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겠다는 긴급재난지원금이 실제 지급을 위해서는 상당한 행정비용이 필요하지만, 그 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9일 '코로나19 대응 종합보고서'를 통해 "일부 계층, 특정 집단에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소득이라기보다는 낮은 수준의 부분 기본소득 도입 방안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낮은 수준의 기본소득제도는 현재 우리나에 도입돼 있다"고 했다.
현재 서울시 청년수당, 경기도 청년 구직 지원금, 성남시 청년 배당과 같은 기본소득 제도 등이 지방 정부를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다. 따라서 재난기본소득제도가 또 하나의 복지제도를 추가하는 결과에 그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경기 부양 효과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조사처는 "일본의 경우 2009년 금융위기에 대응해 국민 1인당 1만2000엔(약 14만원)을 지급하는 '정액급부금' 정책을 내놨으나 당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6%에 그쳤다"고 했다. 위기 상황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돈을 풀었지만, 경기 부양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30일 소득 하위 70% 가구에 최대 100만원(4인 가구 기준)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에 나선 사람들이 외출 및 집단 활동을 자제하면서 국내 경기가 위축되자 긴급한 경제적 구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정부는 판단했다.
그러자 정치권에서도 앞다퉈 긴급재난지원금 규모 키우기에 나섰다. 정부와 소득 하위 70% 가구를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협의했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일주일 만에 전체 가구에 100% 지급해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 미래통합당과 정의당 역시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을 대상으로 1인당 각각 50만원과 1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조사처는 "지급기준 및 방법을 결정하면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은 행정 비용"이라 지적하고, "재난기본소득 대상선정에 있어서도 소득·재산 수준, 직업군 등 지급 대상을 구분하고 또 다른 복지혜택과 중복성 여부를 걸러내는 등에 따른 행정비용 문제도 충분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2018년 부자들에게도 아동 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예산 낭비라며 시행 초기 0세부터 만 6세 미만(0~71개월) 아동이 있는 가구의 소득인정액이 선정기준액(2인 이상 전체 가구의 소득 하위 90%) 이하인 겨우 월 10만원씩 지급하도록 했다. 하지만 상위 10%를 걸러내는 데 드는 행정 비용이 모두에게 수당을 주는 것보다 더 많이 들어 지난해 '만 6세 미만 모든 아이'로 범위를 확대한 바 있다.
더불어 조사처는 "모든 국민에게 지급한다고 하더라도 전 국민에 대한 지급 방법 및 수단을 마련하는 데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고도 밝혔다.
재원확보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조사처는 "스위스 국민이 기본소득에 반대한 이유는 지금보다 세금을 최소 2~3배 더 내야 하는 데다 현재의 사회복지제도 중 상당 부분은 사라져 버리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며 "재난기본소득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사처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재난의 경우 향후에도 유사한 질병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향후 유사한 재난 발생 상황뿐 아니라 경제적 위기상황 등에서도 또다시 요구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