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정책은 청년에게, 노인정책은 노인에게, 여성정책은 여성에게 의견을 물으면서 아동정책은 왜 아동에게 묻지 않나요?”(서울특별시, 이지현)
정책공약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면서도 투표권이 없어서 논의 과정에서 배제되기 쉬운 국민들이 있다. 바로 17세 미만 아동들이다.
아동옹호대표기관 초록우산어린이재단(회장 이제훈)은 선거 때마다 지역별 토론회, FGI, 설문조사를 통해 아동들이 직접 자신에게 필요한 정책공약을 고민하고 토론하는 장을 만들고 있으며, 아동들과 함께 만든 공약을 정당 및 후보자들에게 전달하고 반영을 촉구하는 <미래에서 온 투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21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재단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약 2만명의 아동 목소리를 모아 국회의원선거 정책공약 제안서 <아동이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발표했다.
이번에 제안한 정책 공약은 ▶아동 놀 권리 보장 안전한 통학로 구축 ▶아동폭력예방시스템 강화 ▶아동주거복지실현 ▶학생중심 학교 조성 등 5대 분야로 구분되며, 18개 정책, 53개 세부 정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아동 놀 권리 보장 분야에서는 “우리나라 학생들은 외국 학생들에 비해 여가, 문화생활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이희수, 경기, 17세)”, “어른들과 국가는 아이들의 놀 권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잘 지켜지고 있는지도 조사하고 있지 않다(김윤성, 서울, 15세)”며 ⌈국민여가활성화기본법⌋에 아동이 여가를 즐길 권리를 명시하고, 정기적인 아동 놀이 실태조사와 놀이기본계획을 수립해 이행 할 것을 의무화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으며, 지방자치단체의 놀 권리 조례가 좀더 실효성 있게 제·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집 앞 놀이터에 놀이기구들이 고장 났는데 고쳐주지는 않고 출입금지만 하고 있다(김우주, 대전, 13세)”, “놀 권리는 도시에서만 지켜지고. 내가 사는 시골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이서린, 경북, 13세)”며 지역사회와 학교 안에 놀이 공간을 확대하고 아동참여형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매일같이 이용하는 ‘통학로’를 안전하게 구축해야 한다는 아동들의 목소리도 높았다. “학교 앞에 횡단보도와 신호등이 없어서 건널 때마다 너무 불안하다(한석준, 광주,13세)”, “인도가 띄엄띄엄 있어서 찻길로 다니다가 차에 치이는 경우가 있다. 인도는 좁아지고 차가 다니는 길만 좋아진다(박서영, 경기, 13세)”, “초록 불인데도 지나가는 차가 많고, 규정속도를 안 지킨다(김은지, 제주 11세)”며 아동들이 마음 편히 등·하교 할 수 있는 안심 통학로를 구축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를 위해 ⌈어린이 통학로 교통안전 조례⌋를 제· 개정해 통학로 보행환경 전수 조사, 통학로 안전 계획 수립, 안전지수 및 매뉴얼 개발 등의 내용을 담을 수 있도록 하고, 실질적인 아동보호를 위해 어린이보호구역의 범위를 재정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교통안전을 위한 제반 시설을 전수 조사해 즉각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교통 법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교통안전 외에도 통학로에서의 간접흡연고통과 범죄로 인한 불안을 호소하며 ⌈국민건강증진법⌋을 개정해 어린이보호구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범죄예방을 위한 제반 시설을 점검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아동폭력예방시스템 강화 분야에서는 “어른들이 체벌은 교육이다 혹은 가족이니까 괜찮다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 폭력을 당하게 된다(정서원, 전남, 15세)”, “학생을 성희롱 한 선생님이 학교로 쉽게 돌아오는 현실이 무섭다(민수연, 서울, 18세)”, “학교폭력을 당한 학생이 신고를 해도 아무런 조치가 없는 경우가 있다(정민지, 강원도, 17세)”며 ⌈민법⌋ 915조를 개정해 징계권을 삭제하고,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실질적인 예방적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성비위 교사에 대한 징계수위를 상향하는 한편, 재발방지교육을 의무화하고 의무교육시간 및 컨텐츠를 표준화해서 학교에서의 성범죄가 실질적으로 예방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외에도 미디어 폭력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각 방송사별로 미디어 아동보호 가이드라인을 재점검하고 실제 제작현장에서도 적용 될 수 있도록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제안했으며, 피해아동 외에도 성범죄와 관련된 모든 아동청소년이 성취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대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동의 주거환경 문제도 제기됐다. 7평 원룸에 5명의 가족과 살고 있어 빨래 건조대 밑에서 잠을 자야 한다는 11살 아동, 집에 곰팡이가 많이 퍼져서 벽이 까맣고 바닥은 늘 축축한 반 지하에 살고 있다는 10살 아동, 지붕이 낡아서 비가오면 물이 새는 컨테이너에 살고 있는 12세 아동, 비닐하우스 는 문고리가 약해서 모르는 아저씨가 또 들어올까 봐 두렵다는 9살 아동은 “집다운 집”에서 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를 위해 아동주거빈곤 현황 파악 및 대응책 마련, 최저주거기준 실효성 강화 및 미달가구 지원 체계 구축, 아동주거급여 신설 등 주거급여 현실화, 아동 대상 통합 주거복지서비스 지원을 위한 인프라 구축, 공공임대주책단지에 대한 인식 및 환경개선을 정책공약으로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학생의 권리가 보장되는 학교 환경조성 분야에서는 “학교에서 무슨 일이 결정될 때 당사자인 우리들의 의견은 반영하지 않는다(하윤진, 경북, 14세)”, “사물함은 낡아서 부서졌고, 책상의자는 나무가 뜯겨졌는데도 바꿔주지 않는다(김민정, 전남, 15세)”, “급식이 맛도 없고 양도 작아서 편의점 가서 다시 사먹어야 한다.
다른 학교 급식은 잘 나오는데 왜 우리만 부실한 급식을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다(최상훈, 13세, 경북)”며 학교 규칙 제·개정 시 학생의견 반영을 의무화하고, 학생·교사·부모를 대상으로 아동권리교육 의무 이수제를 도입해 학생의 의견이 존중되고 반영되는 운영체계를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학교 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안전점검 수준을 넘어 개선을 위한 즉각적 이행 및 모니터링의 강제성을 명시하고, 학교의 노후 시설, 유해물질 및 급식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예산을 더 책정해 쾌적하고 안전한 학교를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아동들의 목소리가 담긴 제안서 <아동이 살기 좋은 대한민국>를 각 정당 및 후보자에게 제안해 이번 국회의원선거 정책공약에 반영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정의당에서 당 공약에 일부 반영하겠다고 응답했으며, 재단은 지속적으로 반영 및 이행여부를 모니터링 할 계획이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이제훈 회장은 “지난 20대 국회의원선거의 정당 별 10대 정책을 살펴보면 정책의 대상자가 대부분 청년, 어르신, 신혼부부이고 아동은 언급조차 안되어 있거나 일부 정책에 미비하게 언급되어 있으며, 아동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도 교육, 보육, 학대 등 분야가 매우 한정적이고, 그나마도 아동의 입장이 아닌 성인, 부모의 입장에서 본 정책들이 많다” 며 전세계적으로 행복도가 최하위 수준인 우리나라 아동들의 삶이 근본적으로 바뀌려면 아동을 독립적인 정책의 대상으로 인정하고 당사자인 아동의 입장에서 아동과 함께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