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유족 "누구 소행인가"…文대통령 "北 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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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피격 민평기 상사 어머니, 대통령에 간곡 요청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분향하는 가운데 한 유가족이 대통령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 늙은이 한 좀 풀어주세요."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을 막아선 한 백발 할머니의 호소였다. 천안함 피격으로 막내아들을 떠나보낸 고(故)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여사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해에서 발생한 남북 간 무력충돌에서 희생된 55명의 용사를 기리는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처음 참석했다.

천안함 피격·연평도 도발 10주기를 맞이하는 올해, 대한민국을 지켜낸 서해수호 55용사의 정신을 기리고 영원히 기억한다는 뜻을 담아 대통령이 직접 찾게 됐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기념식이 시작되고, 현충탑 헌화·분향 순서가 다가오자 문 대통령 내외는 현충탑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문 대통령이 분향을 하기 위해 향초를 향해 손을 뻗자 갑자기 뒤에 있던 윤 여사는 "대통령님, 대통령님"이라고 외치며 앞으로 다가왔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씨 탓에 비옷을 입은 윤 여사는 이어 대통령을 붙잡았다. 그러면서 "이게 북한 소행인가, 누구 수행인지 말씀 좀 해달라"고 말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문 대통령의 표정에선 다소 당혹스러움이 감지됐다.

윤 여사는 "여태까지 북한 소행이라고 진실로 해본 일이 없다"며 "그래서 이 늙은이의 한 좀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천안함 피격이 북한 소행이라는 것을 명백히 해달라는 촉구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에 잠시 분향을 멈추고 윤 여사의 눈을 마주하며 "정부 공식 입장에 조금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2010년 3월 천안함 침몰 이후 민군합동조사단을 꾸려 7개월 조사 끝에 북한제 어뢰에 의한 수중폭발로 발생한 충격파와 버블효과에 의해 절단돼 침몰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정부는 천안함 침몰은 북한 소행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4년 전인 2015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시절 처음으로 북한 잠수정의 타격으로 인한 침몰로 규정한 바 있다.

윤 여사는 "다른 사람들이 저한테 말한다. 이게 어느 짓인지 모르겠다고, 대한민국에서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고 하는데 제 가슴이 무너진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 늙은이 한 좀 풀어달라. 맺힌 한 좀 풀어달라"며 "대통령께서 이것 좀 꼭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소행이라는 게 정부의 입장 아니겠는가"라며 "걱정하지 마시라"고 다독인 뒤 분향을 이어갔다.

2016년 정부 기념일로 지정된 후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한 기념식에 문 대통령이 직접 자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2018년 해외 순방 일정으로 기념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2019년엔 지역경제투어인 대구 방문 일정으로 불참했다.

천안함 피격으로 희생된 고 임재엽 상사 어머니, 강금옥 여사의 편지 낭독은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강 여사는 "네 사진을 보고 또 보는 일, 네 이름을 부르고 숨죽여 눈물 흘리는 일 말고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단다"라며 울먹였고, 참석자들도 눈물을 훔쳤다. 문 대통령은 편지 낭독이 끝나자 일어나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도 눈시울을 붉혔다.

식 이후 문 대통령 내외는 제2연평해전·연평도 포격도발·천안함 피격 전사자가 모두 안장된 '서해수호 특별묘역'을 찾아 일일이 묘비를 만지며 추모했다. 서해수호 55용사에 대한 최고의 예우를 표한다는 차원에서다.

추모 중 문 대통령을 만난 일부 유가족들은 생활고를 호소했다. 한 유족은 문 대통령에게 "군인 연금은 나왔는데 보훈 연금이 나오지 않는다"했고, 문 대통령은 유족의 어깨를 토닥이며 "세월이 간다고 아픔이 가시겠습니까"라며 위로했다. 그러면서 정부 관계자에게 알아볼 것을 지시했다.

홍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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