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에 출간된 책, CCC(한국대학생선교회) 설립자 김준곤 목사의 《예수칼럼》에는 다음의 글이 있다.
“프로그램 가운데 1948년 5월 31일 198명의 제헌국회가 모일 때 임시의장 이승만 박사가 ‘대한민국이 탄생한 것은 사람의 힘으로 된 것이 아니고 하나님이 주신 것이니 먼저 기립해서 감사 기도를 드리자’고 제안하여 이윤영 의원이 기도한 내용을 옮겨 실은 것을 보니 구구절절이 미국의 건국 조상들 기도보다 진한 신앙적인 것이어서 뜨거운 것이 가슴을 메웠다.”
김준곤 목사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자신의 신앙과 결코 뗄 수 없는 존재임을 고백했다. 미국의 건국 세력이 한 것보다도 더 신앙적인 기도 아래 이 나라가 시작되었음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
대한민국은 그 기도를 시작으로 이승만 대통령의 '기독교 입국론'이 실현되었다. 그것은 이승만이 한성감옥에서 받아들인 기독교 신앙, 그리고 배재학당과 미국 대학에서 배운 기독교 문명 등이 바탕된 것이다. 이승만은 책 《독립정신(1904)》, 《한국교회핍박(1913)》, 《Japan Inside Out(1941)》 등을 쓰면서 그 기독교 입국론을 정립했다.
대한민국과 함께한 그리스도의 계절
이승만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세웠다. 사회·공산주의는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고, 또 인간의 죄인된 본성을 거스르기에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리고 인간 개개인을 바꾸는 것은 국가가 아닌 교회이기에 이승만은 교회가 정부의 근원이 되게 한다.
그것은 북한 주민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승만은 대한민국 건국 당시 공산주의를 막기 위해 남한 단독정부수립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의 마음 한 구석에는 북한 해방과 자유통일을 이뤄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1953년 6.25 정전협정 직후에도 북한 주민들에게 "우리는 여러분들을 절대 잊지도, 모른 체 하지도 않을 것"이라 약속했다.
그리고 김준곤 목사 역시 그 가치, 대한민국이 건국될 때 자신의 가슴을 뜨겁게 한 그 신앙적인 가치를 결코 포기하지 않은 채 지니고 있었다.
김준곤 목사는 2008년, <주의 길을 예비하라> 집회에서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면 한국교회는 무너진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자유통일·흡수통일이 아닌, 북한 체제가 인정되는 통일은 신앙의 자유를 무너뜨린다는 의미였다. 이는 어쩌면 CCC 회원인 대학생들이 듣기에 불편한 말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김준곤은 자신이 진리라 생각하는 바를 주저않고 선포했다. 그리고 1년 후, 이 땅에서의 생을 마감했다.
대한민국과 함께 온 그리스도의 계절
김준곤 목사가 이토록 대한민국을 고수하고 북한 체제의 위험성을 알린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그가 그토록 바랐던 꿈, '민족 복음화'라는 그리스도의 계절에 있다. 북한 체제가 무너지고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가 북한 주민들에게도 전해지는 '자유통일'이 이뤄져야 민족 복음화 역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김준곤은 대한민국에 그리스도의 계절이 올 수 있도록 끊임없이 준비한다.
김준곤 목사는 미국의 조찬기도회를 모방해 1965년, 지금은 '국가조찬기도회'라 불리는 <국회조찬기도회>를 창설한다. 김준곤은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결코 기도가 빠져선 안 된다는 것을 깊이 알고 있었다.
누군가는 이 조찬기도회를 보고 정교분리(정치와 종교 분리) 위반이라 한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헌법 제20조 2항에 있는 정교분리는 종교인이 정치적인 말을 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는 게 아니다. 종교를 정치화하지 말라는 뜻이다. 결국 헌법 제20조 1항에 있는 종교의 자유를 더욱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김준곤 목사가 창설한 국회조찬기도회는 종교의 자유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당연히 만들어질 수 있는 모임이다.
그리고 1974년, CCC 주관 아래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엑스플로 74> 집회가 열린다. 김준곤 목사는 이 집회에서 "젊은이들이 예수의 꿈을 꾸고 인류 구원의 환상을 보며 한 손에는 복음을, 다른 한 손에는 사랑을 들고 지구촌 구석구석을 누비는 거룩한 민족이 되게 하옵소서"라 기도한다. 이 기도문은 찬양 <그리스도의 계절>의 가사가 되었다.
CCC 대표단은 이 집회를 치르기 전 서울 수유동 영락기도원에서 기도하며 준비했다. 이들이 1972년 <미국 엑스플로 72>에 참가하면서 미국 대도시 몇 곳을 둘러본 후에 한 기도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님, 미국이라는 나라를 가보니 기독교 정신 아래 나라가 평안하게 운영되고 정치 경제적으로 상당히 발전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무장공비가 나타나고 공산주의의 위협 아래 놓여 있습니다. 이 불안감을 어찌해야겠습니까.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가난한 것입니까. 주님, 이 불안과 어려움을 어찌해야 합니까. 주여, 민족 복음화의 불씨를 일으켜주시옵소서."
대한민국이 맞이할 그리스도의 계절
2020년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필자는 대한민국의 선배 세대에 더없는 감사를 표한다. 먹고 사는 것이 결코 당연하지 않았으며 글 하나 제대로 알기 힘들었던 그 시절을 뚫고 온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존경을 표한다. 그 덕분에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가 지켜지고 엄청난 경제 성장 아래 꿈 있는 삶을 살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선배 세대가 세우고 지켜 온 이 나라를 이어받고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위기를 맞고 있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리고 이승만 대통령이 못다 이룬 자유통일 역시 반드시 이뤄야 하며, 이를 통해 김준곤 목사가 못다 이룬 민족 복음화라는 그리스도의 계절을 맞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
이에 필자는 지난해 6월 24일, 한 언론사에 CCC 비판 칼럼을 기고한 적이 있다. CCC가 당월 19일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 탈퇴서를 제출한 것에 대한 비판 글이었다. (이 글이 많이 퍼져 CCC 회원과 CCC 출신 분들로부터 많은 메시지를 받았다. 비난도 있었지만 응원의 메시지가 훨씬 많았다. 당시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지난해 6월 5일과 12일 한기총은 '문재인 대통령 하야' 성명을 발표했고, CCC는 전광훈 한기총 회장이 막말과 정치적으로 편향적인 말을 했다며 한기총 탈퇴를 했다. 이는 매우 당황스러웠다. 전광훈 목사의 성명은 대한민국의 좌경화를 막으려 한 것뿐이었다. 그런데 CCC는 그 성명의 방식과 같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내용이 막말이자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이라 한다면, CCC는 대체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야 한다고 보는 건가 싶어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지난해 칼럼에서도 밝혔지만, 필자는 전광훈 목사라는 사람 혹은 한기총이라는 단체를 추종하는 것이 아니다. 김준곤 목사와 한기총의 관계에 대해서 말하는 것 역시 아니다. 크리스천으로서 대한민국을 보는 관점을 말하는 것이다. 크리스천으로서,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고 또 애초에 유물론과 함께 움직이는 사회주의를 경계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것이지 않겠는가. 또 문재인 정권이 사회주의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에 목소리 내지 않는 것 또한 잘못된 것이지 않겠는가.
CCC가 한기총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 설립자인 김준곤 목사가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라봤는가 다시 한 번 돌아보고, 그보다 더 위에 있는 하나님 말씀에 기초한 세계관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것이다.
CCC 회원들을 비롯한 대한민국 크리스천들이 일어나길 소망한다. 대한민국이 맞이할 그리스도의 계절을 준비한다.
황선우(세종대 트루스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