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씨가 기지개를 펴고 있네요.
당신 안에 꽃씨도 깨어나고 있나요?”
올 겨울은 유난히도 길었던 것 같습니다. 폭설이 내리고 한강이 얼지는 않았지만 겨울이 지난하게 느껴졌습니다. 초갈등의 사회 때문이었을까요, 최근에 닥친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일까요. 그래서인지 모두가 봄을 더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우한 폐렴을 제일 먼저 발견했던 리원량 의사도 그토록 봄이 오기를 기다리다 떠났지요. 아직 봄이 오지 않았는데도 봄을 애타게 기다렸던 개구리들이 나와 추워서 죽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올해는 우리 모두가 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실 이맘때면 꽃씨가 기지개를 펼 때입니다. 아니 꽃씨는 한 겨울에도 꿈을 꾸지요. 눈보라가 치고 온 땅이 얼어붙어 있을 때에도 꽃씨는 파란 잎의 꿈을 꿉니다. 또 붉고 화사하고 향기로운 꽃의 꿈을 꾸고요. 그 사이로 나비 떼가 날아오는 꿈, “아, 꽃을 피우는 건 꿈꾸는 나비지”라는 독백도 할 것입니다. 그런 꽃씨를 땅에 뿌릴 때 꽃씨는 마침내 자신의 꿈을 이루게 되는 거지요.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초갈등 사회입니다. 모두가 내편 네편으로 나누고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는 분위기입니다. 지난 주 지방에서 목회를 잘 하시는 목사님이 저를 긴히 만나자고 하는 것입니다. 옛날에는 소 목사가 보수 우파인줄 알았는데 요즘은 좌파 성향을 보인다는 루머가 있어서 염려하는 마음으로 만나자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그 목사님에 이렇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목사님, 염려할게 뭐가 있습니까? 목사에게는 좌우보다 중요한 게 중심이죠. 목사님이야 특정지역에서 목회를 하셔서 잘 모르겠지만 수도권에서 목회하는 사람은 좌우를 다 품어야 할 상황이 많습니다. 자칫하다가 목사마저 진영논리로 편가르기를 할 수 있습니다. 목회자는 사람들의 심령 속에 생명의 꽃씨를 뿌리고 성경적 세계관과 가치관의 꽃씨를 뿌려주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성도들이 스스로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열매를 맺게 되지요. 그러므로 진보적이고 좌편향적인 사람도 하나님의 사랑으로 품으며 그 마음에 사랑의 꽃씨를 뿌려주면 스스로 시대에 합당한 성령의 열매를 맺는 것을 봅니다.” 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저도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고, 그 목사님도 저에게 많은 부분을 공감하고 가셨습니다.
당연히 기독교는 나라를 지키고 세우는 종교입니다. 그렇다고 목회자가 지나치게 이념만을 가르치고 정치를 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되지요. 목사는 먼저 성도들에게 생명의 꽃밭을 일구어주고 초갈등 사회일수록 화해의 꽃씨를 뿌려줘야 합니다.
봄이 오기를 고대하는 마음이다 보니 마치 꽃씨가 기지개를 켜고 있는 듯 느껴집니다. 겨우내 꾸었던 꿈을 이루고 싶어서죠. 저는 한결같이 꽃밭을 일구며 꽃씨를 뿌리는 사역을 해 왔습니다. 세종도서문학나눔에 선정된 제 에세이 책의 제목도 ‘꽃씨 심는 남자’입니다.
여러분 안에는 꽃밭이 어떻게 일구어져 있는가요. 사방이 비난과 공격, 증오와 분열, 에덴의 동쪽의 가시들로 가득한 때에 이제 우리 안에 있는 생명의 꽃씨, 꿈의 꽃씨, 화해의 꽃씨가 깨어나야 할 때입니다.
#소강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