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서 목사 "이번 기회에 교회 체질 개선하고 성도들 신앙 점검해야"
코로나19 확산 위험으로 모임, 집회가 당분간 금지되자 각자 처소에서 주일을 지키는 온라인 주일예배, 방송 주일예배가 권장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비대면 예배'는 시간과 장소를 구별하여 집중력 있게 드릴 수 있고, 성도들과 눈을 맞추고 반응을 살피며 소통하는 현장 예배의 다른 기능까지 대신하지는 못한다. 또한 매주 성도들이 교회에 모여 얼굴을 보고 대화하는 가운데 공동체적 연대감을 형성하고, 신앙적 교류와 성장을 이룰 기회가 거의 사라졌다. 온라인 예배는 그야말로 국가적 재난이라는 특수한 상황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임시 방편이다.
그런데 현 시국에서 평상시처럼 완전한 소통과 교제는 어렵지만, 흩어져 각자 드리는 예배가 아니라 함께 모여 차 안에서 예배하는 '드라이브 인' 예배가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성도들은 교회 건물에 들어가는 대신, 교회 야외 주차장이나 운동장, 자동차 극장 등에 차를 세워 놓고 라디오 주파수를 맞춘 후 예배에 참여한다. 집단으로 예배를 드리되,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차 안에서만 머물기 때문에 접촉으로 인한 감염 위험을 최소화했다.
드라이브 인 예배 방식은 60여 년 전 미국 크리스털 처치를 개척한 로버트 슐러 목사가 자동차 극장(drive-in theater)을 빌려 시작한 것이 처음이다. 최근 미국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 대규모 집회나 행사, 모임 등이 금지되자, 발 빠르게 대안을 찾아 나선 몇몇 교회가 드라이브 인 예배를 드리고 있다. 지난달 15일 워싱턴의 그로브 처치(Grove Church)는 주일예배를 교회 주차장에서 드라이브 인 방식으로 드리기 시작했고, 22일에는 워싱턴의 스포캔 처치(Spokane Church), 오하이오의 마운트 자이언 처치(Mount Zion Baptist Church), 제노아 처치(Genoa Baptist Church), 미시간의 트리즈 처치(TREES Church) 등이 같은 방식으로 주일예배를 드렸다. 지난달 25일 수요예배를 드라이브 인 예배로 드린 오클라호마의 빅토리 처치(Victory Church), 27일 금요예배를 역시 드라이브 인 예배로 드린 사우스캐롤라이나 뉴 커버넌트 처치(New Covenant ChuRch) 등도 언론을 탔다.
지난달 22일에는 미국이 아닌 중동의 레바논에서도 크로스로드 펠로우십 처치(Crossroads Fellowship Church)가 드라이브 인 예배를 드렸다. 제노아 교회의 담임목사는 "비록 '물리적 접촉'은 없더라도 함께 모여 있는 것만으로도 성도들은 마음이 따뜻해지고, 격려를 얻었다"고 카리스마뉴스에 밝혔다.
코로나19 예방·예배 동시에 만족시키는 드라이브 인 예배
'절대 교회 문 닫아선 안 된다'는 몸부림으로 시작
한국에서는 지난달 29일 서울 중랑구 서울씨티교회(조희서 담임목사)가 드라이브 인 주일예배를 드리면서 '함께 드리는 안전한 주일예배'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정부 규제를 지키면서도, 모여서 드리는 현장 예배의 장점을 동시에 살린 것이다.
이날 오전 10시 50분, 송곡고등학교 운동장에는 300여 대의 차량이 질서정연하게 자리를 잡았다. 맨 뒷줄과 양 끝자리에는 SUV 차량이 세워졌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교회 주차장 모습이지만, 내리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운동장 입구에서는 차에 탄 성도들의 발열 검사와 마스크 착용 여부를 확인했다. 그리고 주보와 손 소독제, 생수, 과자, 대형타올 등이 든 선물봉투를 나눠줬다. 주보에는 예배 순서와 라디오 FM 주파수가 인쇄돼 있었다.
이날 성도들은 차 안에서 총 5개의 라디오 주파수 중 한 개를 맞춰, 설교를 듣고 찬양하고 기도했다. 주일예배마다 진행하는 통성기도 순서에는 창문을 살짝 열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기도했다. 조희서 목사가 "할렐루야!"라고 말하고 경적을 경쾌하게 "빵빵빵빵" 울리면, 성도들은 "아멘!"으로 화답하며 경적을 "빵빵" 울렸다. "믿습니까!"라고 물으면 "빵빵(아멘)"하고 대답했다. 운동장 스탠드에 앉은 성도들은 규정 거리(2m)보다 먼 5m 간격으로 떨어져 예배를 드렸다. 따스한 봄 햇살 아래서 이제 막 푸른 새싹이 돋아나고 꽃이 피어나는 경치를 만끽하면서 차 안에서 드리는 야외 예배는 신나고 즐거운 축제였다.
예배가 마친 후 조희서 목사는 운동장 입구에 서서 참석한 모든 교인에게 인사를 전했다. 조 목사는 3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평소 같으면 뒷문으로 나가는 성도들의 얼굴은 보지 못하는데, 어제는 참석 교인의 얼굴을 빠짐없이 다 볼 수 있었다"며 "단절된 예배가 아니라 소통하는 예배였고, 성도들과 예배 위원들도 모두 기뻐하고 자긍심을 얻는 귀한 예배로 드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상황 따라 신앙 바뀌는 교인 말고, 상황 따라 혁신하는 제자 돼야
다음 주는 박조준 갈보리교회 원로목사 초청 예배로 드려
서울씨티교회의 이날 예배는 '절대 교회에서 예배가 멈추면 안 되고, 먼저 문을 닫아선 안 된다'는 조 목사의 확고한 신념을 따라 진행됐다. 아이디어는 과거 로버트 슐러 목사의 '드라이브 인' 예배 방식에서 차용했다. 하나님 앞에서 드리는 예배를 지키는 동시에 법의 권고사항을 지키려는 몸부림 가운데 기도하며 얻은 지혜였다. 지난 수 주간 조 목사는 코로나19 확진자가 8천 명을 돌파하면 현장 예배 인원을 줄이겠다고 공표하며, 현장 출석 교인 수를 계속 줄여온 터였다.
성도들은 기대 이상으로 드라이브 인 예배를 만족해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출을 자제하는 현시점에 야외에서, 그러나 차 안에서 주일예배를 '함께 모여' 드리는 방식이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온 것이다. "평소보다 설교가 더 집중이 잘됐다" "이웃집에도 추천하겠다" "좋은 날씨에 운동장에서 드리는 예배가 재미있고 즐거웠다" 등의 피드백이 나왔다.
교회의 가장 기본 기능인 예배가 위축되는 것 같은 상황에서 다른 교회 목회자들과 성도들에게도 뜨거운 지지와 관심을 받고 있다. 조 목사가 SNS를 통해 드라이브 인 예배를 드리겠다고 알리자, 여러 교회에서 '우리도 드라이브 인 예배를 드리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어왔다.
예배를 강행하여 혹여 집단 감염과 지역사회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정부와 주민에게도 환영을 받았다. 무엇보다 교회 내 집단 감염 사례를 앞다퉈 보도하는 국내 주요 일간 신문사, 통신사, 지상파 방송사에서도 관심을 갖고 취재하여 창의적 예배 방식으로 보도했다. 스웨덴 일간지 DN도 서울씨티교회의 드라이브 인 예배를 영어로 보도했다. 조 목사는 "국내 지인들뿐 아니라 각국 선교사들로부터도 '뉴스를 봤다'며 연락이 왔다"고 했다.
다음 주에는 박조준 갈보리교회 원로목사(영락교회 전 담임, 세계지도력개발원 원장)를 설교자로 초청해 예배드린다. 코로나19 확산세가 한풀 꺾이기 전까지 드라이브 인 주일예배는 지속할 계획이다. 물론 온라인 예배도 병행한다.
조희서 목사는 지난 29일 '새로운 시즌과 혁신'(New Season and Innovation)이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전했다. 운동장 단상에 오른 조 목사는 "교인의 안전과 대한민국, 세계의 안전을 위해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인원으로 (예배를 드릴지) 고심 끝에 마련한 것이 오늘 주차장에서 드리는 드라이브 인 예배"라며 "32년 전 이 학교(송곡고등학교)의 교목으로 이 자리에서 설교했는데, 32년 만에 다시 운동장 설교를 하게 되어 감개무량하다. 이런 시절이 오게 될지 누가 알았겠나"라고 말했다. 조 목사는 이어 "진정한 제자는 어떠한 상황과 정권, 체제, 어려움이 오더라도 언제나 자기를 혁신시키고, 모든 전도방법과 언행심사를 바꿔나가 신앙생활을 한다"며 "교인이 되지 말고 제자가 될 것"을 당부했다.
조희서 목사는 지난달 26일 담임목사실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드라이브 인 예배 방식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정부의 권고를 지키면서 예배드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위기 앞에서 예배를 드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하나님께서 주신 지혜를 활용하면 '역전과 반전'의 하나님은 늘 새로운 것을 창조하게 하신다"고 강조했다.
현재 FM 송출기로 예배 방송을 송출하려면 전파관리국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60m 이내 거리는 별도 허가 없이도 가능하다.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운동장 전 지역에 방송이 송출될 수 있도록 5개의 FM 라디오 주파수를 활용했다.
예배당 지어 학교에 기부, 주차장은 학교 운동장 활용
핍박과 역경 앞에서도 존재하는 교회로 '체질' 개선해야
조희서 목사는 1988년 첫 목회지로 비닐하우스 교회에 부임했다. 교회는 지역 개발로 철거돼 결국 1년 반 만에 문을 닫았다. 다시 1990년 왕십리의 한 건물 지하에서 새로 교회를 개척했고, 이전을 거듭하며 '예배당'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던 조 목사는 '예배당이 없다면 극장이라도 빌려 예배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예배당을 건축할 때에는 교회 재단에 속한 건물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열린 공연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최신형 극장식으로 만들어 2003년 송곡고등학교 강당으로 기부채납했다. 학교 운동장을 주차장으로 사용할 수 있어 일석이조였다. 이후 지하 1층, 지상 5층의 교육관 건물도 지어 1층을 학교에서 사용하도록 하고 나머지는 교회가 활용하고 있다.
조 목사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지만, 오히려 목회자들이 교회의 체력, 성도들의 진정한 신앙의 크기를 발견하는 때인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담임 목회자가 마음에 들어서, 주차하기 좋아서, 혹은 기타 여러 다른 이유로 교회에 나오는 성도들이 많았다면, 이번 시기에 성도들이 보여주는 신앙생활은 이들의 진짜 신앙을 가늠할 좋은 기회라는 뜻이다.
조희서 목사는 특히 "각 교회는 이번 기회에 성도들의 신앙을 점검하고, 목회자들은 교회의 체제를 점검하여 현 위기를 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이번에 교회가 체질을 개선하고, 교회의 본질로 돌아간다면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올 수 있는 핍박과 역경, 코로나19보다 더한 전염병이라 할지라도 어떤 형태든지 생존하는 교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목사는 마지막으로 한국교회를 향해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 늘 위기 상황에서 앞장서서 고통을 분담하고 이겨내는 한국교회의 전통을 이어가면 좋겠다"며 "시대가 바뀌었지만,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 사회에 기여하고 사람들이 교회를 통해 하나님의 이름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