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 칼럼] CCM, 랩 그리고 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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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양칼럼니스트 스티브

얼마 전 사석에서 같은 교회 출석하는 젊은 집사 한 분이 대화 도중 불쑥, “랩(Rap)을 예배 시간에 사용 할 수 있을까요”라며 질문을 하였다. 교회음악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이 질문을 대답하기 전에, 그것보다는 약간 가벼운 질문부터 해 보자. 주일날 예배 시간에 성가대가 CCM 곡으로 찬양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다.

이미 CCM 곡들이 찬양팀과 성가대에 의해 교회 내에서 많이 보편화되어 있는 상황인데 이런 질문은 하나 마나 한 질문이 아니냐고 하실 분들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예배 시작 전에 함께 부르는 찬양은, 예배 중 찬양대가 부르는 찬양과 같은 범주 같지만, 사실은 조금 다르다는 것이다.

둘 다 다 궁극적으론 하나님께 찬양한다는 관점은 같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전자는 우리 모두가 함께 부르는 찬양이고 후자는 우리를 대표해서 성가대가 부르는 찬양이다. 조금 부언해 보자면, 찬양팀이 부르는 찬양과, 헌금 시간에 개인이 부르는 특별찬양과 개인 리사이틀 때 부르는 찬양과 특별 간증 집회 때 부르는 찬양과… 그리고 예배 시 성가대가 부르는 찬양은 차이가 있다는 말이다. 같지만 다르다.

성가대가 부르는 찬양은 공식예배(Formal Public Worship)의 범주에 속한다. 그러면 찬양팀이 부르는 찬양은 뭐 비공식예배(Unformal Private Worship)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내 말은 기도도 다락방에서, 내 방에서, 음식점에서, 생활 중에서 하는 것과 주일 예배 시 성도를 대표하여 드리는 기도의 ‘형태’와 ‘형식’과 ‘목적’이 다르듯, 이 찬양도 확실히 다른 목적과 용도가 있음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성가대가 부르는 찬양곡의 주제 및 소재는 하나님에 집중된 것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하나님을 찬양하고 하나님을 감사하고 하나님의 이름을 높이는, 예배에 참석한 전 교인을 대표하여 훈련된 음악의 제사장들이 신령한 음악을 통해 하나님의 성호를 높이는 일종의 의례라는 것이다. 그것이 성가대 존재의 근본적인 이유이다. 성가대는 개인의 감정표출이나 다양한 음악성을 보여주는 기관이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가 예배 전에 다 같이 일어나 손뼉 치며 힘차게 부르는 찬양은, “불순종한 요나와 같이 방황하던 나에게 따듯한 주님의 손길이 내 손을 잡으셨네” 라는 찬양곡같이 회중과 함께 부를 수 있는 범주에 속한다. 주중에 가졌던 불손한 성도들의 마음을 잘 정돈시키고, 고백의 찬양을 통해 성도들을 회개로 이끌고, 궁국적으로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유도할 수 있는 준비작업으로서의 의미가 크다. “갈릴리 마을 그 숲속에서 주님 그 열한 제자 다시 만나시사” 를 열심히 손뼉 치며 부를 수 있다. 예수님을 생각하면서 손뼉을 치고, 내 마음을 서서히 주님을 향해 집중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예배가 시작되어 성가대가 찬양을 한다고 생각해 보자.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의 고민, 걱정, 갈등, 그리고 불만과 갈망과 바램 등이 포함된 마치 내 인생의 넋두리 같은 내용의 CCM 곡들이 과연 우리를 대표하는 성가대의 입술을 통해 하나님께 올려질 수 있는 찬양의 내용인가 하는 말이다. 위에서 예로 들었듯이, 그런 찬양은 할 때와 시기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간증 집회 때는 간증자의 인생사에 대한 효과적인 메시지가 들어 있는 곡들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 리사이틀 때도 자유롭게 다양하게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발휘할 내용의 CCM을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예배 시 성가대가 드리는 찬양은, 원칙적으로 성경 구절이나 성경 내용의 가사를 기반으로 하나님을 찬양하고 하나님께 감사하고 하나님의 성호를 높이는 내용의 찬양곡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억지 같지만 그게 원칙이다. 그리고 찬송가 내용이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그래서 조금 지루한 것 같지만 찬송가만큼 좋은 성가대 찬양곡은 없다. 많은 미국의 대형교회 성가대는 이 찬송가를 현대 스타일로 편곡하여 찬양을 올리는데,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현대스타일이란 말이 나왔지만, 선율은(혹은 리듬은) 근본적으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 말은 곡의 스타일은, 복음성가 스타일이건 찬송가 스타일이건 CCM 스타일이건, 그 가사와 내용이 지극히 100% 하나님에 집중된 것이라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통 보수 미국교회에서도 그들의 찬송가 229장을 한국민요인 ‘아리랑’ 선율로 만들어 성가대는 물론 회중들이 찬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음악의 선율, 스타일, 박자, Flow 등이 이미 중세기 이후 너무나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것은 모두가 잘 알고 있는데, 이런 변화를 교회에 도입하는 것을 반대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지극히 주관적인 고집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러나 예전이건 지금이건 어떤 선율을 쓰건 그 가사가 원칙에 어긋난다면 그것은 문제가 된다는 말이다.

아무리 부드럽고 경건한 선율이라도 그 내용이 개인적인 나의 이야기라면 그 찬양은 예배 시 찬양곡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정통 미국 교회에선 CCM 과 CWM을 구분해서 쓰고 있다. 둘 다 다 대중음악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CCM은 Contemporary Christian Music이고 CWM 은 Contemporary Worship Music이다. CWM은 예배에 더 특화되어있고 하나님에 더 집중되어 있다. CCM은 개인적 감정이나 갈망 그리고 느낌이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면 처음 질문인 랩은 어떻다는 것인가? 사람들이 랩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 주된 이유는 이 랩이 가진 거친 표현, 적나라한 성적 표현, 욕, 반항, 반사회적, 반종교적인 가사와 스타일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그런 내용의 가사가 들어가지 않으면 래퍼가 성공할 수 없다는 불문율까지 있다. 그러나, 랩이라고 해서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나쁘지 않으니까 예배 때 써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랩도 CCM같이 써도 되고 쓰지 말아야 할 ‘때’와 ‘장소’ 가 있다는 것이다.

내가 출석하는 교회는, 매년 추수감사절이 되면 구역별 장기 대회가 거행된다. 매번 그 포맷과 내용을 기획해 보았지만, 랩을 배제해 본 적은 없다. 아니 오히려 젊은 구역원들이 더 흥분해서 이 랩을 가지고 괜찮은 메시지를 만들어 재미나게 장기자랑을 독특하게 한다. 가능하다. 예배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사가 건전하다면, 랩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예배는, 아까 말한 그 내용이 첫째이고, 그다음으로 또 생각해야 할 것이 공중을 생각한 ‘덕’이다. 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윗이 기뻐서 춤을 추었다고, 예배 중에 은혜받은 장로님이 뻘떡 일어나 춤사위를 벌릴 수는 없지 않은가?

예를 들어 성가대 찬양곡 중간에 간주 할 때에 몇 마디 정도 낮은 톤으로 성경 구절을 빠르지 않게 랩으로 하는 것은 음악적으로나 영적으로나 나레이션과 비슷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생각해 본다. 물론 실제로 예배 시, 이 랩을 시용해 본 적은 없지만, 누가 아는가? 앞으로 10년 이내에 이 랩이 교회 예배 시 좋은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지.

/원더풀 스티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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