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로 여겨 감춰지고, 기독교 공동체 내에서도 거절과 소외당해
교회가 여성 박해 간과하고 묵인하면 결국 교회가 취약해질 것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기해 한국오픈도어는 11일 세계 곳곳에서 '숨겨진' 학대를 받고 있는 기독교 여성의 인권 침해 사례를 소개했다.
한국오픈도어는 "지난주 유엔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여성이 세계 통계의 가장 큰 갭'이라고 언급했다. 대부분 남성 기준으로 통계가 작성되고 여성과 여성의 경험은 계수되지 못함을 지적한 것"이라며 "여성이 통계에서 빠지는 현상은 세계에서 가장 숨겨진 학대를 당하는 기독교 여성들에게 더더욱 해당된다. 이들은 신앙과 가난, 여성이라는 사실 때문에 이중삼중으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주장했다.
2013년 종교 자유에 관한 유엔특별보고관은 "남성과 여성의 전통적 역할에 기초한 차별이 가장 널리 행해지는 인권 침해이며, 이는 잔인한 형태가 될 수 있고, 많은 여성과 소녀들로부터 삶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권리를 빼앗고 있다"고 보고했다.
국제오픈도어가 세계 기독교 박해 순위(WWL) 2020에 근거하여 여성들이 경험하는 박해를 심층 분석한 연례보고서는 전 세계 기독교 여성과 소녀가 겪는 가장 큰 두 가지 박해 형태로 '성폭력'과 '강제결혼'을 꼽았다. 보고서에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여러 가지 방식으로 불균형적으로 박해의 타깃이 되고 있으며, 이러한 학대가 '수치와 징표'가 되어 가족과 공동체의 배척을 가져오기 때문에 상당수가 보고하지 않고 넘어가고 있다고 알렸다. 또 박해자들은 전통적 성역할과 금기들을 학대에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오픈도어는 "WWL 상위 11개 국가에서 여성과 소녀들이 위와 같은 박해를 경험하고 있다. 이것은 일종의 산 죽음"이라며 "이슬람, 불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했을 경우 가장 심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겪은 젊은 여성들은 숨겨지고 고립된다. 그들의 고난은 보고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고, 기독교 공동체와 교회에서조차 잊힌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신체적 폭력과 강제이혼' 또한 기독교 여성이 겪는 세 번째로 빈번한 박해 형태라고 보고서는 말한다. 오픈도어 여성사역 담당자인 헬렌 피셔는 "올해 보고서는 신앙 때문에 박해를 당한 여성, 소녀들이 겪는 고통이 평생 지속된다는 점을 강조한다"며 "성폭력과 강제결혼의 경우 말할 수 없는 정신적, 신체적 학대이고, 거기서 벗어난다 해도 상처와 거절감이 평생 간다. 수치로 인해 미래가 없는 삶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슬프게도 기독교 공동체 내에서도 이들이 거절과 소외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미래가 없는 삶이란 이들의 신앙공동체 내에서도 가족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할 것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아시아, 중동, 북아프리카 등 기독교에 적대적인 국가에서의 성적 폭력은 소외된 공동체를 이용하는 기회 범죄인 경우가 많다고 한국오픈도어는 전했다. 기독교 소녀인 '니마'의 경우 마을의 폭력사태로 가족들이 마을을 떠날 때 노예로 팔렸다. 박해자들은 '약한 여성'인 니마와 다른 소녀 60명을 타깃으로 삼았고, 니마는 매를 맞고 여러 차례 강간을 당했다. 경찰은 니마가 구출된 후에도 그녀의 사건을 처리하지 않으려 했다.
아라비아반도에서는 기독교 여성 가사도우미들이 조용히 성적 착취를 당했으며,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민간 무장대가 기독교 마을의 여성들을 주기적으로 공격해 납치하여 성적 노예로 삼고 있다. 2018년 2월, 14세의 나이로 보코하람에 납치된 나이지리아 소녀 레아 샤리부의 경우 함께 납치된 110명 중 아직도 풀려나지 못한 유일한 소녀다. 기독교 신앙을 포기할 것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한국오픈도어는 "진위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샤리부가 지금 보코하람 우두머리들 중 한 명에게 강제결혼을 당해 아이까지 낳았다는 소식도 있다"고 알렸다.
한국오픈도어는 기독교 공동체를 억압하기 위해 여성에 대한 성적 박해가 광범위하게 이용되는 이유는 여성 박해가 상대적으로 더 묻히기 쉽고, 박해자들에 대한 보복의 위험이 낮고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이러한 박해를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여성을 집 밖에 나가지 못하게 가두거나 성적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기독교 여성들을 타깃으로 하는 흔한 박해 방법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간과될 경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지 않게 되며, 박해로 인식하지 않을 경우 이러한 일들이 그들의 문화 속에서 평범한 일로 치부되고 결국 교회를 취약하게 만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오픈도어는 이어 "여성에 대한 종교적 박해보고서는 교회들이 가장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치유를 가져오는데 강력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프로그램들을 통해 여성들과 공동체가 비극을 겪은 후에도 회복하는 방법을 가르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제오픈도어 관계자는 "이 보고서의 사실들은 전 세계 교회들에 분명한 사명을 일깨운다"며 "우리는 남자와 여자, 어린이들을 포함한 모든 인간의 천부적인 존엄성을 성경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이로써 박해자들이 연약한 여성들을 타깃으로 공격하여 교회를 약화시키지 못 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트루로의 주교인 필립 문스테펀(Philip Mounstephen)은 영국오픈도어가 발간한 크리스천 여성 박해 보고서에 대해 "아주 중요한 조사자료이며 이 중대한 불의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교회와 정부 모두에게 도전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신학자인 일레인 스토키(Elaine Storkey)도 "이 보고서는 여성이 신앙 때문에 겪는 여러 고난과 박해, 비극 가운데 한 이야기"라며 "보고서를 읽으면서 이러한 불의와 싸우는데 동참해야 한다는 도전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오픈도어는 "코로나 사태 속에 사순절을 지내고 있는 한 주간, 전 세계의 박해받는 기독교 여성들을 위한 기도와 특별히 납치되어 있는 나이지리아 소녀 레아 샤리부를 위해 기도를 부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