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란 무엇인가? 구원받은 성도들이 자기 몸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거룩한 제물로 드리는 것이다. 구약에서는 짐승을 제물로 드렸다면, 신약에서는 그리스도와 연합된 신자의 일상 삶을 제물로 드린다(롬 12:1).
여기서 공적 예배(예배당 예배)와 삶의 예배로 구분된다. 신자는 공적 예배(예배당 예배)를 통해 삶 속에서 하나님께 드려야 할 희생이 무엇인지 조명받는다. 이 조명을 삶에 적용하여 열매 맺음으로 예배는 비로소 완성된다. 이처럼 공적 예배와 삶의 예배는 유기적 관계 속에 있다. 공적 예배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삶의 예배는 기대할 수 없다. 때문에 16세기 종교 개혁이나 18세기 부흥은 공적 예배의 개혁을 통해 이루어졌다. 공적 예배를 무시하고 교회가 개혁되거나 부흥한 예는 단 한 번도 없다. 공적 예배와 삶의 예배는 어느 한쪽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그런데 요즘 몇몇 대형교회들이 코로나바이러스 앞에 공적 예배를 자발적으로 포기하고 있다. 물론 인터넷 생중계로 대치한다고 한다. 가정에서 안전하게 예배하기 위한 사랑의 배려라 한다. 물론 이런 결정을 한 대형교회 목사님들과 중직자들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심사숙고한 결과라 생각한다. 그러나 합리적인 결정일지는 모르나 충분한 기도와 믿음의 결정인지 의문스럽다. 성경의 가르침이나 과거 선배 신앙인들을 생각한다면 적절한 결정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결정을 당연시 여기는 한국교회 분위기도 기가 차다.
초기 한국교회는 이보다 더한 위험과 박해와 생명 위협 가운데서도 예배를 타협하지 않았다. 손양원 목사님이나 주기철 목사님 같은 분들에게 예배의 타협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일제 강점기를 생각해 보자. 주일 예배 때마다 순사들은 예배당에서 서슬 시퍼런 눈초리로 동방요배(東方遙拜)하지 않는 사람을 색출하기 위해 감시했다. 이런 상황을 알고도 우리 신앙의 선배들은 굳이 예배당에 와서 예배했다. 그리고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우리는 이 대가로 작금의 신앙생활을 누리게 됐다.
혹자는 인터넷 실시간 예배도 신령과 진리로 하면 된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장소가 아니라 중심이라 한다. 그럴듯한 궤변이다. 현장예배와 온라인 예배의 가장 중요한 차이가 무엇인가? 휫필드의 표현에 의하면 천둥과 번개의 차이다. 성령의 임재 차이라는 말이다. 온라인 예배에서는 현장예배와 같은 천둥과 번개를 기대할 수 없다.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예배를 한다는 논리는 구약시대에 예루살렘까지 가지 않고 가까운 산당에서 제사하던 논리와 다르지 않다. 교묘한 자기 합리화에 불과하다. 이 논리를 긍정한다면 교회는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무교회주의자들의 날 선 공격을 어떻게 반박할 것인가? 그들은 교회당에 출석하지 않고 가정에서 인터넷으로 좋은 설교 영상을 찾아 대형TV 앞에서 예배한다. 불합리한 목회자의 간섭이나 허접한 설교를 참을 필요가 없다. 교인들과 갈등하는 감정 노동도 할 필요 없다. 인터넷으로 좋은 설교를 찾아 듣고 온라인으로 헌금하고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하면 그만이다.
좀 더 생각해 보자. 굳이 코로나바이러스 아니더라도 교인들이 교회에 출석하지 않고 인터넷으로 예배하고 싶은 명분은 차고 넘친다. 가정이나 직장의 박해를 극복하며 예배에 참석하는 사람은 어떤가? 육신의 질병과 장애를 감수하며 예배당까지 와서 예배하는 사람들은 어떤가? 이들을 향하여 어리석게 신앙생활 한다고 하겠는가? 도리어 이런 태도에서 예배의 정신을 보게 되지 않는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제사가 이런 것이 아닌가?
더욱이 걱정되는 것은 이렇게 온라인으로 편리한 예배를 맛본 신자들의 방종을 어떻게 수습할지 걱정된다. 이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라진 후에 현장예배를 등한시할 사람들이 늘어날 것은 불을 보듯 하다. 작은 소자 한 명이라도 이들은 분명히 예수님께서 경고하신 실족시켜서는 안 되는 영혼이다.
물론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막무가내식으로 예배하자는 뜻은 아니다. 이런 식의 발상은 자칫 교회가 바이러스 확산의 원흉으로 지탄을 받을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먼저 확진자가 나타난 교회는 바이러스가 전파되지 않도록 철저히 방역해야 한다. 예배당 소독과 마스크 착용, 손 세정제 비치 등으로 바이러스 확산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예배 후 교제와 식사도 당분간 금한다. 목회자와 교회 중직자들은 질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심으로 기도하며 예배를 준비해야 한다. 그 가운데 결과를 하나님의 선하신 주권에 맡겨야 한다. 만일 이렇게 해도 문제가 발생한다면 목회자와 교회 중직자들은 십자가를 질 각오를 해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정말 믿음이 필요한 고통스런 판단이다. 그러나 신자들과 목회자들, 그리고 교회 중직자들이 이런 태도를 견지한다면, 그 자체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영적 예배가 될 것이다.
김민호 목사(회복의교회 담임, kmh069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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