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대구교회와 관련된 감염경로를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는 상황 가운데, 전국 곳곳에서 감염원을 알 수 없는 집단감염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방역 당국과 국민들을 더욱 긴장케 만들고 있다.
방역당국은 일단 대규모 집단감염을 일으킨 신천지 대구교회와의 관련성에 무게를 두고 감염원과 감염경로 추적 등을 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 발생 46일이 지나도록 신천지는 물론 그외 집단감염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제대로 규명해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 집단감염 사례들과 신천지간 연관성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지방자치단체들의 역학조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6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경북 봉화군 푸른요양원에선 전날 36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확진자 중 26명이 요양원 입소자, 10명이 종사자다.
이 시설에는 입소자 56명과 종사자 60명 등 총 116명이 생활하고 있었다. 시설에 있었던 3명 중 1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꼴이다.
요양원의 경우 '생활밀집시설'로 분류되는 만큼,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 환자가 많아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이 경우에 대해, 방역당국과 지자체는 신천지 신도 등과의 연관성을 주목하면서 요양원 확진자의 감염원과 감염경로 등에 대해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감염원을 찾지 못한 집단발병 사례는 수두룩하다. 최근 들어서는 산발적인 집단발병이 줄을 이어 발생하는 모양새다.
같은 경북 지역에 있는 청도 대남병원 관련(115명) 외에도 칠곡 밀알사랑의집(24명), 경산 서린요양원(13명) 등에서 집단발병이 확인됐지만 아직까지 감염원을 특정하지 못했다.
외부와 접촉력이 없는 경북 김천소년교도소 재소자 3명 사례는 그야말로 감염원이 '미스터리'다. 이들은 최근 1개월 사이 외출을 하지 않아 감염 이유를 찾는데 애를 먹고 있다.
수도권도 마찬가지다.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2주가 넘은 서울은평성모병원은 14명의 확진자가 나왔지만 감염원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성동구 소재 주상복합건물에서는 확진자 13명이 무더기로 나왔지만 역시 감염원과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충남에서는 천안 운동시설(줌바댄스)을 중심으로 7개 운동시설과 관련된 확진자가 81명(5일 0시 기준)이나 확인됐지만, 이것도 감염원은 명확하지 않다.
33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부산 온천교회 역시 '최초 전파자'가 누구인지 여전히 알 수 없는 상태에서 2차 감염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소규모 집단감염의 경우, 신천지 신도 사례처럼 명단을 가지고 전수조사를 하는 것이 아닌 만큼 감염원을 찾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방역당국도 요양원과 같은 생활밀집시설을 비롯해 의료기관 등에서의 집단발병 사례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생활밀집시설·의료기관·요양병원·정신병원·요양시설 등에서의 발생이 신경을 곤두서게 하고 경각심을 가지게 하는 곳"이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이밖에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대학교 등이 휴원 중이거나 개학·개강을 연기하고 있지만, 다수의 학생들이 이용하는 학원, PC방 등의 소규모 집단 감염도 주목할 대상이다.
부산에서는 학원 원장과 강사, 학부모, 학생 2명 등 총 5명의 확진환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 폐쇄공간인 동래구 PC방에서도 확진자(온천교회 관련)가 연달아 확인됐다.
방역당국은 대구지역 외에도 '연결고리'가 확인되지 않은 집단감염이 전국에서 산발적으로 확인되고 있는 만큼, 지역별 역학조사에 힘을 싣는 한편 신천지와 같은 또 다른 '슈퍼전파지'가 나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권 부본부장은 "(확진자) 전체 규모가 줄어드는 듯 보인다고 하더라도 중심증폭집단의 모수 자체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 확진자를 찾아내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확진자가 잠시 감소했지만 신천지 등 한정된 집단에서 확진자를 찾아내는 과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권 부본부장은 "이미 (대구를 벗어나) 여러 경로로 바깥으로 다리를 놓았을 것"이라며 "그 다리를 타고 넘어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또 다른 증폭집단을 만들어낼 수 있고, 지역사회에서 2차, 3차 유행 물결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 부본부장은 "그 물결이 또 다른 큰 물결을 일으킬 수 있다"며 "수도권이나 다른 지역에서도 연결 고리가 불분명한 사례가 이미 지나갔거나 앞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국 각지에서 나타나는 연결고리가 불분명한 사례에 대해 긴장을 높이고, 지자체에서도 대구와 같은 상황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며 "최악의 경우도 염두에 두고 대응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