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상태가 악화된 중증 환자 2명이 완치자 혈장으로 치료를 받아 모두 완치됐다. 한명은 지난달 27일 퇴원했으며 다른 한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다른 질환이 있어 아직 입원 중이다.
방역 당국은 전문가 검토를 거쳐 며칠 내로 혈장 치료 지침을 확정하고 완치 환자 혈장을 확보하기 위한 체계도 가동하기로 했다.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최준용 교수팀은 국내 처음으로 위중한 코로나19 환자 2명을 대상으로 완치자의 혈장을 주입한 결과 증세가 호전됐다고 7일 밝혔다.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도 "대한감염학회 등을 중심으로 중앙임상위원회가 안내했던 치료제 투입에도 불구하고 증세가 호전되지 않은 상황에서 스테로이드와 함께 회복기 혈장을 확보해 투입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상당히 호전이 된 상황에서 2명의 환자가 완치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혈장 치료는 감염병에 걸렸다가 완치된 사람의 몸속에 항체가 형성됐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항체가 포함된 혈장을 추출하고 이를 다른 환자에게 투여해 치료하는 치료법이다.
연구진은 71세 남성 A씨와 67세 여성 B씨 등 2명을 대상으로 혈장 치료를 진행했다.
먼저 열과 기침 증상을 보이다가 확진 판정을 받은 A씨는 말라리아 치료제와 에이즈 치료제로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았지만 상태가 좋아지지 않아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됐다.
도착 당시 호흡 속도는 분당 30회 이상(정상 성인 20회 이하)으로 흉부 엑스레이 검사에서도 양쪽 폐 모두 심각한 폐렴 증상을 보였다. 급성호흡곤란증후군으로 인공호흡기를 부착했지만 상태는 좋아지지 않았고 염증수치를 나타내는 C-반응성단백(CRP)은 172.6㎎/L(정상 8㎎/L 미만)까지 상승했다.
이에 연구팀은 완치 판정을 받고 2주가 지난 남성의 회복기 혈장 500㎖를 12시간 간격으로 2회 투여했고 스테로이드 치료를 병행했다. 그 결과 CRP는 정상 범위인 5.7㎎/L로 떨어졌고 엑스레이 검사에서도 양쪽 폐가 나빠지지 않았다.
현재 A씨는 인공호흡기를 제거했고 코로나19 검사에서도 음성 반응이 나와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다른 질환 등이 있어 아직 입원 중이다.
두번째 혈장 치료를 받은 B씨는 평소 고혈압 병력이 있는 가운데 고열과 근육통이 있다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진단 3일째부터 호흡 곤란으로 산소요구량이 높아지면서 왼쪽 폐 상태가 나빠져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됐다.
호흡 속도는 분당 24회, 산소포화도는 산소 투여에도 93%(일반 평균 95% 이상)였으며 면역결핍(림프구감소증)과 함께 CRP도 314㎎/L까지 올라간 상태였다.
심각한 호흡곤란 증세로 인공호흡기를 부착하고 말라리아 치료제와 에이즈 치료제를 투여하고 산소 수치를 높이기 위해 몸을 뒤집는 치료를 시도했지만 림프구감소증과 고열이 지속됐다. 스테로이드 치료에도 림프구감소증이 지속되고 바이러스 농도는 증가하고 있었다.
연구진은 마찬가지로 회복기 혈장을 12시간 간격으로 두번에 걸쳐 투여하고 스테로이드 치료도 했다. 이후 림프구 수가 회복되고 바이러스 농도가 감소했고 흉부 엑스레이 검사에서도 폐의 침윤 상태가 좋아졌으며 CRP도 정상 수준을 회복했다.
코로나19 진단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B씨는 지난달 1일 입원한 이후 27일 퇴원했다.
최준용 교수는 "두 환자 모두 회복기 혈장 투여와 스테로이드 치료 후 염증 수치, 림프구수 등 각종 임상 수치가 좋아졌다"며 "중증 폐렴을 치료하기 위해 바이러스 증식과 과도한 염증 반응을 모두 잡아야 하는데 스테로이드 치료는 염증 반응을 호전시키지만 바이러스 증식에는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회복기 혈장 속에 있는 중화 항체를 통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것이 같이 들어가면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이런 조합이 위중한 코로나19 환자에게 시도될 수 있다"며 "혈장치료가 나름의 부작용들이 있고 대규모 임상시험이 없어 과학적인 증거는 충분하지 않지만 항바이러스 치료 등에 효과가 없는 중증 환자들에게 스테로이드 등의 치료와 병행할 수 있는 치료 대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혈장 치료를 위한 조건으로 최 교수는 완치 환자들로부터 충분히 혈장을 확보하기 위한 시스템과 혈장 기증자를 모집하고 배분할 컨트롤타워 구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연구 결과는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대한의학회지)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번 혈장 치료는 지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때 지침을 준용했다. 당시에는 9명의 완치자 혈장을 통해 환자 3명을 대상으로 치료를 시도했다.
이에 방역 당국은 전문가 검토를 거쳐 코로나19 관련 혈장 치료 지침을 내놓기로 했다.
권준욱 부본부장은 "현재 가이드라인과 관련해서 서면으로 전문가들에게 검토를 받는 최종적인 절차를 하고 있어 며칠 내로 일단 지침 자체는 확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 부본부장은 "임상 관련 사례들에 대해 중앙임상위원회를 통해서 조금 더 많은 전문가들이 검토하고 다시 한번 의견을 교환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치료제나 백신이 아직 없는 상태에서 특별히 중증환자의 치명률 등을 낮추는 데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에 검토 후에 회복기 혈장 확보 또는 투입과 관련된 여러 가지 체계가 가동될 수 있도록 신속하게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