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교수는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 소식에 놀랐고, 무엇보다도 기생충이 우리 사회에 던진 메시지의 정확함과 치밀한 표현력에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봉준호 감독의) 수상소감 어디에서도 영화의 주제인 경제적 불평등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발언은 없다”며 “우리 체제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밝힌 대가로, 그 체제의 정점, 가장 영예로운 자리에 올라, 지하에 사는 사람들은 계속 반 지하에 남고, 봉 감독은 소위 ‘박 사장’의 위치에 올라 대중의 리스펙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수상 이후 여러 논평들을 들어보아도 현실 변화를 위한 진지한 논의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감독의 천재성과 노력, 배우와 스태프들의 열정, 한국영화 101년 역사의 영광, 한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 총선에서의 유불리 등이 입담의 주제였고, 영화가 제기한 문제의식과는 동떨어진 내용들”이라고 했다.
장 교수는 “미국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의 ‘연극적 감수성’이라는 개념이 있다”며 “허구 세계의 불쌍한 자들에게는 애정과 동정심을 가지면서, 막상 현실 속에서 만나는 그런 사람에게는 무관심한 심리를 일컫는 말로, 마치 연극을 보면서 주인공의 불운에 눈물 흘리는 귀부인이 자신의 마부가 추위에 떨든 말든 바깥에서 기다리라고 하는 감수성”이라고 했다.
그는 또 “영화 ‘기생충’의 중요한 상징 가운데 하나인 ‘냄새’ 문제를 생각해보자”며 “언젠가 설교 중 내가 경험한 외국인들의 냄새를 언급한 적이 있다. 설교 이후에 아무도 말하진 않았지만, 내가 미국에 살 때 김치 냄새, 마늘 냄새로 위축되었던 경험을 상기하면서 자책감이 들었고, 봉 감독은 객관적인 사실을 말했을 뿐이지만, 이제 냄새는 ‘구별 짓기’의 한 기준으로 우리의 머릿속에 영구히 각인됐다”고 했다.
이어 요한복음 9장 2절을 인용해 “맹인 이야기에서 제자들은 맹인된 사람이 태어난 것이 누구의 죄 때문인지 묻고, 요한복음 9장 3절에서 예수님의 대답은 ‘누구의 죄도 아닌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들을 그에게서 드러내시려는 것이다’고 했다”며 “제자들은 그를 쓸모없는 잉여 인간으로 대했지만, 예수님은 하나님이 그를 통해 일하실 소중한 하나님의 사람으로 보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게 기독교다. 기생충은 질문을 던짐으로 사명을 다했고, 이제 우리 기독교인들이 대답해야 할 차례다. 이제 기독교인들이 실천해야 할 차례”라며 “우리의 스승이신 예수님은 그 대답을 몸으로 보여주셨고, 선배 교회들은 그의 뒤를 따랐다. 나는 우리 시대의 근본적 문제인 경제적 불평등을 고칠 동력을 제공하는 분이 예수님이심을 믿는다. 현재의 한국교회가 이 문제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가지고 변화를 위하여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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