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주간에 실종된 금식문화가 주는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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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빛순복음교회 김영태 목사

새벽예배 후에 교회 밖에 나와 보니, 선거운동원들이 길거리에서 후보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었다. 새벽부터 열심히 운동하는 분들의 모습과, 잠을 자고 있을 성도들의 모습이 대비되어 마음이 무겁다. 고난주간인데도 성도들은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을 생각하며 경건생활에 열심을 내지 않는 것 같다.

한국교회가 1980년대까지는 사순절 기간에 하루 한 끼 금식하는 문화가 있었다. 적어도 내 주변에서는 그랬다. 1980년대 후반 신학생이었던 필자도 당연히 그렇게 했다. 그리고 1990년대부터는 고난주간에만 금식하는 문화로 바뀌었다. 2000년대 들어선 후로는 한 기독교 방송국의 진행자가 그 당시(대략 15년 전)로서는 생소한 ‘문화금식’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문화금식’은 음식을 안 먹는 ‘금식’을 제외한 금식으로서, 굶는 것은 못해도 세속 문화는 멀리하겠다는 의미로 시작한 가벼운 금식이다. 그 결과는 현재, 아예 ‘음식 금식’을 안 하는 문화가 형성되었고 고난의 의미를 되새기는 노력도 희박해졌다. 필자의 교회는 고난주간 내내 하루 한 끼 금식하는 대신에, 총 합쳐서 3끼 금식을 권면한다. 1주일간의 금식을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행위보다 마음이 중요하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이신득의’를 강조하는 기독교에서 이 말은 더 큰 힘이 있다. 행위보다 믿음이 더 중요한 것은 진리지만, 그렇다고 행위 자체를 하지 않는 믿음은 의미가 없다. 믿음은 행동의 열매를 낳기 때문이다. 행동의 열매가 없는 믿음은 이미 죽은 믿음이다(약2:17). 즉 믿음이 없기 때문에 행동하지 않는 것이다.

구약은 행위를 강조하고 신약은 믿음을 강조한다. 왜 성경은 구약과 신약이 대결하는 것 같은 구조로 되어 있을까? 그것은 행위를 가르치지 않으면 믿음도 가르칠 수 없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차려’라는 부동자세를 배운 것을 통해서 정신의 ‘차려자세’에 대한 개념을 이해한다. 이처럼 행동을 통해서 믿음의 개념이 생긴다. 사도 바울이 “할례는 마음에 하라”고 했는데(롬2;29) 육체의 할례를 모르는 자는 마음의 할례를 이해할 수 없다. 즉 구약과 신약은 서로 대결구조가 아니라 보완하는 구조인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이 “이것도 행하고 저것도 버리지 말라”고 하신 것이다(눅11:42).

한국교회는 좋은 전통들을 너무 많이 잃어가고 있다. 그 결과 너무 가벼운 기독교가 되었다. ‘값없는 은혜’를 ‘값싼 은혜’로 변질시켰다. 과거 사순절 40일 동안 또는 고난주간 1주일 동안 금식하던 문화를 간직한 기독교인들은 고난과 절제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지만, ‘문화금식’만 경험한 기독교인들은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하루 한 끼를 굶는 것이 별것 아닌 것 같아도 굶고 배고프고 힘들면 고난의 의미가 더 잘 이해되고 자동적으로 절제되는 것들도 있다. 그리고 한 끼 굶는 것도 이겨내지 못하는 기독교인이 신앙의 고난을 이겨내는 강한 그리스도의 용사가 될 수는 없다. 그래서 현대 기독교인들이 사순절이나 고난주간도 평상시와 별 차이 없는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한 코로나19 전염병으로 인해 인터넷예배가 시작된 시점이다. 기존 기독교인들의 교회당예배 문화가 단절되고, 인터넷예배가 공적예배로 받아들여지는 새로운 문화가 형성될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더 큰 염려는 문화의 단절로 인해 교회당예배의 공동체적 믿음과 교회 본질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기독교가 세속 종교들처럼 개인을 위한 종교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유대교가 4천년의 역사를 지켜가고 있는 힘이 무엇인가? 많은 요소가 있지만 강력한 요소가 ‘절기’를 지키는 문화다. 우리나라도 ‘설’과 ‘추석’ 문화를 2천 년간 지켜오고 있다. 문화는 정신을 전달하는 강력한 힘이다. 지나치게 믿음과 마음만을 강조한 나머지 너무나 쉽게 교회예배당을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은 아닐까? 성경은 구약과 신약으로 완성되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교회가 기독교 문화의 전통가치를 인정하고 지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행동을 가르치지 않으면 믿음도 가르칠 수 없다. 고난주간 실종된 금식문화는 십자가 신앙의 실종을 예고하는 경고일 수 있다.

내년, 2021년 고난주간부터는 한국교회가 ‘문화금식’이 아닌, 실제 ‘음식금식’과 함께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을 깊이 묵상하고 회개하고 절제하며 세속과 구별된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전도하는 경건한 문화를 회복하기를 소망한다. 내년부터는 필자의 교회도 고난주간 내내 하루 한 끼 금식하는 문화를 회복할 것이다.

김영태 목사(참빛순복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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