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의 빛, 복지시설 탐방] 군포기초푸드뱅크

사회
복지·인권
이루리 기자
smw@cdaily.co.kr
굶주림 없는 사회를 꿈꾸다

음식점과 가정 등 하루 동안 배출되는 음식물은 1만 5천여 톤에 달한다. 우리는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사회 한편에는 경제적인 열악함으로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들이 아직도 많다. 누군가에겐 당연한 한 끼의 식사가 결식 이웃에겐 매일 걱정거리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곳이 있다. 소비되고 남은 잉여식품을 기탁 받아 결식 인구에게 지원하며 음식 나눔을 실천하는 '군포기초푸드뱅크'를 소개한다.

 

 

배고픔이 있는 곳에 찾아가다

1997년 말 국가적 IMF 위기 이후 산업구조가 재편되고 임금구조가 양극화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저소득층과 이들의 결식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됐다. 푸드뱅크는 결식아동, 독거노인, 재가 장애인을 포함한 소외계층에게 기부식품과 생활용품을 공급하기 위해 1998년 1월, 서울·부산·대구·과천 지역에 시범 사업으로 시작된 국가적인 사업이다.

그러나 당시 경기도 군포시에서는 경제 위기의 여파로 기본적인 음식의 공급이 절실한 가정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푸드뱅크를 운영하지 않았다. 이때, 사단법인 성민원 이사장 권태진 목사는 직접 시청에 찾아가 푸드뱅크를 운영할 차량, 인력 등 모든 것을 지원할 테니 사업 운영을 맡겨달라 요청했다.
그렇게 성민원은 2000년 10월 10일, 군포시로부터 푸드뱅크 사업을 위탁받았다. 0.5톤의 중고 냉동 탑차 한 대를 구입하고 현재 군포제일교회 복지센터 1층에 사무실을 무상으로 임대해 지역의 결식아동, 독거노인, 재가 장애인, 무료급식소, 노숙자 쉼터, 사회복지 시설 등과 연계해 푸드뱅크 사업을 시작했다.

 

 

새로운 복지 형태 서비스로의 확장

사업 초기인 2001년, 군포기초푸드뱅크는 식품의 생산·유통·판매·소비의 각 단계에서 발생하는 여분의 먹거리를 식품 제조업체나 개인 등의 기탁자들로부터 제공받아 이를 필요로 하는 복지시설이나 개인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새로운 복지 형태의 서비스로 지역 사회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사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충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직원과 다수의 자원봉사자가 굶주리며 고통 속에 놓인 이웃들을 위해 끊임없이 지역사회를 누볐다. 저소득층이 밀집해 있는 주택 단지와 임대 아파트를 중심으로 수급자들을 발굴하고 돕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그 결과 사업 첫해에 기탁 물품 후원 실적 1억 원이 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었고, 푸드뱅크 사업을 확대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군포기초푸드뱅크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개인 및 단체들과 기부받은 식품 등을 체계적으로 유지·관리하기 위해 기부식품 관리 시스템(FMS)을 도입해 인프라 구축에 완성도를 한층 높여나갔다.

성장세에 힘입어 2002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부터 1톤 냉동 탑차를, 2009년 군포시청으로부터 1톤 냉동 탑차, 냉장·냉동 시설 2대, 김치냉장고 1대 등의 다양한 장비들을 지원받았다. 안정적인 푸드뱅크 사업의 정착으로 2005년에는 위탁 사업자에서 벗어나 시로부터 정식 운영자로 지정받게 되었고, 그 규모가 점점 확대됐다.

2017년 2월, '식품기부 활성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되어 식품이라는 작은 범주로만 한정되었던 푸드뱅크 사업이 생활에 필요한 용품까지로 확대됨에 따라 서비스를 이용하는 개인 및 단체 이용자들에게 더욱 다양한 식품과 물품들을 전달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기탁에 참여할 수 있는 기업체가 증가했고, 수혜자도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음식으로 시작해 다양한 서비스 제공현재 군포기초푸드뱅크는 저소득층에게 식품과 물품 지원은 물론 임대 아파트 단지 내에서 무료배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식품, 물품 지원 사업은 약 20여 개 초·중·고교 급식소와 그 외 기탁처를 매일 방문해 빵, 떡, 두부, 가공식품 등 다양한 식품과 물품들을 받아온다. 기부품은 군포시의 긴급 지원 대상자, 차상위계층, 기초생활수급자와 사각지대 저소득 가정에게 전달된다. 또한 지역아동센터, 장애인복지시설, 노인복지시설과 같은 40여 곳의 사회복지시설 및 기관에 주 1~2회씩 전달하고 있다.

임대 아파트 무료급식 사업은 관내 임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저소득층 주민들을 위해 약 20여 곳에 해당하는 학교를 방문하여 조리한 후 남은 신선한 밥과 반찬을 수령해 배분하는 일이다. 수령한 식품은 지역 내 임대 아파트에 거주하는 석식이 필요한 독거노인, 장애인 등에 제공된다. 2000년대 중반까지 5곳에 무료급식을 시행했고, 현재는 3곳의 장소에서 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약 1000여 명 이상의 결식 어르신과 청소년, 아동이 음식을 지원받고 있다.

정기적인 활동 외에도 매년 시원한 여름 나기 지원 사업(6월의 크리스마스)을 진행한다. 혹서기를 대비해 경제적·신체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 가정 중 매년 50가정을 선정해 아이스커피, 미니 선풍기, 아이스팩 등을 제공한다. 이는 취약계층이 시원한 여름을 지낼 수 있도록 하는 푸드뱅크만의 특성화 사업이다.

군포기초푸드뱅크는 필요한 식품과 물품을 적기에 지원해 저소득 가정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더 나아가 대상자 개인의 상담을 통해 욕구와 필요를 파악해 다양한 사회복지 서비스를 연계해 제공한다.

매일을 감사로 채워주는 곳

절박한 상황 속에 푸드뱅크를 만난 수혜자는 삶을 풍성히 채워주는 푸드뱅크에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하루하루 삶의 무게를 느끼는 가운데에서도 의지할 곳이 있다는 것이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몇 년 전 가정에 가장이 흔들리고, 세 아이를 홀로 키우는 것을 안쓰러워하시던 어느 분의 권유로 군포기초푸드뱅크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기도하면 응답해 주심을 경험하며 사는 나에게 푸드뱅크를 통해 필요한 양식들이 그때그때 주어졌습니다. 덕분에 아이들이 잘 먹어 키와 몸이 쑥쑥 잘 자라고 있으며 나누고 베푸는 삶을 이웃과 더불어 실천하며 삽니다"

푸드뱅크를 통해 제공되는 다양한 음식으로 기본적인 삶을 보장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노부부도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매주 목요일이 되면 11시 전후로 군포기초푸드뱅크에 찾아가 빵과 여러 가지 음식들을 받았습니다. 그 덕에 한 주 동안 아침과 저녁식사를 든든하게 먹을 수 있었고, 기본적인 생활이 보장되었습니다. 늙은 우리 두 사람은 매일 아침 식사를 할 때마다 푸드뱅크로부터 제공받는 귀중한 식품을 보며 삶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늙고 형편이 어려운 우리에게는 아침 한 끼도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참 큰 도움이 됩니다. 젊은 푸드뱅크 직원분들의 열정과 예절 바른 행동은 우리에게 큰 감동이었고, 사단법인 성민원이 군포시라는 지역사회를 위해 많은 복지 사업들을 진행하는 것을 두 눈으로 보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사함을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