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철학과)가 에세이집 『그리스도인에게 왜 인문학이 필요한가』(두란노)를 펴냈다. 그는 이번 책에서 기독교 정신이 교회 안에만 '교리'라는 이름으로 머무르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 기독교 정신은 교회 밖 세상에도 희망으로서 존재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김형석 교수는 올해로 만 100세를 맞은 우리나라 1세대 철학자이자, 명망 있는 기독교계 인사로서 1980년대부터 기독교와 철학을 잇는 연구와 집필에 힘써 왔다.
이번 책에서 그는 자신의 신앙에 큰 영향을 끼친 두 역사적 인물로 도산 안창호와 고당 조만식 장로를 꼽으면서, "도산의 생전 마지막 설교를 들었고 고당의 생애를 지켜보면서 나도 저런 신앙인이 되고 싶었다. 두 정치가가 이룬 사회적 업적은 물론 국민의 존경심도 대단했다. 그것이 바로 그들의 신앙심의 결과였던 것"이라고 밝힌다.
이어 "그 두 지도자는 일반 기독교인과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라고 물으며, "그들은 예수의 말씀을 교리로 배우지 않고 진리로 받아들였다. 예수의 교훈이 인생관과 가치관이 되었다"고 말한다. 또 이들은 당시 목사들, 신부들이 기독교 정신을 교회 안에 가둔 것과 달리, "예수의 교훈을 민족과 국가를 위한 진리와 이념으로 삼았다"며 "예수께서도 '주여, 주여' 하기보다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라고 당부했다. 교회가 사회를 위해 있지 사회가 교회를 위해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이 기독교 정신"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자신이 평신도 신분으로 사회 변화에 힘쓴 일이, 여타 목회자들이 교회를 섬기는 일에 비교해 '덜 중요하지 않다'고도 말한다. 이에 대해, "가끔씩 나의 동창 가운데 두 친구를 회상해 볼 때가 있다. 한 분은 보수진영 교단의 중진으로 일했고, 한 분은 기독교장로회에 있으면서 노동운동을 위해 헌신하고 기독교장로회 신학대학의 이사장이 되기도 했다"며 "나는 평신도로 있으면서 교수직으로 봉사해왔는데, 모두 주님께서 쓰신 일꾼이었다. 우리 사이에 상하나 중경의 차이는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힌다.
자신에게 영향을 끼친 현대 신학자로 폴 틸리히(Paul Tillich)와 라인홀트 니버(Reinhold Niebuhr)를 꼽기도 했다. 1960년대 초반 미국에 머물면서 이들의 강의를 직접 들었던 경험을 전하면서, "이런 학자 사상가들은 나에게 인문학과 신학을 포함하고도 초월한 '인간의 학'으로서의 기독교 정신과 사상을 남겨 준 신앙의 은인이 되었다"고 말한다.
또 북한에서 사상과 자유가 말살되는 현실을 목도하며 탈북한(1947년) 경험을 전하면서, "그 후로 지금까지 개인적으로는 교회를 섬기는 일과 기독교 교육에 보람을 느끼고 신앙을 통해 주어지는 행복과 감사함을 누리며 세월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는 혼란과 우려스러운 일이 없지 않았다. 기독교 정신을 이어받은 자유민주주의 정치가 시련을 겪기 시작했고, 북한 인권을 위하기보다는 북한 정권에 동조하는 정치세력과 직면하게 되면서 나라를 걱정하는 크리스천들에게는 새로운 임무가 더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기독교 정신이 역사에 희망을 주고 사회에 평화와 행복을 베풀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휴머니즘의 학문인 인문학도 인간다움을 위해 수용할 수 있고 인문학적 과제를 기독교의 진리로 흡수 완성시켜 줄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