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박한제작소(대표 이형주)가 북한 인권 상황과 남북청년들의 이야기를 다룬 창작 ‘랜선’(온라인) 뮤지컬 <평양마켓>의 2차 오디션을 지난 18일 진행했다. 그날 오디션 현장에서 이형주 대표를 만나 인터뷰했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자면
“안녕하세요. 문화로 복음을 전하는 콘텐츠 기업 ‘신박한제작소’ 대표 이형주입니다. 사실 저는 여러 가지 ‘얼굴’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낮에는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대리였다가, 퇴근에 후에는 ‘신박한제작소’ 대표가 되고, 주일에는 간사로 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한 가지 일만 하게 해달라고 기도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주님께서 주신 한 가지 부르심을 위해 지금 하는 모든 일을 감당하게 하시는 것 같습니다.
문화로 복음을 전하기 위해선 콘텐츠가 필요하고, 그것을 세상으로 가져가야 하며, 그러자면 교회에서 충분한 영적 공급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직장(세상), 문화 콘텐츠(복음), 교회 섬김(영적공급) 이 세 가지 모두가 제게는 너무 소중한 일인 것 같습니다.”
- 창작 뮤지컬 <평양마켓>을 소개해주세요.
“<평양마켓>은 100만 유튜버가 북한 여행을 하며 생긴 에피소드를 그린 뮤지컬입니다. 평양이라는 북한의 상징적인 도시와 장마당이라는 북한 시장을 표현했습니다. 남한과 북한의 청년들이 평양마켓에서 만나 발생하는 사건들을 통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어떤지 돌아보고, 우리와 같은 북한 청년들이 어떠한 고통과 아픔을 견디며 살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북한 인권이라 하면 굉장히 무겁고 딱딱하게 느껴지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조금은 ‘신박’하게 작품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 어떻게 준비하게 되었나요?
“사실 <평양마켓>은 코로나19 여파로 만든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어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동지여>라는 이름으로 뮤지컬을 만들고 있었는데 코로나19로 결국 공연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작년 8월부터 2월 말까지의 약 7개월이라는 시간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것 같았어요. 무엇보다 뮤지컬은 제작비가 많이 드는 장르라 손해를 감당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포기할까, 그만둘까, 여기서 그만두는 게 손해를 줄이는 게 아닐까, 고민하고 기도하던 중에 주님께서 ‘북한 인권’을 생각나게 하셨어요. 그러면서 다시 용기가 생겼습니다. 다행히 코로나가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지만,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방구석 1열’에서도 즐길 수 있는 ‘랜선 뮤지컬’을 만들게 됐습니다.”
- 이 작품을 통해 기대하는 점이 있다면요?
“지금 세상에서는 남북 평화통일을 말하고 있지만, 사실 북한 동포들은 전혀 평화롭지 않잖아요. 저희는 평화롭지 않은 북한의 현실을 이 세상에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유튜브가 뭔지도 모르는, 숨 막히게 꽉 막혀버린 북한의 현실… 바라건대 <평양마켓>이 북한의 답답한 현실을 알리고, 해소하는데 작은 도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 ‘신박한제작소’를 하기 전에는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과거 주님을 만나고 연극배우 생활을 하면서 기독교인으로 믿음을 지키며 출연할 수 있는 작품이 적다는 걸 느껴 작품 선택에 혼란이 생겼습니다. 그러던 차에 직접 만들어 보라는 감동을 주셔서 연극을 만들게 됐어요. 하지만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4년 동안 준비한 작품이, 후원이 취소돼 빚을 지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2년 동안 뮤지컬과는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살았습니다.
지금까지 폐업 신고를 2번이나 했어요. 비단 사업 실패뿐 아니라 뮤지컬과 여러 가지 콘텐츠 제작을 하며 실패한 경험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다시는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적도 있어요. 그런데 우리들의 인생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기 때문에, 저 역시 2년이라는 시간 동안 피하고 도망치다가 다시 주님 손에 이끌려 ‘신박한제작소’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처음부터 그래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고, 주님이 저를 다시 부르신 목적인 뮤지컬을 만들다 보니 제작사가 필요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신박한제작소’를 만들게 되었던 겁니다.”
- ‘신박한제작소’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되었나요?
“개인적으로 ‘신박하다’라는 단어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그 뜻이 ‘매우 신선하고 새롭다’라는 것이기 때문입이다. 주님도 우리에게 신선한 기름부음을 주시고, 매일 우리를 새롭게 하시기 때문에 우리의 콘텐츠도 주님을 닮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매우 신선해야 하고, 새롭게 다가와야 한다고요. 사실 말은 쉬운데 막상 이런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건 어렵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노력 중입니다.
- 기독교 예술 사역을 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느낀 점이 있나요?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평양마켓>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시작도 어려웠는데, 코로나라는 악재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쉬운 일이 하나도 없지만, 이번 일을 통해서 성장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힘들고 어려운 만큼 주님께 기도하는 법을 배우고, 무너지고 쓰러지면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힘든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주님을 의지하며 나아가고 싶습니다.”
- 오늘날 기독교 문화계를 어떻게 보시나요?
“만약 가능하다면 80~90년대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이때가 가장 뜨겁고 빠르게 부흥했던 시기였고, 기독교가 세상의 모든 문화를 주도하고 이끌었던 시기였으니까요.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고 배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찾아왔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교회가 세상 문화를 배우고 세상을 따라하고 있어요. 다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회가 세상을 이끌어야 하고, 교회 문화가 세상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가 더 깨어지고 노력도 해야겠지만, 다음세대를 위한 무대를 만들어주고 교육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이러한 일을 하기 위해 준비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 이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요?
“기독교 만큼 문화 콘텐츠를 잘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곳은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교회와 세상을 연결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교회 시스템을 활용해 문화 콘텐츠를 만들고, 그 콘텐츠로 세상에 복음을 전달하고, 세상 사람들을 다시 교회로 인도하는 것’이 제 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이 딱 시작단계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저 같은 경우는 특별한 계획이나 방향성을 가지고 움직이는 사람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특별히 계획하고 방향을 잡아도 제대로 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죠(웃음). 그래서 제 방향은 주님이고, 제 계획은 주님이 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 일이 지금은 뮤지컬이고, 그 다음이 뭐가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저 지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해야 될 일들을 마땅히 감당하며 주님께 영광을 돌리는 하루를 살고 싶습니다.”
-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기도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뮤지컬 <평양마켓>을 통해 북한 인권의 현실이 알려지고 우리나라 국민들이 그것에 더 관심을 갖는 것, 그리고 뮤지컬을 제작하며 더욱 주님을 의지하고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아닌 주님이 원하고 바라시는 결과가 나타나기를 소망합니다. 뮤지컬을 제작하면서 정말 ‘주님이 아니면 안 된다’는 걸 실감합니다. 뮤지컬 <평양마켓>을 위해 많은 기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