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안원 출신이라고 밝힌 조선족 이규호 씨가 고문사실을 증언하는 양심선언을 1일 서울 효자동 중국대사관 앞에서 가졌다.
최근 중국에서 구금됐다 풀려난 김영환 씨의 전기고문 사실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진행된 진행된 기자회견이라 중국의 가혹한 고문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셌다.
탈북난민구출네트워크가 주최한 이날 기자회견에 나타난 이씨는 지난 1995년 8월부터 2002년까지 북한과 중국의 국경 부근인 심양화평분국 서탑파출소에서 근무하며 탈북자를 색출하는 가운데 비인권적 행위를 저질렀다고 고백했다.
이씨는 양심선언문에서 “지난 1995년 겨울 심양시 공안국 정보과는 탈북자를 잡으면 연말 업무성적에서 점수를 준다고 했다”며 “1996년 저녁 당직에서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남성 탈북자를 색출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뒤굽으로 걷어차고 전기방망이로 때렸다”고 밝혔다.
그는 “그 사람은 조선말로 때리지 말라면서 제발 조선으로만 보내지 말라고 애원했지만, 저는 이 사실을 파출소장과 상급 정보과에 보고했고 그는 이튿날 단둥 국경을 거쳐 조선정부 보위과로 넘겨졌다고 들었다”며 “선배경찰의 말씀에 의하면 그 탈북자는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간다고 했다”고 전했다.
2002년 중국 공안에서 강제해고 된 뒤 2010년에 한국으로 왔다는 그는 “탈북자들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제 양심선언을 통해 목숨을 걸고 탈출한 이들에게 삶의 용기를 주고 싶다”며 “한국 국민들에게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날 양심선언 동기에 대해서는 “지난 2월28일부터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집회에 참석해오던 중 김영환 씨의 발언을 듣고 중국 정부에 너무나 분노해 기도하던 중 하나님께서 탈북자들에게 용서를 구할 것과 정의를 위해 일어나 증언하라는 말씀을 듣고 이 자리에 서게 됐다"며 “우리 다같이 힘을 모아 중국 정부에 도움을 청하고, 조선 정부에도 정치를 잘 하여 조선 국민들을 먹고 살게끔 해 달라고 부탁하자”고 했다.
한편, 이 씨는 "파출소에 근무할 당시 단순한 시비와 취객 등으로 잡혀온 한국인에 대해서도 구류실에 넣고 발로 차고 때리기도 했다"며 "중국 공안은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는 중국사람, 남한사람, 북한사람 가리지 않고 가혹행위를 하고 양팔을 매단 상태에서 전기고문을 하기도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씨 고문 의혹과 관련 "중국 당국이 남북한을 얕잡아보고 남북한 사람에게 가혹행위를 하고 고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