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많은 신앙인이 구약 성경을 멀리하고 있다. 아담과 하와의 에덴동산, 노아의 방주 이야기 등을 고대 설화 쯤으로 치부해버리면서 의미 두기를 꺼리는 것. 이 가운데 신간 '우주의 시작: 창세기 1-11장'은 창세기의 첫 열한 장을 통해 인간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
저자 드루 존슨(Dru Johnson)은 창세기 1-11장에 등장하는 갖가지 주제인 "우주의 시작, 인간의 본질, 가족, 성, 속임, 죽음, 살해, 집단 학살, 생태학, 도시화" 등이 "오늘날에도 우리가 고민하는 주제"라고 말한다. 또 "이 세상의 삶과 현실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기에 "이야기 중의 이야기"라고 평가한다.
창세기가 과학적 근거를 찾기에 적합한 책은 아니다. 일부 기독교인들이 창세기에서 빅뱅 우주론, 자연 도태 등의 과학적 주장에 대한 반박 근거를 찾으려고 하지만, 창세기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는 커녕 "레이저처럼 몇몇 사람들에게만 초점을 맞춘 채 이스라엘과 세상 이야기를 들려 주려" 한다.
저자는 "성경 저자들이 수백만 가지에 달하는 세부사항과 이야기들을 본문에 집어넣을 수도 있었지만, '이' 세부사항과 '이' 이야기들을 선택해서 우주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려고 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창세기 역시 여느 글과 마찬가지로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내용을 취사선택해 어떤 틀에 담아 쓰여졌다는 것. 그에 따르면 창세기의 목적은 무엇보다 "하나님의 이야기와 아울러 이 땅과 인류를 향한 그분의 계획의 틀을 만드는 것"이다.
창세기 속 인류 이야기에서 인간이 저지른 각종 어리석은 시도의 배경을 탐구하면서, 하나님과 인간에 대한 이해를 도출한다. 또 인간의 죄에 대응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역설함으로써, 현대 성경 독자로 하여금 창세기를 통해 신앙을 재정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선악과 사건의 핵심은 단지 열매를 따먹은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남자가 신뢰의 대상을 여자로 바꿨다"는 사실에 있다. 아담은 하나님보다 하와를 신뢰했고, 하와는 뱀에게 귀를 기울이면서 하나님이 유일하게 먹지 말라고 하신 나무 열매를 몹시도 원하게 된 것이 직접적인 배경이다.
또 창세기 6장에 등장하는 '네피림' 문제에서 그들이 혼혈이니 외계인이니 하며 정체를 따지는 일은 큰 의미가 없다. 핵심은 그들이 '이름난 사람들'(창세기 6:4)이었다는 데 있다.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6:4)이라는 게 무슨 개념인지 알아낸다 해도, 이와 상관 없이 창세기는 이어지는 장들에서 바벨탑 사건, 아브라함의 '창대한 이름' 약속을 통해 '대단한 이름을 얻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라고 질문하는 일에 더 집중한다.
이 책을 추천한 류호준 교수(백석대 신학대학원 은퇴교수, 구약학)는 "저자는 창세기 1-11장의 해설을 통해 현 시대에 적실성 있는 성경적 세계관을 도출해내어, 실제적으로 적용 가능한 가르침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드루 존슨은 미 킹스 대학 부교수(성경학)이며, 성서학회(Society of Biblical Literature) 히브리 성경과 철학 프로그램 부서의 공동 의장으로 있다.
우주의 시작: 창세기 1-11장 ㅣ 드루 존슨 저, 이여진 역 ㅣ 이레서원 ㅣ 168쪽 ㅣ 1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