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자살이라는 끔찍한 선택을 했을까? 신간 『우리는 자살을 모른다』는 자살자들의 심리를 문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이해해보려는 책이다.
저자는 문학도이자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마친 임상심리 전문가. 그에 따르면 심리학을 통해서 자살을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심리학은 객관적인 위험 요인과 보호 요인을 찾아 사람들을 최대한 자살로부터 떼어놓는 데 집중하기 때문에, 자살을 현상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반면 문학은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데 집중하기 때문에, 자살이라는 현상을 보다 직접적으로 들여다보고 싶은 이들에게 더 깊은 이해를 위한 매개가 된다"고 말한다.
총 2장으로 구성되었으며, 1장에서는 자살자의 심리를 다룬다. 자살자 중 많은 이들이 스스로 극복하기 힘든 수준의 무력감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짐이 되고 있다는 느낌 등으로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었다고 말한다.
자살이 '심리적 고통의 결과'라는 정의는, 자살이 '나약한 사람들이 하는 일', '범죄', '무책임한 일'이라며 비난하는 목소리를 반박한다. 또 자살자들을 책망하기에 앞서 그들의 입장을 돌아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2장에서는 우울증, 양극성장애, 중독 등 자살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정신장애들을 다룬다. 마음에 치명적인 고통을 초래하는 질병들의 본질을 파악하도록 도움으로써 치유의 실마리를 발견하려는 의도다. 저자는 마음의 질병이 유독 다루기 까다로운 측면이 없지 않지만, 차근차근 접근해간다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격려한다.
책에서 다루는 문학 작품은 '안나 카레니나', '인간 실격',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 7종. '안나 카레리나'의 주인공 안나에 대해 저자는 "브론스키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확신한 안나는, 상황을 어떻게 타개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죽음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한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면 분명 자살 이외의 해결책도 존재할 수 있지만, 견딜 수 없는 심리적 고통을 겪은 주인공은 자기를 비하하다가 현실을 왜곡해서 인지하게 되었으며, 결국 자신의 삶에 남아 있는 선택지들을 폭넓게 고려하지 못하게 되어 자살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자살자의 마음을 낱낱이 들여다보는 일은 "자살이라는 거대한 현상의 숨은 그림자에 빛을 비추어서 그 실체를 밝히는 작업"이라면서, "그렇게 자살의 실체를 알 때 비로소 우리는 내 주변 사람, 혹은 나 자신이 자살이라는 문제와 맞닥뜨렸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이에 자살자의 마음 연구는 "자살의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자살을 모른다 ㅣ 임민경 ㅣ 들녘 ㅣ 208쪽 ㅣ 1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