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겨우내 추위로 움츠렸던 마음이 코로나로 인해 더욱 꽁꽁 얼어붙은 듯하다. 이젠 끝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란 말이 맞긴 하나 보다. 난생 처음 긴장의 연속인 생활을 하다 보니 웃음보를 터뜨리는 유머들도 여럿 등장한 것 같다. 그 중 하나가 이런 문구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란 문장과는 정반대 내용인데, 시국이 하수상하니 역설의 유머 속에서도 소중한 진리가 깨달아진다.
[2] 주일이 되니 예배로 인한 갈등이 너무 많이 벌어진다. 특히 교회마다 시청 직원이나 경찰들과 실랑이를 벌여야 하는 목회자들의 시름이 깊어간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니 주일성수나 예배와 관련한 얘기가 주된 이슈를 차지함을 본다. 기독신문사 뿐 아니라 일반 신문사 기자들까지 그와 관련된 인터뷰를 하려고 연락을 취해온다. 코로나 초기 때의 이슈는 ‘교회에서의 예배를 사수해야 하느냐 아니면 온라인으로 드리는 가정에서의 예배도 가능한가’라는 것이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니 이슈가 달라졌다.
[3] ‘교회에서의 예배모임 차단 명령을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봐야 하는가 아니면 공공의 유익을 위해 기꺼이 협조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지난 한 주간의 이슈가 된 듯하다. 주일을 맞은 오늘 현재의 이슈는 또 다른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교회들이 자발적으로 교역자와 교회 중직들 중심으로 철저한 방역과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예배를 축소해나가고 있음에도, 관공서 직원들이나 경찰들이 나와서 예배를 방해하거나 강압적 지시를 내리는 것이 종교의 자유를 해치는 거 아니냐?’란 불평이 쏟아진다.
[4] 재미있으면서도 의미심장한 글이 있어 소개한다. “예배드리면 죽인다고 칼이 들어올 때, 예배드리는 것이 신앙입니다. 그러나 예배 모임이 칼이 되어 남들의 목숨을 위태하게 하면 모이지 않는 것이 신앙입니다.” 명언이다. 예배를 포기하잔 말이 아니라 교회 안에서 다수가 모이는 건 피하잔 말일 게다. 정부나 시에서 예배를 드리지 말라면 목숨 걸고 반대해야 하지만, 공공의 유익을 위해 자발적으로 가정에서 온라인 예배를 드림은 지혜로운 일이라 하겠다. 그럼에도 교회 건물에서의 예배만 주일성수라 고집하는 이들이 있다면 교회론부터 새롭게 정립해야 할 것이다.
[5] 교회 건물에서가 아니라 가정에서 예배를 드리는 건 예배가 아니고 주일성수가 아니란 말인가? 본래 ‘교회’란 헬라어 단어 ‘에클레시아’(ἐκκλεσία)는 ‘세상과 구별된 사람과 그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던가? 건물로서의 교회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성도 한 사람 한 사람과 그들의 모임을 교회라 했음에 유의해야 한다. 수가성 우물가의 여인이 예수님을 만나 ‘예배해야 할 장소’로 어디가 적합하냐고 물었을 때 주님이 뭐라고 답하셨나? 예배를 위한 장소’가 아니라 ‘예배의 때’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6] 요 4:21은 이렇게 말씀한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여자여 내 말을 믿으라 이 산에서도 말고 예루살렘에서도 말고 너희가 아버지께 예배할 때가 이르리라.” 그럼 그 때는 언제일까? 이전에는 성전에서 제사장이 혼자 제사를 드렸지만 예수께서 십자가상에서 돌아가실 때 성전 휘장이 찢어져버리는 사건이 일어남으로 이후로는 남녀노소 누구나가 다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제사장 없이 누구나가 다 언제 어디서나 개인적으로 하나님을 직접 만나 속죄할 수 있고 예배드릴 수 있게 되었단 말이다. 성전에서의 주일성수룰 고수하눈 이들이나 주일만의 성수에 몰두하는 이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일뿐 아니라 월요일~토요일 매일이 예배의 삶이 되어야 한단 말이다.
[7] 아벨의 제물이 열납 되고 가인의 제물이 열납 되지 못한 이유가 뭘까? 추수감사제를 드리는 그날 하루의 제사로만 그들이 평가된 것이 아니라 평소 그들의 삶과 신앙이 한데 어우러져 제물이란 열매로 드려졌기에 그런 대조적인 반응이 주어질 수 있었다. 평소의 삶이 악한 자 마귀에게 속하여 악을 행하고 살던(요일 3:12) 가인의 예물과 제사는 하나님께 응답될 수 없다. 일상의 삶 속에서 의인으로 인정받은(히 11:4) 아벨이 바치는 믿음의 제물과 제사는 하나님이 열납하셨음을 보라.
[8] 코로나 사태가 아니었으면 건물에서 주일날 예배드리는 일에만 관심을 기울일 뻔 했는데, 비극적 사건을 통해 참 예배가 어떤 것인지를 배움에 유익한 시간이 된 것 같아 기쁘다. 건물에서의 예배보다, 주일 하루만의 예배보다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월요일에서 주일 내내의 시간까지가 다 예배의 때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순간순간 하나님을 예배하는 자로서의 자격을 갖추는 신앙인으로 모두 거듭나면 좋겠다. 코로나가 우리 모두에게 끼친 악영향이 결코 작지 않지만, 소중한 영적 교훈을 깨우치게 함에도 선한 도구로 쓰임 받고 있음에 감사하며 예배자로서의 삶을 잘 살아보자.
신성욱 교수(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설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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