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지성 강영안 박사의 신간 <읽는다는 것>이 출간됐다. 기독교인이 성경을 읽어야 하는 이유와 방법을 제시한다.
인간은 본질상 '읽는 존재'라고 말한다. 하루도 읽지 않고 그냥 보내는 날이 없기 때문이다. 도로 표지판을 읽고, 휴대폰 메시지를 읽고, 책을 읽는다. 그런데 '읽기'는 행위에서 그치지 않고 인간 정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에 중요하다. 즉 "어떤 이야기를 읽고 어떤 이야기를 듣는가, 무슨 책에 감동되고 누구를 닮아가고자 하는가가 정체성(identity)을 형성하기 때문에, 무엇을 어떻게 읽는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신앙의 길에 들어선 사람이라면 무엇보다 성경 읽기에 열심을 내야 한다. 하나님이 자신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신 방식이 '성경 말씀'이기 때문이다. 성경을 읽지 않고서는 "하나님이 사람에게 무엇을 원하시는지, 무엇을 약속하셨는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특히 기독교는 '읽기'를 소중히 여기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기독교는 책과 문자를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는 전통으로서, 이 점에서 플라톤이나 근대의 데카르트 전통, 그리고 선불교와 노장 전통과 분명히 구별된다"고 말한다.
성경을 읽되, 너무 주관적으로 읽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성경은 "한 개인에게 준 책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준 책"이기 때문이다. 이에 혼자서 성경을 읽어나가는 것보다, "공동 읽기와 공동 묵상, 읽은 말씀에 바탕을 둔 나눔과 기도"를 해볼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공동 활동은 "성경 읽기의 객관화와 주관화를 막고 공동체를 세우는 역할을 한다고 밝힌다.
성경 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읽기와 삶이 분리되지 않는 것. 하지만 생각은 몸과 분리되어 있기에, 깨달은 바를 실천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현장에서 선한 삶을 실천할 때 성경 읽기와 묵상이 완성"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근래 한국 교회에서 큐티 문화가 활성화되고 있는 현상을 반가워하며, '큐티하는 교회'로 자리잡은 우리들교회(담임목사 김양재)를 본보기로 제시하기도 한다. 그는 "큐티를 권장하는 교회는 많지만 우리들교회처럼 개인의 큐티와 공동체적 나눔을 교회 전체가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하는 교회는 드물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성경을 통해 삶을 읽어내고, 삶을 가지고 성경을 읽어내는 우리들교회의 묵상 방식이 한국 교회에 깊이 뿌리내렸으면 한다"고 밝혔다.
총 10장으로 구성돼 있다. 읽는다는 게 과연 무엇인지를 묻고(1장), 문자로 된 책 읽기를 부정적으로 본 전통과(2장), 이와 반대로 읽기를 매우 소중하게 본 기독교 전통(3장)을 고찰한다. 이어 '읽기의 현상학', '읽기의 해석학', '읽기의 윤리학'(4, 5장)을 다룬 후, 6장에서는 우리들교회의 성경 읽기 방식을 독서법의 전통에 비추어 살핀다. 이어 7-9장에서는 읽기와 관련해서 실제로 발생하는 물음 세 가지를 다룬다. 성경을 어떤 책으로 읽어야 하는가, 성경을 균형있게 읽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성경 읽기과 삶의 거리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 하는 물음이다.
저자 강연안 박사는 한국칸트학회, 한국기독교철학회, 한국철학회 회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현재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와 미국 칼빈신학교 철학신학 교수로 있다. 저서로 '강교수의 철학 이야기', '신을 모르는 시대의 하나님', '어떻게 참된 그리스도인이 될 것인가' 등이 있다.
읽는다는 것 ㅣ 강연안 ㅣ IVP ㅣ 272쪽 ㅣ 1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