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오는 2047년까지 자치를 보장한 홍콩의 입법체제를 우회해 홍콩 보안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 법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모호한 규정'에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안법의 대상 규정이 애매하다 보니,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일반 시민도 기소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을 야기했고, 이것이 홍콩 자치에 대한 위협 요소로 인식돼 미국의 강경 대응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콩 언론인인 마이클 추가니는 28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오피니언란에 기고한 '중국 정부의 홍콩 보안법은 왜 안전에 대한 답 없는 많은 질문을 남기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22일 중국이 홍콩 보안법을 제정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한 뒤 한 외국 기자가 내게 '두렵지 않느냐'고 물었다"며 "언론인으로서 나는 이 법이 업무에 해로운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중국 의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홍콩 보안법을 제정했을 때 나는 여전히 중국 권위주의 정부를 혐오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라며 "홍콩 헌법 격인 기본법이 보장한 고도의 자치를 보장하도록 촉구한다면 나는 보안법을 어긴 것일까"라고 되물었다.
필자는 "(보안법이)중국 국가 안보 영역만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지 않아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이 법이 소급적용 되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만약 그렇다면 소름끼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본토 보안요원을 홍콩에 배치하는 것도 마찬가지다"며 "홍콩 보안법은 이를 허용한다. 지난 2015년 (반중 출판물을 발간한) 홍콩 출판업자가 (중국정부에 의해) 납치됐을 때 법적 허가가 있었느냐"고 꼬집었다.
추가니는 "(홍콩 보안법 제정이라는) 폭탄선언은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에 대한 대응이지만 체제 전복, 분리, 테러리즘, 외세 간섭 등 이 법이 규율하고 있는 영역은 나를 당혹스럽게 한다"고도 비판했다.
그는 "체제 전복은 정부를 파괴하려거나 뒤엎으려는 것"이라며 "홍콩 시민은 정부를 파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송환법에 반대하기 위해 평화롭게 행진했다. 시위대는 자유의 침해에 대해 분노를 터트렸다"고 강조했다.
이어 "분리도 그렇다. 어린 몽상가들로 이루어진 아주 작은 오합지졸 집단이 독립을 지지했다"면서도 "독립 지지 깃발을 흔드는 것이 그들이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실질적인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테러는 통상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사전에 계획된 폭력"이라면서 "지난해 폭력 사태는 계획적이 아니라 시위대와 경찰간 대치 끝에 이뤄졌다. 화염병 이외 8개월간 시위에서 어떤 폭탄도 던져지거나 원격으로 폭발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홍콩 정책법은 중국이 '일국양제'에 따라 약속된 고도의 자치권을 지킬 것을 전제로 홍콩에 중국과 별개로 특별 지위를 부여한다"며 "미국이 자국의 법을 집행하는 것이 간섭이 될 수 있느냐. 만약 그것이 간섭이라면 홍콩과 중국이 미국에 특별 지위를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간단히 해결된다"고 꼬집었다.
이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