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후 북한사역 하려면 늦어, 지금부터 북한사역 동참해야
북한선교 각개전투 하지 말고 힘 집약해 영역별로 감당해야
북한 열리면 지역 분할로 들어가 건강한 북한교회 재건해야
모퉁이돌선교회, 북한 유사 시 대응 정리 매뉴얼 이미 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수술 후 위중설이 21일 확산된 후 김정은의 건강 상태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정은은 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 주재 후 지금까지 공식석상에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고, 북한 매체들도 김정은의 발언이나 사진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신변에 관한 온갖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북한 매체들의 반응이 잠잠한 것도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26일부터는 중국 의료 전문가팀 약 50명이 김정은의 건강에 대해 조언하기 위해 북한에 파견됐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한미 정보당국은 현재 김 위원장이 의료적 조치를 받았지만 위중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정은에 관한 '구체적인' 신변이상설을 접한 탈북민 목회자와 북한선교 전문가들도 "과장된 것 같다" "(김정은이) 별일은 없을 것" "신경 쓸 만한 정보가 아니다"라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신변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 "치료받은 것까지는 맞는 것 같다. 완전히 오보는 아닌 것 같다"는 추측도 많았다. 강철호 새터교회 목사는 "김정은 '식물인간설'과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아무리 거짓으로 유지되는 북한이라 하지만 내부적 움직임이 보이는데, 북한 소식통들은 외신이 더 이상하다는 반응"이라며 "치료받은 것은 사실로 보이나 위독설은 과장된 것 같고, 외부 반응을 보며 오히려 정보적 가치를 점치고 있지 않나 짐작한다. 다음 주엔 어떤 반응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특히 "북한은 과거에도 김일성과 김정일 사망 때 3일을 넘기지 않고 북한 인민에게 알릴 것은 알렸다"며 "김정은이 심각한 상황이라면, 지금까지 숨기면 오히려 북한 내부적으로 더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봤다.
한편, 탈북민 목회자와 북한선교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한국교회가 이제는 힘을 모아 통일선교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며 "북한에 어려움이 발생할 경우까지 대비해 공인된 매뉴얼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많은 교회가 북한선교, 복음통일에 대한 열정은 뜨거운 데 비해 아직까지 북한 체제와 북한 사람들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하고, 북한을 알고 배우고자 하는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며 안타까움도 함께 전했다.
마침, 올해 4월 26일부터 5월 2일까지 지키는 '제17회 북한자유주간'에는 김정은 정권 붕괴를 위한 탈북민의 역할과 김정은 정권 붕괴 후 탈북민의 책임과 역할을 논의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탈북민단체장들이 운영하는 유튜브TV로 매일 행사를 진행하며, 4월 28일은 북한의 자유를 위한 국제기도의 날로 '북한기원기도운동'을 진행한다.
이빌립 목사 "북한교회 재건 위한 연합 사역시스템 필요"
북한기독교총연합회(북기총) 회장 이빌립 목사(통일소망선교회 대표, 열방샘교회)는 한국교회가 공감하고 함께 나눌 수 있는 복음통일, 통일선교의 매뉴얼이 아직 없다며 "이번 계기를 통해 한국교회가 북한선교 전문 단체, 연합체들과 복음통일의 매뉴얼을 시급히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이러한 매뉴얼의 가장 본질은 '북한 땅에 교회 개척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생각한다"며 "북한 200여 개 도시에 선교센터가 들어가서 각 센터가 어떤 역할을 할지, 종합적으로 가이드해 줄 수 있는 북한선교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각 도시의 선교센터는 먼저 북한 내 지하 성도들을 찾아 이들을 교회개척지도자 학교에서 훈련시켜 목회자로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럴 때 한국교회 성도와 북한 지하 성도들 사이가 갑을관계가 되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빌립 목사는 "독일 통일이 사람의 계획으로 이뤄진 것이 아닌 것처럼 남북통일과 북한선교도 마찬가지라 본다"며 "하나님의 카이로스의 시간이 언제인지 알지 못하지만, 북한이 열릴 때 한국교회가 질서정연하게 지역을 분할하여 들어가 건강한 북한교회를 재건하고 북한 성도들을 회복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교회가 남한에 내려온 북한 출신 신학생, 목회자들을 배제하지 말고 북한 각지에 세울 선교센터의 지도자들로 들어갈 수 있도록 연합 사역시스템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철호 목사 "북 돌발사태 생각하여 교계 나름대로 준비해야"
강철호 새터교회 목사(북기총 전 회장)는 "어떤 분들은 김정은의 갑작스러운 부고 발생 시 북한에 대혼란이 올 것을 걱정하는데, 북한을 잘 모르고 하는 말씀"이라며 "북한 사회는 마치 군사화된 사회 같아 하루아침에 혼란에 빠질 나라는 아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점차적으로 혼란에 빠질 수 있지만, 당장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유사시 오히려 한국교회가 우왕좌왕하지 않고 질서 있게 대응할 수 있도록 교계 차원의 매뉴얼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 목사는 "4년 전부터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 통일한국선교와 북기총이 북한에서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북한선교를 오랫동안 준비해온 목회자, 전문가들이 복음으로 북한 주민의 심리를 안정시키고, 필요한 물자도 나눠줄 수 있도록 함께 매뉴얼을 제작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강 목사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북한 최고지도자의 부재 상황이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유엔의 역할, 유엔과 우리나라와의 관계, 우리나라 정부 차원에서 다시 한 번 대책을 점검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국교회도 국가가 미치지 못하는 영역에서 북한선교사와 탈북 목회자 등이 직접 개입하여 북한 주민을 지원할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고, "한국교회 내에서도 국제사회 질서나 한국 정세를 분석하는 전문팀이 만들어지고, 교단과 북한선교단체마다 나름대로 복음통일을 차근차근 준비해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목사는 "현 정부가 평화를 더 강조하면서 4년 전부터 논의한 내용은 물밑으로 잦아들게 되었다"며 "무조건 평화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돌발사태도 일어날 수 있으니 가능한 요소를 미리 생각하며 민간단체나 교계도 나름대로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 통일한국선교 관계자 "한국교회 힘을 집약하여 영역별 북한선교 감당하길"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 통일한국선교는 지난 2016년부터 북한에서 인도적 어려움이 발생할 경우 한국교회가 어떻게 대응하고 지원해야 할지에 대해 우리 군에 군종장교를 파송하고 있는 교단을 중심으로 북기총과 함께 논의를 시작했다. 이를 위한 '통일한국선교 컨퍼런스'는 2016년, 2017년, 2018년 세 차례 전문가들에 의한 심층 깊은 논의가 있었으나, 그 이후는 진전이 없는 상태이다.
당시 논의를 활발히 이끈 관계자는 "북한에서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인도적 지원소요가 발생하면, 군이 먼저 움직이게 되고 종교단체의 지원을 요청하게 될 텐데 다른 종교는 단일교구, 중앙집권적 통제 체제로 유사시 신속한 반응 속도와 책임 부여가 비교적 쉽지만, 기독교는 교단별, 교회별로 계획하고 실행하고 있어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북한에서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면 하나님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인도적 지원과 병행한 선교를 하기 위해 단일화된 한국교회의 노력과 집중, 통합이 절실하여 이를 추진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무엇보다 "북한에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여 대한민국이 개입한다면 군이 필수적으로 질서유지 등의 임무에 투입이 될 테고, 군과 함께 움직이는 군종 목사들을 통한 인도적 지원이 지역, 대상, 품목 등을 결정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정확한 지원이 될 것"이라며 "또한 장기간의 인도적 지원소요는 우리 정부에서 충분히 감당할 능력이 있는지도 면밀히 검토해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전쟁 당시 식량, 의약품, 피복 등 인도적 지원소요 중 많은 양의 물자를 세계교회봉사연합, 미국과 캐나다 등의 기독교 단체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한 사례는 종교단체의 인도적 지원과 선교적 영향력을 잘 말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국전쟁 이전 평양은 '동방의 예루사렘'이라고 칭해졌으며, 북한에는 3천여 개의 교회가 있었다"며 "이를 통일선교의 불씨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 통일한국선교 담당자인 박종민 주임은 "한국교회의 북한선교가 각개전투로 진행되어 왔다면, 이제부터라도 함께 북한선교의 판을 짜기 위해 마음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주임은 "분명한 것은 각 교단, 각 교회, 각 단체가 가진 한정된 인원으로는 절대로 북한선교를 온전히 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한국교회가 북한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다 같이 힘을 집약하여 북한선교를 위한 각 영역을 맡아 도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퉁이돌선교회 "'복음통일을 준비하는 매뉴얼', 한국교회 북한선교에 도움 되길"
모퉁이돌선교회는 2014년부터 7개국 24개 해외선교단체 대표가 자발적으로 참여한 '북한선교전략회의'를 통해 △예배와 기도 △재난구조 △어린이 △화해 △트라우마 상담 △교회개척과 전도 △성경과 문서보급 △라디오와 미디어 △스포츠와 예술 △교회건축 △리더십 훈련 △지역사회개발 등 12개 섹터별 회의를 진행했다. 이후 구체적인 통일 준비를 위해 KRIN(Korea Reconsiliation Initiative and Network)이 조직돼 매년 글로벌 KRIN 컨설테이션과 나라별 코디네이터 모임으로 복음통일을 준비하고 있다.
KRIN의 모든 관계자는 구체적인 논의에 앞서 통일의 때 자신들이 북한복음화의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 북한에서 믿음을 지키고 있는 지하교회 성도들을 지상교회화 시켜 그들이 북한교회를 이끌어가는 주체가 되도록 세우는 데 합의했다. 그 외 사역자들은 북한 성도들 옆에서 필요를 공급하고 세우는 조력자 역할을 감당하기로 한 것이다. 이후 모퉁이돌선교회는 2018년 12월 '복음통일을 준비하는 매뉴얼'을 한글판, 영문판으로 발간했다. 300페이지가 넘는 이 매뉴얼은 복음통일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는 한국교회를 위해 샘플로 제시하고 있다(판매가 3만 원).
모퉁이돌선교회 사역자는 "많은 교회가 통일이 되면 북한사역을 하려고 준비 중인데 이미 재난 상황인 북한은 지금 도와야 하고, 지금 복음을 전해야 한다. 그때 가면 늦다"며 "지금부터라도 북한사역에 동참하면 하나님이 분명히 복음통일의 때를 더욱 앞당기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헌만 교수 "통일선교, 통일국가의 청사진 알아야"
백석대 임헌만 교수(통일선교아카데미 교학처장, 한민족가정사역연구원 원장, 행복드림교회)는 "한국교회가 먼저 북한을 정확히 알고, 통일 이후의 상황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 목회자, 교회 성도들이 훈련받아야 한다"며 특히 "겸허한 마음으로 자신을 내려놓고 북한선교를 배워야 할 것"이라며 강조했다. 또 임 교수는 "통일선교, 통일국가에 대한 청사진을 배울 필요가 있다"며 기독교통일포럼, 숭실대학교 기독교통일지도자센터, 쥬빌리통일구국기도회, 통일선교아카데미 등을 주축으로 구성된 '통일선교언약연구위원회'가 2018년 발표한 '통일선교언약문'이 그러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통일선교언약연구위원회는 1988년 민간 최초의 통일선언 '민족의 통일과 화해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 1996년 '한국교회 통일정책 선언문'에 이어 새로운 시대의 통일운동의 지침이 될 선언이 필요하다고 보고 통일선교, 통일을 이루는 과정, 통일 이후 사회통합과 교회의 사명, 통일코리아의 모습 등에 대한 핵심적 원칙과 내용을 소개하는 '통일선교언약문'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매월 30여 명의 교수가 통일선교언약연구위원회 모임에 참여하여 연구를 이어오면서 통일선교언약문의 수정, 보완 작업을 했다. 현재 통일선교언약문 해설서도 작성 중이다.
임헌만 교수는 "하나님의 마음과 관점으로 북한 문제를 바라보고 북한 사회의 아픔과 고통에 함께해야 한다"며 "마귀는 살아 있어 교회가 하나 되지 못하게 하고, 보수와 진보를 나누며 북한 관련 정보들로 혼란스럽게 만들지만, 조금 더 넓고 멀리 보면 우리가 정말 하나님 앞에 구해야 될 것이 무엇인지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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