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불거진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성범죄물 소지·구매까지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범죄수익은 유죄판결 전이라도 몰수할 방침이다.
정부는 23일 오전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개최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을 심의·확정했다.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물 범위를 불법 촬영물, 합성·편집물, 협박·강요·그루밍 등에 의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당사자 동의 없이 유포한 영상물 등으로 확장했다.
이와 함께 4대 추진전략으로 ▲무관용 원칙 ▲아동·청소년 보호 강화 ▲처벌·보호 사각지대 해소 ▲중대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 확산을 설정하고 17개 중과제 및 41개 세부과제를 마련했다.
◈성범죄물 제작 처벌 강화…독립몰수제 도입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물 제작을 중대 범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법정 형량을 상향할 계획이다. 제작의 경우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특히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판매는 형량 하한을 설정하고, 성착취물 광고 행위도 처벌하기로 했다.
합동강간, 미성년자 강간도 중대 범죄로 취급해 준비나 모의만 하고 실제 범행까지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예비·음모죄로 처벌한다.
검찰은 사건 처리기준과 구형기준을 강화해 시행 중이며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도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기소나 유죄판결이 없더라도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도록 독립몰수제를 도입하고 범행 기간 중 취득한 재산은 범죄수익으로 추정할 수 있도록 규정을 신설한다.
수사단계에서 가해자 신상공개를 확대하고 신상공개 대상도 기존 아동·청소년 성폭력범에서 성착취물 제작·판매로 확대한다.
◈아청 성착취물 소지 처벌 강화…성인 대상 소지도 새로 처벌
성착취물 소지자 처벌도 강화한다. 정부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에 대한 형량을 상향하고 벌금형을 선고받을 경우 학교·어린이집 등 취업제한 대상에 추가할 방침이다.
성인 대상 성범죄물 소지자도 처벌할 방침이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구매죄를 신설해 소지하지 않고 구매만 한 경우에도 처벌된다.
인식 개선을 위한 맞춤형 예방 교육도 실시한다. 정부는 이번 사건에 미성년자나 군장병이 연루된 점을 고려해 학생, 학교 밖 청소년, 군장병 등을 대상으로 맞춤형 예방 교육을 할 방침이다.
특히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인지 감수성에 기반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시할 계획이다.
◈온라인 그루밍도 처벌…잠입수사 도입
정부는 아동·청소년을 길들인 뒤 동의한 것처럼 가장해 성적 착취하는 '온라인 그루밍'에 대해서도 처벌 규정을 신설한다. 미성년자 의제강간죄 기준 연령은 기존 13세 미만에서 16세 미만으로 상향한다.
또 마약 수사 등에 활용하는 잠입수사를 디지털 성범죄에 도입해 수사관이 미성년자 등으로 위장해 적발할 방침이다. 재판 과정에서 증거능력 등을 고려해 법률에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도 착수한다.
디지털 성범죄물 적발 활성화를 위해 신고포상금제도 도입한다. 피신고자가 해당 범죄로 기소되거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경우 지급할 방침이다.
◈삭제 지원 24시간 가동…인터넷 사업자 징벌적 과징금제
피해자 지원도 강화한다. 정부는 성 매수 대상 아동·청소년이 자발적 성 매도자 피의자로 취급돼 신고를 주저하게 되는 점을 막기 위해 '대상 아동·청소년' 규정을 '피해자'로 변경해 보호 대상임을 명확히 하기로 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을 24시간 가동해 삭제지원, 상시 상담, 수사지원, 2·3차 유포 추적 삭제 지원 등을 할 방침이다.
기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사업자에게 삭제 요청하는 절차를 '선 삭제, 후 심의'로 변경해 신속한 삭제가 이뤄질 수 있게 한다. 디지털 성범죄 자동 필터링 기술도 개발할 예정이다.
인터넷 사업자 책임도 강화된다. 사업자가 즉시 삭제해야 하는 성범죄물 대상을 기존 불법 촬영물에서 디지털 성범죄물 전반으로 확대한다.
유통 방지를 위한 기술적 조치 의무도 웹하드 사업자에서 모든 사업자로 확대된다. 위반시 징벌적 과징금제를 도입하고 불법정보 유통금지 의무를 해외 사업자에게도 적용할 계획이다.
사회복무요원의 개인정보 취급을 전면 금지하고, 피해자 주민등록번호 변경 처리 기간도 3개월에서 3주 내로 단축한다.
정부는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으며 여성계와 관련 전문가 등 의견을 수렴해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
이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