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재정건강성운동이 14일 오전 서울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종교인 퇴직소득세에 관한 성경적 의미와 실정법적 의미 고찰’이라는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김현아 팀장의 인도로 먼저 문시영 교수(남서울대학교 기독교윤리)가 ‘공적 제자도를 실천합니다’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문 교수는 “목회자의 퇴직에는 그에 합당한 예우가 반드시 필요하며 이것을 전제해야 한다”며 “재직기간의 수고와 헌신을 존중받아야 하며, 퇴직 목회자도 노후를 꾸려가야 할 생활인이다. 그러나 합당함의 범위와 방식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목회자 납세 자체에 관한 논의가 1라운드였다면, 퇴직소득에 관한 논의는 2라운드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1라운드에서는 과연 목회자 납세가 ‘가이사의 것에 속하는가’ 하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었고, 가이사의 것이라는 결론이 났다. 이 과정에서 ‘당하는 개혁’이 아니라 ‘책임적 응답’이 되게 하자는 점”이라고 했다.
이어 “목회자 납세는 개인의 도덕성 문제라기보다 제도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이며, 시대의 변화와 시민의 요구 앞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2라운드는 가이사의 것을 어떤 방식으로 납부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개정안에 따르면, 2018년 1월 이후 근속기간에 전체기간을 나눈 비율을 곱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과세대상 금액이 크게 줄고, 심지어 2018년 퇴직해 원천징수 됐다면 초과납부 세금도 환급받을 수 있으며 특히 퇴직금이 많은 대형교회일수록 혜택이 커진다”고 했다.
문 교수는 “가이사의 것으로 정해진 이상, 성실납세가 답”이라며 “시민사회에서 탐욕의 문제로 비화될 여지가 큰 만큼 한국교회가 성실납세를 선언하고 책임적인 자세를 보이기를 정중히 제안하는 바”라고 덧붙였다.
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듯이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마태복음 22:21)는 구절에 대한 여러 신학자들의 해석이 분분하고, 세금 문제 합법화 구절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며 “또 가이사의 것과 하나님의 것을 대등하게 여기는 문구도 아니다. 하나님의 것이 훨씬 중요하고 본질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가이사의 것에 대한 논란 때문에 하나님의 것에 소홀해진다면 그것도 문제이다. 여기서 말하는 하나님의 것이란 헌금을 지칭하는 부분도 있지만,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는 길에 헌신하라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며 “그러므로 이 부분에서 공적 제자도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공적 제자도는 우리 모두가 사적 제자가 아니라 공적 제자로서의 정체의식을 가지고, 기독교신앙의 공공성을 구현하자는 뜻으로 이것을 가로 막는 큰 도전은 번영의 복음이다. 번영을 위한 복음, 번영의 신학을 넘어서야 하며, 목회자와 교회가 번영의 복음에 길들여진 탐욕의 사람들로 비춰지게 해서는 공적 제자도를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적 제자도의 실천은 하나님의 것을 하나님께 바치는 중요한 통로이며, 이번 논란을 계기로 한국교회는 번영의 복음을 넘어, 복음의 사회적 증인이 되는 일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두 번째로 발표한 최호윤 회계사(삼화회계법인)는 “세금은 공동체 운영경비를 구성원이 분담하는 것이기에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그것이 직접세이든 간접세이든 분담하는 것이 당연하고, 세금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는 구성원들의 합의로 분담원칙을 정하며, 구성원간 차별 없는 형평성이 전제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성경이 세금 계산 구조를 직접적으로 언급했더라면 우리의 고민이 덜어졌을 것”이라며 “성경에는 직접적인 언급은 없으나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두 가지 기준이 충족되는 방향에서 우리가 분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세금에 대한 고민은 크게 두 가지로 첫째 ‘세금을 내는 것이 하나님사랑과 이웃사랑인가? 아니면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이 하나님사랑과 이웃사랑의 가치를 지키는 것인가?’ 둘째 ‘세금을 내면서 종교인들이 차별적인 부당한 대우를 받는가?’이다”라고 했다.
최 회계사는 “지역교회로부터 수령한 퇴직금에 대해 퇴직소득세를 과세하는 것이 하나님 사랑에 반대되는 행동인지 또는 국민으로서 형평성을 침해받는 차별적인 대우인지를 묻는다면 아니라고 본다”며 “2천년 전 박하와 회향과 근채의 십일조는 챙기지만 정작 더 중요한 정신인 의(justice)와 인(mercy)과 신을 버렸다고 질책한 예수님의 메시지가 기억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