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오는 4월6일 등교가 불가능할 것에 대비해 '온라인 수업(원격수업)'을 전면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원격수업을 학교 수업일수와 시수로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교육시설재난공제회에서 열린 원격교육 온라인 업무협약식에서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부득이하게 수업이 중단되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자 4월6일 개학 방식에 온라인 개학을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등교 개학이 무리라 판단되면 전면 시행도 종합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감염병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개학 이후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일선 학교를 중심으로 폭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만큼 '온라인 개학'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같이 개학하면 좋겠지만 부득이한 상황 있을 수도"
유 부총리는 이날 시도교육감을 비롯해 e학습터를 운영하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한국교육방송공사(EBS)와의 협약식에서 "전면적인 원격수업을 통해 개학하려면 지역과 학교별로 동일한 수준의 원격교육이 가능할지 여부를 살펴야 한다"면서 "이번주와 다음주 원격교육 시범학교 운영 상황을 보면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미 4월6일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일을 세 차례에 걸쳐 총 5주간 연기한 바 있으며 아직 예정대로 개학할 가능성에 대한 확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가 이날 코로나19가 장기화된다면 불가피하게 온라인과 등교 개학을 병행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중국 학교와 국내 대학들은 코로나19가 꺾일 때까지 집에서 원격수업을 듣고 이를 출석으로 인정하고 있다.
유 부총리는 "4월6일 개학을 전제로 학교 방역체계를 잘 갖추도록 준비하고 있고 원격교육도 이전부터 진행하고 있다"며 "학교와 지역별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학습공백 최소화 차원에서 원격교육 활성화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2주간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을 국민들께 호소했다"며 "그것이 안정적으로 개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우리나라에 국한된 상황이 아니라 세계적 확산 상황이고 외부 유입되는 위기 요소들이 어떻게 잘 안정적으로 관리되는지, 확진자 추세나 지역 상황, 변수들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온라인 개학을 병행 추진하는 취지를 밝혔다.
유 부총리는 4월6일 예정대로 개학이 가능할 수 있을지 관측을 묻는 질문에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질병관리본부,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정하겠다"며 "다같이 (등교)개학이 되면 가장 좋겠지만 부득이한 상황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에 대비해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쌍방향 원격수업 기반 마련…시범학교 운영
교육부는 이날 원격수업 기준안을 마련해 학습공백 장기화를 방지하고, 장기적으로 온-오프라인 융합 수업 모형을 확산한다는 내용의 '원격교육 지원계획'을 공개했다.
교육부는 지난 2일부터 시작된 개학연기 기간 학생들의 학습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교사-학생 간 소통을 위한 온라인 학급방을 개설해 운영했다. 휴업 1~3주차에는 자율학습에 초점을 두고 온라인 학습자료를 확충해 탑재했다.
지난 10일부터는 온라인 학습 통합 정보시스템인 '학교온'(on)을 개통해 일일학습 정보 및 다양한 문화 예술 과학 분야 콘텐츠를 제공하고, 기존 디지털교과서 외 총 469종의 서책형 교과서를 전자책(e-book)으로 제공하고 있다.
휴업 4주차인 지난 23일부터는 정규 수업에 준하는 관리형 원격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개학 전까지 교사와 학생의 정보인프라를 마련하고 실제 수업 진도가 나갈 수 있도록 학습 콘텐츠와 플랫폼을 정할 예정이다.
온라인수업 영상 등 콘텐츠가 있는 e학습터와 EBS온라인클래스는 출석확인과 과제 등에 대한 쌍방향 피드백 기능을 강화한다. 교사의 학습관리와 쌍방향 피드백 기능을 강화한 학습관리시스템(LMS)을 적용했다.
교육부는 e학습터에 일 900만명, EBS온라인 클래스는 150만명이 동시접속할 수 있도록 서비스 안정화를 준비하기로 했다. EBS는 지난 23일부터 2주간 초등 1~2학년 대상 TV방송, 초3~고3 대상 라이브 특강을 오전 9시부터 낮 12시, 최대 오후 4시까지 제공한다.
EBS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시청자 접근성과 편의를 높이기 위해 25일부터 'EBS 2주 라이브 특강'을 주요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와 '카카오'를 통해 볼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25일부터는 유료 강좌인 '중학 프리미엄' 강좌를 2개월간 EBS 온라인클래스를 통해 무상 제공한다. EBS온라인클래스에는 총 52종의 방송 중·고등학생용 원격교육 콘텐츠를, e학습터에는 시도별 특화자료와 교사 자체제작 자료를 탑재할 예정이다. e학습터에는 현재 과목별로 초등학생용 학습영상 3470편, 중학생용은 2087편이 탑재돼 있다.
학교별 대표교원과 교육부, 시도교육청, 유관기관은 이번주부터 '1만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원격교육 운영방법을 공유하고 애로사항을 개선할 예정이다. 교육청별로는 원격교육 일반화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원격교육 시범학교를 선정해 운영하기로 했다.
향후 비대면 수업 난이도를 점차 높여 실시간 화상회의 등 쌍방향 수업 비중을 확대하기로 했다. 교사도 원격교육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가이드와 콘텐츠를 제공한다.
소외계층 학생 기기 대여·인터넷비 지원
원격수업이 가능한 인터넷 환경과 컴퓨터 등 기기가 없는 저소득층 학생들에게는 교육정보화 교육비를 지원하고, 교육청을 통해 학교 스마트기기를 대여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지역별로 서울은 추가경정예산 5억원과 900대 대여분을 확보했고, 경기도는 각 학교별 전수조사를 거쳐 교육청이 1404대와 인터넷 통신비 지원을 추진 중이다. 대구는 학교가 보유한 스마트기기를 대여하고 인터넷비를 지원한다. 부산은 각 학교가 소프트웨어지원센터에 신청해 대여할 수 있게 한 상태다.
2018년 한국미디어패널조사에 따르면 가구별로 컴퓨터 보유율은 가구주가 30대인 경우 91%, 40대 92.3%, 50대 86% 수준이다. 학생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초등 고학년이 81.2%, 중학생 95.9%, 고교생 95.2%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각 또는 청각장애가 있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의 접근성을 고려한 대책도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의 협업을 통해 교육콘텐츠 데이터요금 지원사업 대상을 확대해 지원하기로 했다. 올해 지원액수는 32억원 규모다.
유 부총리는 이날 최교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부회장과 강은희 대구교육감, 조희연 서울교육감 등과 KERIS 박혜자 원장, EBS 김명중 사장과 함께 원격교육에 상호협력한다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업무협약식은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유 부총리를 제외한 교육감 및 기관장들은 각 기관 사무실에서 원격으로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일선 교사의 원격수업 시연 후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협약서에 원격 서명했다. 기념촬영도 분할화면 속 화상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한 채 스크린샷을 찍어 저장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이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