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에 대해 임상 시험 효과 등이 입증되는 대로 특례 수입 절차 등을 빠르게 진행하기로 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은 2일 오후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관계당국과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조하고 전문가들과 논의해서 렘데시비르의 임상시험결과에 대한 정리, 국내에 유사시 특례 수입 절차의 빠른 진행 등에 대해 충분히 대비하고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렘데시비르는 미국 제약회사 길리어드사이언스의 항바이러스제로 체내 침투한 바이러스의 유전 물질 복제를 막는 방식으로 바이러스를 억제한다. 애초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해왔으나 효능을 입증하지 못했다가 최근 코로나19 환자 대상 임상 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보고되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AP 통신과 월스트리트 저널 등에 따르면 FDA는 현지시간으로 1일 길이어드사에 세계적 대유행 기간 코로나19 치료제로 렘데시비르를 긴급투여할 수 있도록 인가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권 부본부장은 "정식 사용승인은 아니고 코로나19가 의심되거나 확진된 환자 중에서도 중증의 환자, 특정해서 산소포화도가 94% 이하이면서 산소를 흡입하거나 또는 기계적 호흡, 심지어 에크모 등 중증 환자인 성인과 아동에 대한 치료로 국한돼 긴급사용승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 FDA가 긴급사용승인을 하기 전까지 렘데시비르는 코로나19는 물론 에볼라 치료제로도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공식 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렘데시비르를 국내로 들여오려면 특례 절차가 필요하다. 약사법 제85조의2에 따르면 식약처장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감염병 대유행 등 국가 비상 상황의 경우 품목허가나 신고를 하지 않은 의약품을 수입자가 수입하고 제조업자가 제조할 수 있도록 특례 조항이 있다.
권 부본부장은 "방역당국에서는 일단 식약처(식품의약품안전처)와 긴밀히 협의와 협조를 하고 있다"며 "약사법에 특례 수입 조항이 있기 때문에 식약처장은 관계부처장 요청에 따라서 품목허가나 품목신고가 되지 않은 의약품에 대해서도 제조를 하게 하거나 수입자로 하여금 수입하게 하는 행위 등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 전제 조건이 있다. 실제 렘데시비르가 효능이 있다는 임상 시험 결과가 필요하다.
현재 미 국립보건원(NIH) 주도로 미국 포함 전 세계 10개국 67개 기관에서 렘데시비르 임상 연구가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대병원이 NIH 협력기관 자격으로 연구를 하고 있으며 길리어드에서 신청한 임상 3상 2건까지 총 3건의 임상 시험이 진행 중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의 렘데시비르 임상 시험 결과는 이르면 이달 중순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
권 부본부장은 "국내에서도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고 중앙임상위원회 등 전문가들 중의 일부가 그 임상시험에 참여하거나 또는 참여하고 있는 기관에 소속돼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권 부본부장은 "임상시험결과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영역이기 때문에 일부 사망률과 관련해서는 통계학적인 유의성에 대해서 좀 의문을 표시하는 전문가들도 있다"면서도 "렘데시비르가 최초로 권위있는 미국의 FDA 기관에서 긴급사용승인을 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방역당국에서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에 따르면 미국·영국·독일·스페인 등 환자 1070명에게 렘데시비르를 투여한 결과 렘데시비르 사용 환자는 회복일이 평균 11일로 가짜약(플라시보)을 사용한 환자(15일)보다 4일가량 빨랐다.
임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