산을 중개해주겠다고 해 답사를 통해 여러 조건이 맞아 매입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거래가 성사된 데 따라 이 당선인에 대한 중개수수료 등의 금품 지급도 없었다고 윤 당선인은 주장했다.
해당 쉼터는 지난달 4억2000만원에 매각됐다. 현대중공업이 마련해 준 쉼터 재원의 지정기부금 관리자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2015년 사업 중간평가를 실시한 결과 운영상 문제로 낙제점을 받으면서 사업비 반환과 쉼터 매각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매입가의 절반 정도 밖에 안되는 가격에 팔리면서 헐값 매각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매각 당시 주택의 감가상각, 오랫동안 매수희망자가 없어 시간이 흐르면서 건물가치가 하락한 점, 주변 부동산 가격변화 등 형성된 시세에 따라 매매가격이 결정됐다"며 "시세와 달리 헐값에 매각된 것이 아니라, 당시 형성된 시세에 따라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장기간 팔리지 않아 사업비를 반환하지 못하던 차에 떨어진 시세에 따라 어렵사리 계약이 성사됐다는 설명이다.
윤 당선인은 "오랜 시간 매각이 지연되는 점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기부금에 손해가 발생한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쉼터 매입 및 매각 과정에서 제가 어떠한 부당한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하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개인계좌 모금 죄송하다…개인적으로 쓰지는 않아"
윤 당선인이 고(故) 김복동 할머니 장례 조의금 등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기부금을 본인 명의의 개인 계좌를 통해 받아왔다는 언론보도도 여론 악화의 기폭제가 됐다. 국민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낸 성금을 개인 계좌로 받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으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4개의 개인계좌로 총 9건의 모금 사업이 이뤄진 점을 인정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전체를 위한 사업이 아닐 경우에 개인 계좌로 모금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김 할머니 장례비 모금을 비롯해 길원옥·김복동 할머니의 미국, 유럽 캠페인을 위한 모금, 베트남 빈딘성 정수조 지원을 위한 모금, 베트남 빈호아 학살 50주년위령제 지원을 위한 모금, 안점순·김복동 할머니 장례비 모금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는 "일시적인 후원금이나 장례비를 모금하기 위해 단체 대표자 개인명의 계좌가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고 저도 크게 문제의식이 없었던 것 같다"며 "금액에만 문제가 없으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으로 행동한 점은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제 개인계좌를 통하여 모금했다고 해서 계좌에 들어온 돈을 개인적으로 쓴 것은 아니다"라며 사적 유용 의혹은 강하게 부인했다.
윤 당선인에 따르면 4개의 계좌를 통해 이뤄진 9건의 모금을 통해 모인 금액은 약 2억8000만원이다. 이 가운데 약 2억3000만원은 모금 목적에 맞게 사용됐으며 나머지 약 5000만원은 정대협 사업에 사용됐다는 게 윤 당선인의 설명이다.
2014년 이후 6년 간 계좌내역을 다시 살폈다는 윤 당선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거래내역을 상세히 공개하지는 않았다. 이는 검찰에 고발된 사안인 만큼 수사과정에서 제출해 소명하겠다고 했다.
◈집 5채 현금 구입에 "정대협 활동과는 무관"
윤 당선인이 남편과 결혼 후 지금까지 총 5채의 집을 모두 현금으로 샀다는 의혹은 개인계좌를 통한 모금 및 사적유용 의혹과도 연결돼 있다. 야당은 1995년부터 2017년까지 윤 당선인과 남편, 부친이 다섯 채의 집을 모두 현금으로 샀다고 주장하면서 1992년부터 정대협이 모금운동을 시작한 것과 연관지어 자금 출처에 대한 수사를 요구해 왔다.
이에 대해 윤 당선인은 5채를 모두 현금으로 산 것은 간접적으로 인정하면서도 모금액을 아파트 구입자금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그런 일은 단연코 없다"며 "저와 저희 가족의 주택 매입은 어떤 경우에도 정대협 활동과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그에 따르면 1993년 1500만원의 전세자금으로 신혼살림을 시작한 윤 당선인은 1994~1997년까지 부모님이 거주하던 교회 사택에서 무상으로 거주하면서 돈을 모았고 이 기간 중인 1995년 첫 자가인 명진아트빌라를 4500만원에 구입했다.
이후 1999년 한국아파트를 7900만원에 사 다주택자가 됐다. 이 집은 윤 당선인 부부의 저축과 친정 가족들의 도움으로 마련하게 됐다고 윤 당선인은 전했다. 첫 집인 명진아트빌라는 2002년 3950만원에 매각했다.
현재 살고 있는 수원금곡엘지아파트는 2012년 경매로 2억2600만원에 취득했다. 윤 당선인은 "당시 남편이 암수술을 받은 다음이라 조금 더 편한 곳으로 이사를 가고 싶어 했다"며 "하지만 시세가 너무 비쌌고 경매를 알아보기 시작해서 지금의 아파트를 경매로 취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경매과정을 모르고 남편이 진행했다. 자금은 제가 갖고 있던 예금, 남편 돈, 가족들로부터 빌린 돈으로 해결했다"며 "제 개인계좌와 정대협 계좌가 혼용된 시점은 2014년 이후의 일이다. 현재 아파트 경매 취득은 2012년에 있었던 일로 후원금을 유용했다는 주장은 전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듬해인 2013년 기존에 갖고 있던 한국아파트를 1억8950만원에 팔아 1억1000만원의 시세 차익을 남겼다. 이 돈으로 현재의 집을 경매로 사기 위해 빌린 돈을 되갚고 남은 돈은 저축했다고 한다.
윤 당선인 남편 명의로 된 경남 함양의 빌라에 대해서는 "시누이 명의의 농가주택에 사시던 시부모님은 시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2017년에 1억1000만원에 팔고 시어머니가 혼자 살기에 편한 함양 시내 빌라를 남편 명의로 8500만원에 매입했다"며 "잔액은 남편이 보유하다가 2018년 4월19일 제 계좌로 입금했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 부친이 소유한 아파트에 대해서도 "제 아버지는 약 22년간 교회 사찰집사로 근무하면서 교회사택에 사셨다"며 "주택비용이 안드는 만큼 더욱 알뜰히 저축하셨고 22년 근무한 퇴직금을 한꺼번에 받아 현재 사시는 아파트를 4700만원에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딸 유학비, 남편 보상금 2억4000만원 등으로 충당"
피아니스트가 꿈인 윤 당선인의 딸은 현재 미국에서 유학 중이다. 이를 두고 야당은 연간 5000만원 정도의 부부합산 소득으로 생활비를 포함해 최대 1억원으로 추정되는 유학비를 어떻게 댔는지 의문을 제기해 왔다.
이에 대해 윤 당선인은 그동안 '남매간첩단' 사건 재심에서 남편이 받은 형사보상금 등으로 유학비를 마련한 것이라고 주장해 왔으며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이를 되풀이했다.
윤 당선인의 남편 김씨는 1993년 '남매간첩단' 사건으로 기소돼 이듬해 대법원에서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을 선고받았다가 재심을 신청, 2017년 5월 대법원에서 주요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에 대한 형사보상금과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금 등으로 약 2억4000만원을 받았고 이를 통해 유학비를 충당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딸 미국 유학에 소요된 자금은 거의 대부분 남편의 형사보상금 및 손해배상금에서 충당됐고 그 외 부족한 비용은 제 돈과 가족들 돈으로 충당했다"며 "저는 급여를 받으면 저축하는 오랜 습관이 있다. 주택 마련과 딸의 학비 그리고 조금이라도 안정된 삶을 꿈꾸기 위한 제 나름대로의 최소한의 생활방편이었다"고 해명했다.
◈ "할머니들 뜻에 따라 한일 합의 위로금 수령"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내용을 외교부로부터 들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의혹은 윤 당선인 관련 논란을 촉발시킨 도화선 중 하나다.
이에 대해 윤 당선인은 "누차 밝힌 바처럼 이는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 이런 사실은 외교부의 입장발표를 통해서도 확인됐다"고 재차 부인했다.
한일 합의 후 일본 정부가 주는 위로금을 피해자 할머니들이 받지 못하도록 막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모든 할머니들에게 수령의사를 확인했으며 온전히 각자의 뜻에 따라 수령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면서 "당시 저는 할머니들이 위로금을 수령한다고 해서 그 할머니들을 한일 합의에 동조한 것으로 매도해서는 안되며 오히려 이 문제의 근본적 책임은 양국 정부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 할머니들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밀실에서 합의를 강행한 외교 당국자들이 잘못된 합의의 책임을 정대협과 제게 전가하는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류경식당 종업원들과 담소 나눴을 뿐…월북 권유 없었다"
윤 당선인은 류경식당 탈북 종업원들에게 월북을 권유했다는 한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앞서 지난 2016년 4월7일 중국 내 북한 음식점인 류경식당 종업원 12명이 집단 입국했다. 20대 총선을 엿새 앞둔 시점이어서 당시 박근혜 정권이 만든 기획탈북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류경식당 지배인이었던 허모씨는 최근 언론을 통해 2018년 6월 서울 마포 위안부 쉼터에서 당시 탈북이 '기획납북'이었다는 취지의 공개 기자회견을 하자는 제안을 받았고 그해 12월 위안부 피해자 쉼터에서 할머니 등과 만난 자리에서 윤 당선인으로부터 다시 재월북하라는 회유를 받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 논란이 됐다.
윤 당선인은 "피해자 할머니들께서는 성폭력 피해자, 인권운동 관련 당사자, 활동가를 초청해 식사하고 교류회를 통해 밥상공동체를 형성하는 만남을 종종 가져왔다"며 "2018년 11월17일 마포쉼터, 평화의 우리집에 류경식당 탈북 종업원들을 초대해 활동가들이 직접 지은 음식으로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담소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양이 고향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길원옥 할머니와 탈북종업원들은 '탈북종업원들이 남한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학교공부가 끝난 후 밤늦도록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등의 이야기를 나눴을 뿐"이라며 "저와 정대협이 탈북종업원들에게 '금전을 지원했다, 월북을 권유했다'는 등 일부 언론보도는 모두 사실이 아닌 허위"라고 주장했다.
한편 윤 당선인의 해명에도 시민들의 반응은 냉답했다.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정모(58)씨는 "할머니가 직접 비난한 저런 사람이 국회의원도 되고 나라가 참 좋아졌다"며 "이용수 할머니 말이 맞지, 저 사람 말이 맞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 언론 보도로 나오는 의혹들은 다 증거가 있지 않느냐"며 "본인이 억울하다면 말로만 아니라고 하지 말고 증거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안 그러니 믿음이 안 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윤 당선인은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의 '개인계좌 후원금 모집 내역을 공개하라'는 요구에 "검찰에서 소명하겠다"고 말하며 공개하지 않았다.
서울 강남구 거주하는 이모(80)씨는 "전부 아니라고 하는데 그걸 어떻게 믿느냐"며 "누구나 법정에 가면 '안 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검찰에서 낱낱이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31)씨는 "기자회견이 그 전 해명자료와 별 다르지도 않아 진정성도 안 느껴졌다"며 "평소 민주당 지지자인데 당이 이렇게 국민적 반감이 큰 후보자를 끝까지 안고 간다는게 실망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어준씨 등이 윤미향을 안고 가기 위해 이용수 할머니 배후설을 제기하며 감싸는 것도 보기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형섭 기자 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