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억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로 금융시장의 '급한불'은 껐지만 마냥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평가가 많다. 과거 금융시장에서 불안 요인이 터진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달리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실물경제 위축이 금융시장으로 전이돼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진단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등 사태가 종식되지 않는한 '달러 가뭄'에 따른 시장의 불안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한미 통화스와프가 단기적으로 시장을 진정시킬 수 있어도, 장기적인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통화스와프는 협상을 맺은 국가간 비상시 각자의 통화를 빌려주는 계약으로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개념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시장안정 효과는 단기에 그칠 수 있다"며 "시장이 안정되려면 달러 강세가 제한돼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미국과 유로존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수가 늘고 있고, 경기침체 신용리스크에 대한 불안이 여전해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달러가치는 연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통화스와프 체결 이후에도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 통화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고공행진을 이어가 102 수준을 웃돌았다. 전세계적으로 달러화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영향이다.
정부는 통화스와프 외에도 추가 수단을 지속 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금융기관과 기업에 유동성을 직접 공급하거나 시장에 개입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활용된 방안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0일 외신 간담회에서 "통화스와프 외에도 추가로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를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적절한 시기에 발표해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환보유고 등을 활용해 기업들이 단기적으로 외화를 확보하도록 해 애로를 해결해주고, 정부가 가진 기금을 활용하는 등 여러 수단을 이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는 지난달말 기준 4091억달러 정도다. 통화스와프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1932억달러 상당이다. 6000억달러의 실탄은 확보한 셈이지만 충분치 않다는 견해도 있다. 한미 통화스와프에 이어 일본 등 주요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에 나설 필요성도 제기된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2001년 처음으로 2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맺은 뒤 2008년 300억달러, 2011년 700억달러까지 늘렸지만 2012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등의 이유로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계약을 연장시키지 못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실물경제 타격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위기시 대응할 '추가 실탄'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두 번의 경제위기에서 외화유동성 부족 우려가 항상 우리 경제에 위협이 됐다는 점에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기업과 금융회사의 외화자금 수요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시장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외화자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