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원역사'라고도 부르는 창세기 1장~11장에 기록된 갖가지 이야기들은 실제 일어났을까, 아니면 의미는 있지만 허구적인 이야기일까?
신간 『창세기 원역사 논쟁』은 창세기를 읽고 해석하는 세 가지 프레임으로서 세 가지 장르를 제시하면서, 각 프레임에서 원역사가 어떻게 서로 다르게 이해될 수 있는지를 제시하는 책이다. 세 가지 프레임은 세 명의 구약학자들 - 제임스 K. 호프마이어(Trinity International University Divinity School), 고든 J. 웬함(Trinity College), 켄톤 L. 스팍스(Eastern University) - 에 의해 제시된다.
먼저 호프마이어(Hoffmeier)는 원역사의 장르를 "역사적이고 신학적인 문헌"이라고 보면서, 창세기 내러티브는 "특정 시간과 공간에서 발생한 역사적인 사실들 및 실제 사건들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창세기의 지리학적 단서들과 역사적인 것으로 해석되어야만 한다고 여겨지는 여러 특징을 지목하면서 설명을 이어간다.
"역사적인 사건을 다룬 고대 문헌들은, 현대 역사학자나 신문기자처럼 역사적인 사료편찬의 정확성(historiographical precision)을 바탕으로 사건을 기록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세기 1장~11장에 나오는 지리적인 증거는 그 사건들이 아주 오랜 과거에 티그리스-유프라테스 협곡이라는 실존 공간에서, 그리고 이 내러티브를 접하는 고대의 독자들이나 청자들이 인식할 수 있었던 세계에서, 역사적으로 발생했었음을 의미한다."
이와 달리 웬함(Wenham)은 원역사를 "원형적인 역사"라고 이해한다. 그는 창세기를 전적으로 역사적인 사건이라 이해하기에는 그것을 주저하게 만드는 암류가 깔려 있다면서, 이것을 추상화에 비유해서 설명한다. 즉 어떤 그림 자체가 존재하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 그림의 세세한 사항들은 의미나 경계가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창세기가 "과거와 연결된 현재를 위해 역사를 해석해놓은 글"이라고 본다.
"나는 창세기 1~11장이 아담으로부터 노아까지 10세대, 그리고 노아로부터 아브람까지 10세대로 구성된 직선적으로 확장된 족보라고 주장했다. 이 족보에 기록된 대부분의 인물은 그 이름과 첫 아들을 낳았을 때의 나이 그리고 죽었을 때의 나이에 의해 구별이 가능하다 ... 이처럼 희미하고 멀고 먼 옛 시대에 있었던 연쇄적인 사건들의 연대기적인 순서와 인과관계에 대한 관심이 반영되어 있다는 사실은 창세기 1장~11장을 신화나 역사보다는 원형적인 역사로 묘사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는 결론을 지지한다."
두 명과는 또 다르게, 스팍스(Sparks)는 원역사를 "고대 역사 편찬 문헌"이라고 받아들인다. 그는 창세기의 저자들이 고대에 널리 통용되던 역사 편찬 방법으로 창세기를 써 내려갔으며, 그들에게는 오늘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역사를 기록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한다. 창세기에 기록된 대부분의 사건도 창세기 내러티브가 기술하는 것과 달리 실제로 있었던 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성경의 저자들은 모든 면에서 신뢰할 수 있는 역사를 기록한 것일까? 내가 보기에 이 질문에 대해서는 '아니오'라고 답해야 할 것 같다. 우리는 성경 저자들이 여러 문헌과 자료들을 서로 비교하되 자신들이 갖고 있던 자료들을 구성 및 재구성하는 일에 깊이 관여했다는 사실을 이미 확인했다."
책의 서문을 쓴 찰스 할톤(Halton, Baptist University)은 현대 독자들이 창세기를 읽는다는 것은 "마치 더블린 다운타운에서 시골 지역인 앙골라로 여행하는 것과 같다"며 "우리가 창세기 저자들의 문화적인 맥락을 공유할 수 없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말한다. 이어 "그러나 우리도 그들처럼 어린 생명의 탄생을 기뻐하고 타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인간됨의 경험을 공유한다"며, 이런 공유 가능한 경험들은 창세기 저자들이 사용했던 '장르'에 대한 이해를 통해 그 의미가 한층 되살아난다고 말한다.
창세기 원역사 논쟁 ㅣ 제임스 K. 호프마이어 외 ㅣ 새물결플러스 ㅣ 280쪽 ㅣ 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