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예방백신의 등장은 전 세계 팬더믹을 종식할 최선의 해결책으로 꼽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백신이 1~2년 내 개발될 가능성이 낮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특성과 본래 백신 개발이 가진 어려움 때문에 아직 난망의 상황인데, 기대감만 불어넣는 건 ‘희망고문’이라는 지적이다.
◈RNA가 뭐길래…독감 백신 개발에 70년, 에이즈·C형간염은 결국 못해
전문가들이 백신 개발의 어려운 점으로 꼽는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가 RNA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에이즈(AIDS)를 일으키는 HIV, 애볼라 바이러스, C형간염 바이러스도 다 RNA바이러스다.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 계통인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도 RNA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인플루엔자는 (1940년대 첫 백신 등장 이후) 가장 최근 업데이트된 백신 개발까지 무려 70년 걸렸다. 개발은 됐지만, 매년 백신을 맞아야 하고 예방효과가 제일 높아봤자 70% 수준”이라며 “에이즈는 30년간 개발했지만 백신이 개발되지 못했고, C형간염 역시 백신이 없다. 이는 RNA 바이러스가 얼마나 백신 개발을 어렵게 하는 존재인지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RNA의 가장 큰 특징은 체내에 침투한 뒤 바이러스를 늘리기 위해 유전정보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잘 일어난다는 점이다. 바이러스의 변이가 많다보니 효과적인 항체 형성이 이뤄지기 어렵다.
엄 교수는 “1~2년 내 효과적인 코로나 백신을 개발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일반적으로 백신 후보물질을 발굴해 임상 1~3상을 하는 각 단계마다 짧아도 6개월~1년 걸린다. 코로나 백신 개발이 중간에 문제 하나 없이 진행된다고 해도 올해 안 적용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새로 창궐한 질병이라 바이러스 면역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도 어렵게 하는 요소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비상대책위원장)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면역이 잘 형성되지 않는다”면서 “회복기 환자가 항체를 형성하더라도 보호 효과가 없으면 다시 걸릴 수 있다. 코로나19 완치 후 나오는 재확진 사례는 면역이 충분히 생기지 않았다는 것을 말한다. 코로나 면역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어, 백신 개발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지금 가장 빠른 코로나 백신 연구는 미국에서 진행 중인 1상”이라며 “새로운 백신을 만드는 데 보통 10~15년은 걸린다. 올해, 내년을 바라보는 건 희망고문”이라고 꼬집었다.
◈안전성 확보 어려워
백신 개발을 어렵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은 안전성 확보가 어렵다는 점이다. 백신은 살아있는 바이러스의 독성을 제거한 후 세균 그 자체를 주사하는 ‘생(生)백신’(약독화 생백신)과 바이러스를 배양한 후 열이나 화학약품으로 처리해 불활성화 시킨 ‘사(死)백신’(불활성화 백신)이 있다. 또 이 같은 전통 방식 외에도 mRNA 백신, DNA 백신 등 진보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백신을 개발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처리된 바이러스를 건강한 사람에게 투여해 임상시험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모란 교수는 “백신은 아픈 사람한테 주는 치료제가 아니다. 건강한 사람한테 투여하는 예방약”이라며 “치료제의 경우 부작용이 있어도 감수하고 사용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백신은 아프지 않을 때 사용하기 때문에 반드시 안전해야 한다. 수만 명 중 1명에서 나오는 부작용까지 다 점검해야 하니 개발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또 예방효과를 입증해야 하는데, 이를 확인하려면 코로나19가 계속 유행하고 있어야 하므로 이 또한 어려운 일”이라며 “개발된다고 해도 전 세계인이 맞을 만큼의 양을 어떻게 생산할지도 과제”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효율적인 R&D 투자와 플랫폼 기술 확보 급선무
전문가들은 정부가 R&D에 대폭 투자해 이제라도 코로나 백신 플랫폼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설파하고 있다.
기 교수는 “R&D에 크게 투자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면서 “100~200개 후보물질을 개발했더니 어떤 게 제일 낫다는 식으로 많이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교수는 “플랫폼이 있으면 백신 개발이 빨라질 수 있다”면서 “예를 들어, 2009년 신종플루 팬더믹 상황에서 GC녹십자는 그간 계절 독감 백신을 개발한 플랫폼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수개월 만에 신종플루 백신을 만들어냈다. 항원만 계절독감 바이러스에서 신종플루 항원으로 바꿔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백신은 플랫폼이 없어 처음부터 시작해야 해서 개발이 어려운 것”이라며 “개발·생산·허가를 아우르는 플랫폼은 같은 계열 바이러스에서 미사일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발사체 역할을 한다. 변종 바이러스가 나와도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스와 메르스 때도 백신 개발에 나섰지만 사스는 2003년 이후 종식되고 메르스는 이후 중동에만 발생하면서 더 이상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다.
효율적인 투자는 더 중요하다. 국제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에 투자하고 기술을 공유하는 방법도 제기됐다. CEPI는 전염병 위험에 대비해 백신 사전개발 및 비축을 위한 연합체 형태로 설립된 기구다.
김 교수는 “CEPI에 투자해 공동 개발하면 추후 권리와 노하우를 모두 얻을 수 있다”면서 “메르스 때도 국내에서 수백억씩 투자가 이뤄졌지만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글로벌 노하우를 공유 받으면서 효율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연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