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는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 대속의 능력'을 통해 구원 받을 수 있다고 가르친다. 이것을 믿기만 하면 죄인에서 의인으로 신분의 변화가 일어난다고 하는 것이 구원론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구원 이후에 성도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이 성화론인데, 성화론은 '죄와의 싸움'을 다루고 있어서,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반가워하지만은 않아 한다.
신간 『죄 죽이기』는 '죄와의 싸움'을 전면적으로 다루는 책이다. 17세기 영국의 청교도 신학자 존 오웬(John Owen, 1616~1683)이 쓴 책으로, "죄를 죽이는 일은 신자의 평생에 걸친 의무"라고 강조한다.
오웬은 그리스도인이 십자가 대속을 통하여 "죄의 권세로부터 분명히 해방"되기는 했지만, "우리 안에 내재하는 죄는 우리가 이 세상에 살아가는 동안에는 언제나 우리 안에 존재"하기 때문에 '죄 죽이기'가 평생 과업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내재하는 죄는 활동력을 가지고 죄적인 행실을 만들어낸다. "죄는 우리 안에 계속해서 거할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활동하면서 육신의 행실들을 생산해내려 애쓰고 있다." 구체적으로 죄는 성도로 하여금 언제나 악에 끌리게 하고, 선한 일을 못하도록 끈질기게 방해하며, 하나님과의 교제를 가로막는다.
사도 바울도 이런 죄의 정체를 꿰뚫고 있었다. 그는 로마서 7장 19절에서 '내가 원하지 아니하는 바 악을 행하는도다'라고 말하는데, 이것은 선한 일을 방해하는 세력이 있음을 의미한다. 곧 죄인데, 이 죄의 활동력이 너무나 거세서 사도는 '얽매이기 쉬운 죄'(히브리서 12장 1절)라고 고발한다.
이렇게 죄가 삶을 사로잡는데도 만약 죄의 문제에 무심하다면 "장차 멸망에 처해지게 될" 수밖에 없다고 오웬은 경고한다.
죄와의 싸움이 괴로운 그리스도인들은, 지친 나머지 하나님의 은혜를 '이용'하기도 한다. 자기 자신과 남에게 분명한 해악을 끼치고 있는 죄가 '하나님의 은혜로 다 용서되었다'고 말하면서 여전히 죄 가운데 거하는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오웬은 이런 그리스도인들을 향해 '반역 죄'를 묻는다. 죄인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주어진 '그리스도의 피'를 죄를 용인하고 합리화하는 데 사용하는 것은 "반역"이고, 은혜를 "방탕"으로 바꾸어버리는 것이고, "죄의 속임수"에 넘어가 마음이 완고해져버린 것이라 말한다. 오웬 당시 이런 그리스도인들이 많았던지, 그는 "이 시대에 배교한 교인들 중 대부분은 바로 이 문을 통해서 나갔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죄를 죽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오웬은 '성령'을 해답으로 제시한다. 성령은 세 가지 방법으로 죄 죽이기를 돕는다. 구체적으로 성령은 "우리 마음이 은혜와 은혜의 열매들로 차고 넘치게 함으로써" 죄를 죽이고, "죄의 뿌리와 습관에 실제로 물리적인 힘을 가해서 약화시키고 파괴하는 방식으로" 죄를 죽이며, "죄인의 마음에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끌어들여서, 우리로 하여금 그리스도의 죽으심에 참여하게 하고 그리스도의 고난을 함께 하게 하는 방식으로" 죄를 죽인다. 이에 성화의 길은 외롭지 않게 되고, 죄와의 싸움은 넉넉히 이길 싸움이 된다고 말한다.
오웬은 '칼빈 이후 가장 위대한 신학자'라고도 불리며, 1642년 『아르미니우스의 정체』를 써서 칼빈주의를 열렬히 옹호했다. 『죄 죽이기』와 함께 『신자 안에 내재하는 죄』, 『죄와 은혜의 지배』, 『시편 130편 강해』 등 네 권은 '성화론 4부작'이라고 불린다.
박문재가 번역한 이번 책은, CH북스 세계기독교고전 시리즈 64번째 책으로 나왔다.
죄 죽이기 ㅣ 존 오웬 저, 박문재 역 ㅣ CH북스 ㅣ 210쪽 ㅣ 8,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