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인류는 역사의 분기점을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준으로 BC(Before Christ)와 AD(Anno Domini)로 나눠 왔지만, 역사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지우고 싶은 사람들은 기원 전후를 BCE(Before Common Era)와 CE(Common Era)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다 최근에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를 기준으로 나누는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중세 시대 흑사병이 돌 때도 있었고 1차 세계대전 이후 스페인 독감이 많은 사상자를 냈지만 이렇게 전 세계가 거의 동시에 겪는 전염병은 우한 코로나가 처음이 아닌가 한다. 그야말로 팬데믹(Pandemic) 상태에 각 나라와 대륙 별 대응 방식과 수준에 많은 편차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처음으로 이동 제한령, 봉쇄령,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단어를 일상적으로 듣게 되었고, 대규모의 실직 또는 도산을 막기 위해 전 국민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일도 발생했다.
여러 가지 현상 가운데 그리스도인으로서 가장 주목해 보아야 할 것은 교회가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우리나라 교회들은 더더욱 그러할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이미 교회의 위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번 우한 코로나의 주된 전파경로였던 이단 신천지 때문에 교회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훼손되었다. 일반 국민들은 신천지와 정통교회를 구분하지 않고 또 구분하기도 어렵다. 많은 이단들이 모두 '교회'라는 말을 쓰고 있고, 정부와 언론에서 집단 감염 우려 집단으로 계속 교회를 공격했기 때문에 이제 교회는 나이트클럽, PC방 같은 유흥업소와 같은 부류로 분류되고 있다.
교회 내에서도 어려움이 많다. 교인들이 인터넷으로 예배를 드리다 보니 처음 한두 주는 교회에 가고 싶기도 하고, 교인들의 모임을 그리워하다가 기간이 늘어나면서 편안함을 느끼기 시작하는 것 같다. 굳이 신경 써서 차려입지 않아도 되고, 시간의 제약도 없는 인터넷 예배를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교회의 헌금이 많이 줄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그래서 교회가 하고 있는 선교와 구제 사역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들었다.
마지막으로 새신자들이 교회에 나가기가 더 불편해지고 있다. 신천지인가, 아니면 다른 이단인가 두렵기도 하고, 혹시 전염병이 집단발병하지 않을까 해서 낯선 이들을 경계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예수님이 궁금하고, 마음이 힘들어 기도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언제나 문이 열려있어야 하는 교회가 더 이상 그 일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하나님은 늘 교회가 정체되고, 복음이 희미해질 때마다 고난과 핍박이라는 방법으로 그리스도인들을 흩으시거나 깨우셨다. 초대 예루살렘 교회 때에도 그랬고, 로마제국의 박해 때도 그랬다. 역사를 살펴보면 교회는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영적으로 더 강해지고 부흥했던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코로나의 위기 속에서 하나님께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우리를 이끌어 가시는지 잘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먼저, 기독교는 다른 이단과 더욱 분명하게 차별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차별성을 우리 이웃들이 정확히 알고 더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사명이 더욱 분명해졌다. 교회 안에서 우리끼리 은혜받고 좋아하던 시간은 이제 끝이 났다. 공동체의 삶 속에서 우리의 믿음을 삶으로 증명해 내지 못한다면 주님의 몸된 교회로서 개인이나 공동체나 그 존재 의미를 상실하게 될지도 모른다.
두 번째, 예배가 '재정의'되어야 한다. 예배는 '드리는 것'이지 '보는 것'이 아니다. 일주일에 한 번 교회에 나가서 예배를 보든, 인터넷으로 예배를 보든, 우리에게 예배는 하나님께 우리의 삶을 '산 제사'로 드리는 것이라는 의식이 없다면 그 예배는 진정한 예배가 아닐 것이다. 한동안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리지 못함으로 성도의 공동체가 함께 드리는 예배에 대한 목마름이 컸을 것이다. 공권력으로 예배를 드리지 못하게 된 경험은 대한민국 70년 역사상 처음이다. 예배의 자유가 처음으로 침해받게 된 이때, 지금까지 너무도 당연하게 누렸던 자유에 대해 하나님께 깊이 감사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초대교회의 정신과 모습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앞으로 이런 팬데믹 전염병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그때마다 교회가 함께 모여 드리는 예배를 금지당해야 할까? 이번 기회에 구역, 셀 등을 중심으로 가정에서 드리는 예배를 평소에 더욱 강화하여 소그룹으로나마 함께 드리는 예배가 계속 살아있을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아마 목사님의 숫자가 더 늘어나야 할지도 모르겠다. 소그룹을 더 잘 가르치고, 인도하려면 심방도 더 많이 해야 하고, 더 심도 있는 멘토링을 제공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해 왔다. 이제 우리에게 왜 이런 시간을 허락하셨는지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할 시간이다.
정소영(미국 변호사, 세인트폴 세계관 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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