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소비자들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가 2009년 금융위기 수준 만큼 무너져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두 달 연속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것이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78.4로 전월대비 18.5포인트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2009년 3월(72.8) 이후 11년 만에 가장 낮았다. 낙폭은 2008년 7월 관련 통계 공표 이후 역대 가장 컸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10월(-12.7포인트) 수준을 상당폭 뛰어 넘었다.
CCSI는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주요한 6개 지수를 표준화한 지표다. 지표가 기준선(100)을 크게 밑돈다는 것은 그만큼 비관론이 팽배해졌다는 얘기다. 이번 조사는 코로나19 확진자수가 급증하던 지난 10~17일까지 이뤄졌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고 있어 소비심리에 미치는 충격은 지속될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3개월간 소비심리 위축세가 이어졌다. 한은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는 소비자심리지수가 2008년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 하락한 뒤 이듬해 1월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지수를 구성하는 6개 세부항목은 줄줄이 하락했다. 경기상황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현재경기판단과 향후경기전망CSI가 각 38, 62로 28포인트, 14포인트 떨어져 낙폭이 크게 나타났다. 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지속된 2009년 3월, 2008년 12월 이후 가장 낮았다. 가계 재정상황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는 현재생활형편과 생활형편전망, 가계수입전망지수, 소비지출전망도 각 8~13포인트 떨어졌다.
경기 악화 우려에 취업기회전망지수는 64로 17포인트 꺾였다. 그러나 집값 전망은 횡보했다. 지난달 주택가격전망CSI는 112로 전월대비 4포인트 내렸지만, 이달에는 변함이 없었다. 향후 1년 뒤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보여주는 기대인플레이션율과 물가인식도 각 1.7%, 1.8%로 전월 수준을 유지했다.
조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