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등 5월 기억 되짚어보는 책 잇단 출간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기를 맞아 당시 5월을 기억하기 위한 도서들의 출간이 이어지고 있다.
5·18은 6·25전쟁과 제주 4·3항쟁에 이어 가장 많은 국민이 희생된 비극적 사건이다. 4·19 혁명보다 많은 희생자가 나왔고 보다 잔혹했다.
한국의 민주화를 이끈 5·18. 그 때 상황에 대한 정리부터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까지, 그 날의 기억을 만나게 해줄 소설, 역사서, 답사기, 회고록, 비평 논문 등을 소개한다.
◇무한 텍스트로서의 5·18
총 18명의 저자가 참여한 비평논문집. 5·18에 대해 아직 드러나지 않은 진실을 성찰하려는 노력이 담긴 19편의 글들이 담겼다. '무한 텍스트'라고 칭한 것은 5·18이 '무한히 열려있는' 텍스트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눈에 띄는 점은 5·18을 그간 명명해온 대로 '항쟁'이나 '민주화운동' 등의 개념을 내세워 칭하지 않는다. 그저 '5·18'이라고 호명해 중립성을 지킨다.
5·18에 대한 그간의 사회과학적, 인문학적 성취와 새로운 통찰을 담은 글들을 만날 수 있다. 5·18을 다룬 문학작품과 영화들에 대한 비평 등을 통해 5·18의 의미를 재구성하고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서도 짚어본다. 560쪽, 김형중·이광호 엮음, 문학과지성사, 2만6000원.
◇한국 민중항쟁 답사기 '광주·전남'편
정부 수립 이후 각 지역의 항쟁사를 그 지역 사람으로부터 들을 수 있는 책. 기존의 사료(史料) 중심이 아니라 지역 사람이 바라본 그 지역과 인물에 대한 이야기로 항쟁사를 풀어나간다.
지역 출신의 소개로 듣는 5·18은 여행 에세이를 보듯 편하면서 머릿속에도 잘 들어온다. 5·18 역사의 현장인 금남로와 전남도청까지의 거리, 차선 수 등 현장 묘사와 함께 구체적 시간이 포함된 과거 사건을 자연스레 녹아있다. 456쪽, 이혜영 지음, 내일을 여는 책, 2만3000원.
◇꺼지지 않는 오월의 불꽃 : 5·18 광주혈사
신흥무관학교 기념사업회 김삼웅 공동대표가 지금까지 확인되고 알려진 사실, 자료를 토대로 5·18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군부 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 신군부의 실체부터 그들이 왜 하필 광주를 찍었는지, 5·18 항쟁 전날 밤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일들에 대한 이야기와 5·18 첫 시위부터 열흘 동안의 모습을 하루씩 나누어 보여준다. 저자는 5·18의 역사성과 가치, 성과는 무엇이고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를 풀어간다. 5·18의 특징 10가지를 꼽으며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등을 일러준다. 360쪽, 두레, 1만9000원.
◇요즘, 광주, 생각
12명의 밀레니얼 세대에게 5월 광주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직접 물어본 책이다. 도시연구가, 역사학자, 교사, 광주 출신 청년, 프로듀서, 기자, 페미니즘 서점주인, 의무경찰, 회사원 등이 역사로서의 광주를 넘어 일상적인 광주, 앞으로의 광주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광고회사에서 근무하던 두 명의 저자가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영감을 얻어 진행한 프로젝트다. 1980년 그날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역사 속에서 5·18이 가진 가치와 의미를 생각해보고 되짚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172쪽, 오지윤·권혜상 지음, 꼼지락, 1만2500원.
◇제니의 다락방
제니퍼 헌틀리는 1980년 5월, 아홉 살의 나이로 광주민주화운동을 목격했다. 그는 당시 최후의 보루가 됐던 양림동 선교마을에 남아 시민들을 숨겨주고, 부상자를 돌보고, 사진을 찍어 광주의 진실을 알렸던 찰스 베츠 헌틀리 목사의 막내딸이다.
광주 시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시끄러운 퍼레이드처럼 느꼈다가 점차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아빠를 돕는 제니의 시선을 통해 그 때 그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5월 광주를 어린이의 시선으로 기록한 책. 186쪽, 이화연 옮김, 김정혁 그림, 하늘마음, 1만2000원.
◇5월18일, 잠수함 토끼 드림
'잠수함 토끼'는 산소측정기가 없던 시절 잠수함에 공기가 부족해지거나 오염이 생기면 자신의 죽음으로 그 사실을 알린다. 그날 광주에선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다.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도 있는 것이다. 작가들은 각자의 소설에서 희생자들을 그 시대의 '잠수함 토끼'에 비유하며 그들을 기린다.
박효명, 하명희, 전혜진, 표명희, 정미영, 정도경 등 권위 있는 문학상을 수상한 중견 작가부터 5·18문학상으로 등단한 작가 등 걸출한 이력을 자랑하는 작가들이 참여했다. 이들의 작품은 5·18이라는 단어에서 출발해 4·19혁명, 부마민주항쟁, 요즘 시대까지 우리 사회 민주화를 위해 싸워 온 모든 사람들을 향한 추모를 담고 있다. 208쪽, 박효명 등 지음, 우리학교, 1만3000원.
임종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