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복음주의 페미니즘』은 현대 복음주의 페미니즘이 자유주의 신학으로 향하는 비탈길이라고 주장한다.
저자 웨인 A. 그루뎀(Wayne A. Grudem)은 피닉스 신학대학원 교수로 세계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조직신학자.
그는 이번 책에서 여성신학의 한 부류인 '복음주의 페미니즘'을 비판하면서, "남성만이 교회 안에서 다스리고 가르치는 사역을 할 수 있고, 그 외의 사역만 남녀가 공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의 논거는 디모데전서 2장 12절의 '여자가 가르치는 것과 남자를 주관하는 것을 허락하지 아니하노니 오직 조용할지니라'는 성경 구절. 복음주의 페미니즘의 많은 학자들이 이 구절에 드러난 바울의 생각이 '틀렸다'고 주장하는 성경 구절이다. 대표적으로 풀러신학교 교수였던 폴 킹 주엣(Jewett)은 이 구절이 "(바울이) 랍비 교육을 받으면서 형성된 사고의 잔재"라 평가한다고 그루뎀은 전한다.
그루뎀은 이런 식의 '성경이 틀렸다'는 주장이 복음주의 페미니즘에서 반복된다고 이야기하면서, 이러한 논리가 계속된다면 복음주의 페미니즘은 성경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자유주의 신학으로 금세 변질되고 말 것이라고 한다.
디모데전서 2장 12절에 대해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라면 바울의 해석은 단지 그만의 해석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그분 자신의 해석"이라며 복음주의 페미니즘 학자들을 반박한다.
그는 성경의 권위를 훼손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교회 내 페미니즘에서 제기된 가설이나 성경 해석 원리가 성경의 권위를 거듭 훼손한다면, 장래에 교회의 근간이 무너지게 될 거라고 내다본다.
구체적으로 복음주의 페미니즘이 ▲바울이 틀렸다고 주장하며 ▲창세기 1-3장의 진정성을 부인하고 ▲'구속적인 흐름의 해석학'을 내세워 신약 성경의 윤리적 명령을 의문시하며 ▲'논쟁적인 구절'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남자와 여자의 역할을 다룬 성경 구절들을 무시하고 ▲성경보다 교회 전통, 경험, 주관적인 소명 의식을 더 우위에 둔다는 점 등에서 성경의 권위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자유주의로 기운 것도 아닌데 왜 성급하게 판단하느냐는 비판에는 회의적이다. 이에 대해 "처음에 교회를 교리적으로 그릇된 길로 이끄는 그리스도인들은 ... 한 가지 중요한 요점만을 변경시킴으로써 한동안은 그런 변화가 그다지 해롭지 않은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 그러나 그 다음 세대를 잇는 그들의 추종자들은 그 논리를 확대시켜 폭넓은 오류를 주장하기에 이른다"고 말한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돼 있다. 각 장의 제목은 '최근의 역사에서 발견되는 자유주의적인 성향', '성경의 권위를 훼손하거나 부인하는 복음주의 페미니즘의 견해', '논거가 희박하거나 거짓된 주장에 근거한 복음주의 페미니즘의 견해들', '복음주의 페미니즘은 우리를 어디로 이끌고 있는가?'이다.
책 제목은 '복음주의 페미니즘'(원제 'Evangelical Feminism')이지만, 복음주의 페미니즘 해설서라기보다 반박서다.
오늘날 한층 깊어지고 있는 교회 내 페미니즘과 반페미니즘의 대결을 이해하기 위해서, 일독해 볼 만하다.
웨인 A. 그루뎀은 침례교 목사이며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교 성서학과 조직신학 학과의 학과장을 지낸 바 있다. 저서로는 '웨인 그루뎀의 조직신학', '꼭 알아야 기독교 핵심 진리 20' 등이 있다.
복음주의 페미니즘 ㅣ 웨인 그루뎀 저, 조계광 역 ㅣ CH북스 ㅣ 341쪽 ㅣ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