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증 환자 치료하는 생활치료센터는 또 다른 코로나19 전선
23일 퇴원 남성 "의료진 너무나 멋있고 힘 돼, 하루빨리
코로나 종식되고 모두 가족 곁으로 안전하게 돌아갔으면"
평택 선별진료소서 확진자 선별했단 이유로 환자 발길 줄어
더 힘들고 아픈 환자들 위해 자원...종식 때까지 봉사 계획
제2박애병원 건립·해외봉사 등 새로운 꿈 향해 나아갈 것
"대부분은 봉사를 통해 명예나 필요한 것을 더 얻는데, 이름도 없이 오로지 희생과 박애 정신으로 최소 2~4주 동안 들어오면 나갈 수도 없는 치료 현장에 오신 분들이 있습니다. '대구'하면 '코로나'라며 공포심에 지역 근처에도 오기 싫어하고, 대구에 다녀온 이들과 접촉조차 두려워하는 분위기인데,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남편, 부인, 심지어 어린 자녀를 두고 오신 분들, 무급휴가 혹은 병원에 사표를 내고 오신 의료인 자원봉사자분들이 코로나19와 싸우는 진정한 영웅입니다."
국내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한 대구와 경북지역에서 중증 환자들이 병상이 없어 입원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발생하면서, 지난 3월 초부터는 중증 환자와 경증 환자를 분리하여 치료하고 있다. 중증 환자는 코로나19 지역 거점병원에 입원하고, 그 외 증상이 없거나 경미한 환자, 입원 치료 후 경증 상태가 된 환자들은 생활치료센터에서 격리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생사가 오가는 코로나19와의 전쟁 최전선에 있는 거점병원과는 또 다른 긴장과 정신적 고통, 생존을 위한 조용하고 처절한 몸부림이 24시간 이어지는 생활치료센터도 코로나19와 싸우는 전선이다. 대구와 경북에 10개, 충청에 6개, 전북에 1개, 서울과 경기에 각각 1개 등 전국 19개 생활치료센터에 현재 3,200여 명이 입소해 회복하고 있다. 생활치료센터 '경북대구5센터' 전담 협력병원으로 지정된 평택 참좋은친구 박애병원(이하 박애병원)의 김병근 원장과 간호사들은 지난 14일부터 생활치료센터로 사용되고 있는 대구은행 연수원에서 전국 각지에서 자원한 의료인 자원봉사자들과 경증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김병근 원장은 "대구에 처음 왔을 때 의료인 자원봉사자들의 사연을 듣고 환자들의 사정과 함께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며 "여러분이 바로 이 시대의 영웅이라고 거듭 강조했다"고 말했다. 입원 환자와 퇴원 환자 관리와 전화 회진 및 상담, 24시간 3교대, 코로나19 검체 채취 및 투약, 처방 등의 업무에 집중하다 보면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간다. 방역 소독, 환자 돌봄 등의 기본 업무 외에도 도서, 특별 간식 공급, 심리적 지지 등 환자를 위한 일대일 개별 맞춤 검사일정을 관리하고 있다. 의료인 자원봉사자들은 '오로지 환자의 완치'를 위해 "마음과 정성을 다해 최고의 봉사를 하는 데 집중하며 날마다 버틴다"고 했다. 지역 주민과 지역 상인협회, 지인들이 보내주는 위문품들도 가족과 동료들의 격려만큼이나 큰 힘과 위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의료진들이 그 무엇보다 힘을 얻고 보람을 느낄 때는 바로 완치자들이 퇴원할 때다. 퇴원 조건은 24시간 간격으로 유전자 증폭(PCR) 검사에서 연속 2회 음성이 나와야 한다. 지난 16일에는 경북대구5센터 첫 퇴원자의 환송 축하식이 열렸다. 김병근 원장은 "전신 방호복에 김 서린 고글을 쓰고 만나던 환자가 완치 판정을 받고, 밝은 모습으로 꾸벅 인사하며 떠나는 모습을 보는 심정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이 자랑스럽고 뿌듯하다"고 전했다.
23일 오후에 퇴원한 30대 초반 남성은 생활치료센터를 떠나기 전 의료진들에게 캘리그래피가 들어간 자필 편지를 건넸다. 편지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수많은 환자를 위험 속에서 관리하시고 치료하시는 모습 너무 멋있고 힘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너무나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며 "생판 본 적 없는 저희들을 위해 편히 쉬지 못하는 모습 안쓰럽기도 했지만 너무나 듬직했다. 지금까지 너무나 잘 지냈고 의료진들의 적극적인 조치에 감동 또한 받았다. 하루라도 빨리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종식되고 백신이 개발되어 여러분도, 모든 환자분들도 가족 곁으로 안전하게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적혀 있었다.
박애병원은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고 경북대구5센터가 문을 닫을 때까지 봉사를 계속할 예정이다. 사실상 코로나19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코로나19 최전선인 대구로 자원해 가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누군가는 해야 할 이 일'을 하기 위해 그만한 각오 없인 봉사를 계속 이어가기 힘들 것으로 생각했다.
김병근 원장은 "이미 많은 기독교인이 코로나19 현장에서 몸과 마음과 재정을 들여 헌신하고 있지만, 종교 유무와 관계없이 전국에서 온 수많은 의료인 자원봉사자들이 진정 선한 사마리아인들이라 생각했다"며 "지금보다도 더 많은 기독교인이 요란한 말만 하는 것보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먼저 발 벗고 나서 사회의 약하고 어려운 이웃을 실질적으로 돕는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어 이 시대를 밝힐 수 있다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지난달 26일 '국민안심병원' 선정...제2박애병원 건립 등 계획
1957년 개원한 박애병원은 평택시 최초 종합병원으로, 지난 63년간 평택 지역사회와 시민의 '주치의' 역할을 감당해 왔다. 이번에 생활치료센터를 맡게 된 것은 결코 상황과 여건이 받쳐주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 상황이었다. 박애병원이 병원 밖에 별도로 마련한 선별진료소에서 평택시 4번, 5번 코로나19 환자를 선별한 것이 오히려 화근(?)이 되었다. 확진자가 박애병원의 선별진료소에서 검진받았다는 내용이 기사와 SNS, 문자 등을 통해 확산되며 박애병원 내에서 감염이 일어난 것으로 오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병원을 찾던 환자들의 발길도 뜸해졌다.
김병근 원장은 "평택 내 다른 종합병원보다 외래 및 입원 환자가 더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타격을 입었다"며 "그럼에도 지금까지처럼 꿋꿋하고 당당하게, 코로나19 방역과 더불어 우리보다 더 힘들고 아픈 환자들을 따스한 마음과 정성을 다해 치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애병원이 국가적·지역적 재난 사태인 코로나19 퇴치와 안전한 방역, 환자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리며, 국가와 지역과 사회에 인술로 보답하겠다"고 각오를 말했다.
다행히 코로나19에 맞서 싸우는 박애병원의 어려운 사정을 아는 평택 시민의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김 원장은 "전국이 힘을 다해 코로나19와 싸우고 있고 모든 산업계가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평택 시민과 타지역 분들도 음료수와 빵, 비타민, 간식, 꽃다발 등을 전달해주시고 응원 플래카드도 여러 개 붙여주셨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박애병원은 '앞선 의술과 정직한 진료로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병원이 된다'는 박애의료재단의 이념을 따라 '희망을 만들어가는 병원'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친구'로서 의료서비스와 봉사, 나눔을 실천해 왔다. 타 병원에서는 잘 받지 않는 노숙자, 행려 환자, 주취자, 수급자, 보훈대상자 등도 박애(博愛) 정신을 발휘하여 돌보고, 선교사, 목회자, 외국인 노동자, 새터민 등에게도 크고 작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2월 26일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코로나19 걱정 없는 '국민안심병원'에 선정됐다. 앞으로 선별진료소 및 국민안심병원 운영, 검진센터 리모델링과 인공신장실 이전, 간호간병통합병동 설치 및 운영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의료진도 확충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된 후 경영이 개선되면 제2박애병원 건립과 해외단기 의료봉사팀도 보내길 소망하고 있다. 오는 4월 말에는 인천 청라지구에 조성되는 청라의료복합타운 건설 사업에 박애병원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병근 원장은 "무엇보다 고난도 수술과 시술로 앞서가고, 치료가 어렵고 복잡한 환자들까지도 전인격적으로 치료해냄으로써 평택 지역에서 존경받고 사랑받는 병원이 되기 원한다"며 "박애병원을 향한 관심과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