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동성애자 전용…긴급휴업 돌입
내부 130평 규모…휴식공간 등 갖춰
'휴게텔', '릴렉스룸'에서 즉석만남도
최근 성소수자들이 주로 찾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 방문자를 시작으로 코로나19 관련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성소수자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영업장들이 추가 감염 예방을 위한 긴급휴업에 돌입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동성애자 전용 헬스장은 지난 8일부터 긴급휴업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 헬스장은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에 들어가 있지 않고 아직까지 관련 확진자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헬스장은 24시간제로 운영되지만 전날 오후 찾은 헬스장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문 앞에는 A4용지에 '5월8일부터 5월12일까지 임시휴업을 결정했습니다. 추후 밴드 혹은 카페를 통해 더 자세한 공지를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적힌 안내문이 부착됐다.
이 헬스장은 당초 지난 12일까지 휴업을 한 뒤 다시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이태원 클럽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나오면서 휴업을 연장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문을 연 것으로 알려진 이 헬스장은 남성 동성애자들 전용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헬스장 공식 홈페이지에는 '이반 전용 국내 최고 시설의 헬스 휴게텔'이라고 적혀 있다. '20·30 세대의 젊은 이반들을 위해 피트니스와 오랫동안 머무르고 싶은 휴식처를 만드는 것이 비즈니스 모토'라는 것이 이 헬스장의 설명이다. '이반'은 성소수자를 지칭한다.
이 헬스장 인근에서 영업하는 한 상인은 "헬스장이 가게와 가깝기도 하고 24시간 운영에 잘 수 있는 공간도 있다고 해서 회원 등록을 하러 갔었는데 관계자가 '일반인은 등록할 수 없다'고 해서 그냥 나왔다"고 말했다.
인근 식당에서 일하는 여성 A씨 역시 "운동하고 싶어서 등록하기 위해 방문했는데 관계자가 '여성은 안 된다'고 해서 못 들어갔다"고 전했다.
헬스장으로 갈 수 있는 출입구는 3군데가 있지만, 확인해 본 결과 건물을 통하지 않고 헬스장으로 바로 갈 수 있는 정식 출입구는 폐쇄된 상태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면서 헬스장 측이 정식 출입구는 일시적으로 막아놨다는 것이 인근 상인들의 설명이다.
이곳은 남성 코치 3명이 1대1 개인레슨을 통해 회원들의 운동을 지도해주는 등 일반적인 헬스장과 같은 역할을 하지만, 내부에 있는 휴게텔과 릴렉스룸 등 공간에서는 회원들의 즉석 만남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헬스장 관계자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곳이라면 자칫 성적 수치심을 입는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어서 문제였겠지만, 동성애자들만 알고 드나드는 업소란 점이 참작되기 때문에 (헬스장은) 풍속영업법상 음란행위 장소 제공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또 "저희가 성매매를 알선하거나 직원을 고용해 유사 성행위를 시키지 않기 때문에 고객들은 안심하고 헬스장을 게이들의 만남의 장소 또는 헬스 공간으로 이용하시면 된다"고도 했다.
지난 11일에는 "현재 다들 검사를 기피하고 있어 누가 보균자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가게를 열거나 영업을 하는 것은 미친 짓이고, 직원 및 고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라고 판단된다"며 "(휴업이) 몇 주가 될지, 한 달이 될지 모르겠지만 다들 건강하게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는 공지를 올렸다.
이 헬스장의 경우 이태원 클럽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긴급휴업을 실시하는 등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했지만, 성소수자들이 자주 찾는 시설인 만큼 인근 상인들 사이에서는 장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한편 이태원 클럽을 통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벌어진 이후, 당시 클럽을 방문했던 일부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검사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성소수자들을 향한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박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