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착한 사람을 표현할 때 '법 없이도 사는 사람'이라는 말을 한다. 굳이 법으로 제재를 가하지 않아도 알아서 양심에 따라 선하게 행동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럼 좋은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 아마도 법이 없어도 사회 전체가 별다른 문제 없이 잘 돌아가는 사회일 것이다.
이제 곧 21대 국회가 개원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국회의 개원이다. 이번 21대 국회에 바라는 것 한 가지가 있다. 제발 '법' 좀 그만 만들라는 것이다. 입법이 주 업무인 국회에 이게 무슨 말인가 하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불필요한 법이 너무 많다.
사업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조그만 동네 가게를 하나 내려고 해도 규제가 그렇게 많다고 한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진행하려고 해보면 법이 발목을 잡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더구나 요즘에는 사건 사고가 생기기만 하면 마치 법이 없어서 그런 사건이 일어난 것처럼 새로운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아이들의 이름을 붙인 법이나 특별법이 너무 많다. 필자의 생각에는 이미 있는 법들만 제대로 잘 적용하고 법대로만 처리해도 지금 일어나고 있는 문제의 많은 부분은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데 말이다.
청와대 청원은 또 어찌나 많은지 우리나라에 행정부처가 기능에 따라 각자 해결해야 할 일들을 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시콜콜 여론을 일으키고 선동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국회의원의 능력과 성과를 측정하는 기준이 '법안'을 얼마나 많이 발의했느냐에 달려있다 보니 너도 나도 쓸데없이 법안을 내는 데만 급급했지, 정작 그 법안이 실제로 어떤 효과를 가질지, 장기적으로는 어떤 결과를 나을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챙겨보지 않는다. 앞으로는 발의한 법안의 숫자로 국회의원의 의정을 평가하기보다는 얼마나 쓸데없는 법을 폐지하는 데 앞장섰는지, 그리고 자신이 낸 법안에 대해 얼마나 책임을 지고 그 결과를 추적하여 보고하는지에 따라 평가했으면 좋겠다.
구약성경에는 하나님께서 인간이 지킬 법으로 '십계명'을 주셨다. 이 열 가지 계명만 잘 지키면 인간이 가장 인간답게,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그리고 신명기 10장 13절 "내가 오늘날 네 행복을 위하여 네게 명하는 여호와의 명령과 규례를 지킬 것이 아니냐"라고 말씀하셨던 것처럼 십계명을 주신 목적은 하나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인간의 행복을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런 하나님의 계명을 나름대로 더 상세하게 나누고 분석하여 수십, 수백 가지의 새로운 법을 만들어 냈고 그것으로 사람들의 삶을 구속하고 숨통을 죄었다.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주신 법을 사람을 옥죄이고 죽이는데 사용한 것이다.
신약성경에서는 예수님께서 십계명도 많다 하시며 두 가지 큰 계명으로 법을 줄여주셨다.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이 그것이다. 율법을 완성하신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으니 이제 우리는 이 두 계명만 잘 지키면 진리 안에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이다.
법은 형식도 중요하지만, 법의 본질과 정신이 더 중요하다. 예수님께서 바리새인들의 종교적인 행위와 율법주의를 비판하신 이유는 그들의 경건이 위선적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더 중요하게는 법을 주신 하나님의 뜻과 마음을 살피지 못하고 본질에서 어긋났기 때문이다.
세상 법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행동을 법으로 세밀하게 규정하고 구속한다고 사회가 좋아지지 않는다. 사회의 각 구성원이 법의 본질과 그 정신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마음으로부터 동의하고 자발적으로 지킬 때 법치가 이루어지고 살 만한 사회가 되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법을 자꾸 만들어내기보다 교육을 통해 법이 없어도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양심에 따라 행동하며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이런 교육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교회가 아닐까 한다.
정소영(미국 변호사, 세인트폴 세계관 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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