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첫 환자가 나온 이태원 클럽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50명을 넘겼다. 지난 9일 24명이 추가 확진된데 이어 10일까지 누적 54명이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 중 7명은 가족과 지인 등 총 11명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전파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3차 감염 사례까지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무증상 감염자가 약 30%를 차지하고 있어 조용한 전파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방역당국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5~6일까지 이태원을 방문한 자들의 자발적인 신고와 증상 유무와 관계 없는 검사 등 신속한 접촉자 조사 및 격리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질본)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10일 오후 충북 오송 질본에서 코로나19 정례브리핑을 열고 "벌써 54명의 확진자가 확인됐으며 7명이 지역사회에서 가족·지인 등을 전염시켜 11명의 2차 전파 사례가 보고될 만큼 전파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전염력이 높은 특성을 보여주는 상황"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지난 6일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 용인 66번째 환자는 지난 1일 밤 11시쯤부터 2일 새벽 4시 사이 이태원 주점 '술판'과 '킹클럽', '트렁크', '퀸' 등 클럽과 주점을 여러 군데 방문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된 황금연휴 기간 경기도 양평과 강원도 홍천 등에 여행도 갔다. 2일 함께 주점을 방문했던 경기 안양 23번째 환자도 비슷한 시기 확진됐으며, 이후 경기 용인 확진자의 직장 동료와 지인, 가족 등이 줄줄이 확진됐다.
지난 9일에는 서울시 이태원 소재 클럽 관련 접촉자 조사과정에서 이태원 클럽 직접 방문이 확인된 18명, 이로 인한 접촉자 등 6명이 추가로 확진됐다.
지역별로 서울이 30명으로 가장 많고 경기도가 14명, 인천 6명, 충북 2명, 부산과 제주가 각 1명씩이다. 초발환자로 지목된 용인 66번째 환자 포함 이태원 클럽을 직접 방문한 이가 43명, 가족이나 지인, 동료 등 기타 접촉자 수가 11명이다. 이들로부터 발생한 3차 전파 사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는 않았다.
확진자 중 30%는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무증상 감염자로서 '조용한 전파' 매개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질본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6일까지 황금연휴 기간 서울 이태원 소재 클럽을 방문한 사람은 코로나19에 감염 위험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지난 2일 킹클럽을 방문한 이들 중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했고 양성률도 높다.
확진자들 중 간호사 등 의료인도 포함돼 있어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한 2차 감염, 특히 집단발병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성남의료원은 지난 1~2일 이태원 클럽에 다녀온 남성 간호사가 확진됨에 따라 전체 의료인에 대한 전수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인천지역에 있는 정신병원 한 군데에 관련 확진자가 입원을 한 것으로 드러나, 입원 환자 및 종사자에 대한 전수검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아직까지는 모두 음성 판정이 나온 상황이다.
정 본부장은 "잠복기이기 때문에 더 지켜보고 격리조치하면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제주도 의원급 의료기관 한 군데와 병원급 의료기관 한 곳에서 종사자가 있었기 때문에 현재 4개 정도가 관리대상으로 관리 중"이라고 말했다.
질본은 이들에게 외출을 자제하고 자택에 머무르고, 관할 보건소나 1339 등에 문의해 진단검사 등 보건소 조치사항에 따라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정 본부장은 "지난달 말부터 클럽·주점과 같이 밀폐된 공간에서 불특정 다수와 밀접 접촉을 한 경우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다면 관할 보건소, 1339를 통해 선별진료소에서 진단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지자체와 의료기관의 선별진료소에서도 클럽 등 접촉력과 노출력을 반드시 확인하고,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적극적으로 진단검사를 실시해줄 것을 요청했다.
정 본부장은 "이태원클럽 집단발병과 관련해서 밀폐된 시설 또는 밀도가 높은 공간에서의 밀접한 접촉으로 인해서 발생한 집단감염 사례"라며 "지역사회 추가적인 전파 차단은 시간과의 싸움이며 속도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서울시 등 지자체가 신속한 역학조사와 광범위한 진단검사로 연결고리를 찾고 추가적인 확진자를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중이 이용하는 밀폐된 공간에서의 접촉 후 또는 의심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코로나 감염을 의심하고 조기에 진단검사를 받는다면 조용한 전파를 차단할 수 있다"면서 "힘들게 되찾은 소중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방역당국과 고위험시설의 운영자, 국민 한 분 한 분의 감염예방을 위한 책임 있는 실천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연희 김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