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6000억원대 피해가 발생한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와 관련된 인물이 지난해 해외도피 생활을 하던 중 마카오 입국을 시도한 것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그가 현지 공항에 17일간 머물렀다는 증언이 나왔다.
특히 홍콩 주재 한국 총영사관도 이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도 새롭게 확인됐다. 당초 한국 영사관은 "마카오 당국이 관련 내용을 통보하지 않았다"며 사안 자체를 몰랐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연일 의혹이 제기되자 "공식창구는 아니지만 내용은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13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수원여객 횡령 사건의 주범인 이 회사 전 재무이사 김모(42)씨는 지난해 3월17일 자신이 머물던 중국 항저우(항주)에서 춘추항공 비행기를 타고 마카오로 날아가 입국을 시도했다.
김씨는 라임사태의 핵심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공모해 수원여객 돈을 빼돌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중 달아나 인터폴 적색수배 상태였다.
이런 김씨가 입국을 시도하자 마카오 당국은 공항에서 그를 저지했다. 당시 마카오 치안경찰국 출입경관제청은 김씨가 수배자라는 사실을 파악한 뒤 출발했던 나라인 중국으로 돌아가라고 요구했다. 마카오 당국은 그가 타고왔던 춘추항공 측에도 즉시 이런 사실을 문서로 통보했다.
김씨는 그러나 마카오 당국의 통보에 응하지 않은채, 공항 보안구역인 CIQ(Customs Immigration Quarantine)에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가 마카오를 출국하지 않고 버티자, 춘추항공은 마카오를 관할하는 홍콩 주재 한국 총영사관 측에 협조를 요청했다. 당시 춘추항공은 마카오 당국에서 받은 통지서를 그대로 영사관 측에 전달했고, 김씨의 신병을 처리해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영사관 측도 당시 이런 공문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특히 영사관은 당시 춘추항공 측의 공문을 받은 이후 김씨와 전화통화를 시도하고, 한국 경찰에 보고하는 등 추적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사관은 그러나 김씨의 신병확보에 실패했고, 김씨는 김 전 회장이 마련한 전세기를 타고 마카오 공항을 빠져나가 캄보디아로 다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였던 김씨가 마카오 공항 CIQ를 빠져 나간 날은 그가 입국 거부를 당하고 17일째 되는 날이었다고 지인은 증언했다.
또 영사관은 당시 김씨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마카오 당국에 공항 CIQ 출입요청을 했으나 허가가 지연되는 과정에서 김씨가 달아났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홍콩 담당 영사는 춘추항공 측으로부터 김씨 관련 소식을 접한 즉시 김씨에게 연락을 시도하고 마카오 이민당국에도 김모씨의 강제추방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앞서 영사관은 김씨의 마카오 입국거부와 관련한 통보를 묻는 뉴시스 질문에 "마카오 당국에서 공관에 통보한 게 없다"는 입장만 반복해 밝혀왔다.
증권회사 출신인 김씨는 김 전 회장 등과 공모해 회삿돈 약 161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해 1월 수원여객으로부터 수원서부경찰서에 고소를 당했다. 김씨는 이 고소로 수사가 시작되자 종적을 감췄고, 같은달 경찰은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를 취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3월 경기남부경찰청으로 넘어갔고, 지금도 이곳에서 수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김씨는 라임 사태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현호 박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