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전 칼럼] 신년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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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전 교수 ©기독일보DB

2019년 12월 31일, 지난해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 카슨(Rachel Carson)의 <침묵의 봄>이다. 인간의 욕심으로 지구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그 결과로 주어지는 인간의 고난을 재난 이상의 의미로 제시하는 작가는 여류 생물학자다. 아직 미국에서조차 여성이 의사나 과학자로서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할 시대에 결국 의사의 길을 갈 수 없었던 그녀는 생물학자로서 자신의 길을 결정하고 그 길을 가다가 인간의 오만함이 과학을 빙자해서 환경을 파괴하고, 결국에는 인간을 몰락의 길로 몰아가는 현장을 알게 되었을 때 외롭게 고군분투면서 그 사실을 사회와 국가를 향해서 고발하는 책을 썼던 것이다.

그녀의 이러한 글들은 당시 사회적인 저항을 받았지만 사실이기에 그녀의 글에 반응하는 시민들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사회적인 의식의 변화와 정치를 움직일 만큼의 힘이 모아졌다. 언제나 그런 것처럼 이권이 결부되면 정치적인 힘들이 작용한다. 따라서 그녀의 글은 기득권 세력들에 의한 저항과 무시를 받았다. 하지만 과학을 빙자해서 행하여지고 있는 돌이킬 수 없는 환경파괴는 그대로 인간의 몫으로 남겨질 것이기에 그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진실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로 탄생하게 된 것이 환경운동이다. 인간의 터전인 지구를 과학이라는 인간의 오만을 앞세워 무차별하게 파괴하면서 자만하고 있는 인간의 어리석은 모습을 여류 생물학자인 그녀가 과학의 힘을 빌어서 고발하는 글은 사람들로 하여금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했다. 그리고 인간의 어리석음과 그 대안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전문적인 화학물질의 명칭들은 책 읽는 재미를 떨어트렸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읽어가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그만큼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오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과학적인 용어로 표현할 수 없지만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것이었기 때문에 끝까지 인내를 가지고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마음에 남겨지는 것은 무거움이었다.

결국 모든 원인은 인간의 욕심에서부터 시작된 것인데, 그 욕심을 다스리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니 어찌할는지. 누구를 탓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에 본성으로 내재하고 있는 욕구가 이기적으로 작용할 때 책임을 질 수 없는 일들을 합리화시키거나 과학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자신의 것만을 위해서 행동하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대부분의 경우 화학물질을 이용해서 환경과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은 파괴가 아닌 '이용'이라는 명분으로 정당화한다. 이익을 통해서 인간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크다는 것을 앞세운다. 그러나 그 이면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책임을 질수도 없는 결과에 대해서는 모르는 척 한다. 결국 앞에서는 성취감과 함께 경제적인 풍요를 누리는 듯 하지만 그 결과로 주어지는 재앙은 지구에 살고 있는 모두의 몫이고, 아무 책임을 질 수 없는 것이 되고 만다.

2019년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 마음을 무겁하긴 했지만 많은 것을 돌아보게 했다. 동시에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도 얻었다. 지난 것을 돌이킬 수 없다면 앞으로 주어지는 시간에 대한 책임은 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당장 주어진 답인 것 같다. 새해라고 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더 이상 욕심에 지배를 당하는 세상에 휩쓸려가는 모습이 아닐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그러기 위해서 오감의 정보를 활용할 때 오직 하나님을 바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분의 뜻과 기뻐하심에 기꺼이 동의하고, 동참할 수 있으면 좋겠다.

세상을 살아온 만큼 하나님의 섭리하심이 어떤 것인지를 발견하고 깨달아서 스스로 응답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간절하다. 말없이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 수 있고, 그분의 선하신 인도하심을 깨달아서 그 길에 서기를 기뻐할 수 있으면 좋겠다. 또한 그 과정을 함께하는 지체들, 이웃들, 지인들이 같은 뜻을 가지고, 동행하는 삶이면 좋겠다. 같은 길을 가는 동행일 수 있을 때 이해, 도움과 나눔, 섬김, 기쁨과 행복이 더해질 것이 아니겠는가.

각자가 혼자 가는 길이 아닌 동행이 있는 길을 간다면 같은 길일지라도 기쁨이 더하고, 힘들더라도 낙오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나님의 기뻐하실 것을 공유하고, 그것을 향한 동행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새해에는 그렇게 우리 모두가 동행하는 동반자로서, 지체로서 하나님을 바라면서 함께하는 사람들이면 좋겠다. 더 이상 욕심에 지배를 받으면서 자신과 또한 함께하는 것들에게 책임도 지지 못할 일들을 하면서 으스대는 어리석음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깨닫게 하는 모든 이들과 사물까지도 감사한 마음으로 배우면서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